부부여행단의 이탈리아 여행 3탄
베르가모는 밀라노나 피렌체처럼 유명 도시가 아니다.
우리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유명 도시만을 둘러보는 일정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한적하게 거닐면서 타지의 일상 모습을 피부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외국인으로서 이곳에 잠시 머물다가 떠나지만 현지인에게는 이 도시가 삶의 터전이자 고향이지 않겠는가.
대도시에서는 이들의 삶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지만 소도시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베르가모를 택했던 것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이곳에 도착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한산했다.
신시가지부터 둘러보았는데, 주민들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여유로움이 도시 전체에 묻어 있었다.
이 모습과 풍경, 느낌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베르가모의 정보가 거의 없었기에 더 좋았다.
우리가 향하는 발걸음마다 새로움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으니까.
명소를 둘러보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어서 여행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온전히 이 도시를 느끼는 데만 쓸 수 있으니 너무 좋았다.
분수대 아래 여유롭게 노는 오리들도,
성 밖에 무성한 풀들과 나무들,
차들이 쌩쌩 다녀야 할 도로에는 몇몇의 사람들만이 한가로이 거닐고,
학생들도 가득해야 할 대학에는 적막감마저 들 정도였다.
신시가지를 둘러본 후 언덕 위에 있는 구시가지로 이동하는데,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걸어서 올라갔다.
올라가는 동안 비가 내려서 안개가 낀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왠지 모를 신비감을 느꼈다.
고요한 이 도시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드디어 도착한 구도심의 광장은 고풍스런 중세 유럽풍의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었고
그 중앙에는 분수대가 자리해 있었다.
건물 뒤편에는 베르가모 두오모가 위치해 있어서 성스러움이 더해졌다.
구도심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면서 빗줄기는 눈으로 바뀌었고
점심시간과도 겹쳐서 광장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서 파스타와 리조또를 주문하면서 식당을 둘러보는데,
이 식당이 범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1476”이라는 숫자와 함께 벽에 걸려 있는 사진들과 인테리어에서 이 도시에서 유명한 집임을 알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검색해보니까 1476년에 처음 식당 연 이래 현재까지 몇 대에 걸쳐 운영을 하고 있었던 곳이었던 것이다.
아무런 정보없이 눈을 피해 허기를 달래러 들어온 식당이 엄청난 역사를 지닌 곳이라니.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운 후 다시 나온 광장에는 다행히 눈이 그쳤다.
아기자기한 구도심의 풍경이 눈에 담아가고자 노력했고 떠나야 할 시간이 되어 케이블카를 타고 신시가지로 내려왔다.
이후 신시가지에서 못본 곳을 훑어본 후 다시 밀라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