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여행단의 이탈리아 여행 4탄
베르가모에서 한나절을 보낸 우리는 어느새 경적 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 화려한 네온사인과 불빛들이 쏟아지는 밀라노의 풍경들이 낯설었다.
우리는 밀라노 대성당을 보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빠져나와 밖을 향해 계단을 올랐다.
계단에 오를수록 점점 그 웅장함이 우리 앞에 다가왔고 계단을 다 올라왔을 때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장엄함을 품은 대성당이 우리를 맞이했다.
고딕양식의 상징인 첨탑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아 솟아 있어서 신에게 닿을 것만 같았다.
우리는 대성당의 이곳저곳을 둘러본 후 숙소로 향했다.
그곳에서 우리를 맞이한 건 잊고 있었던 짐들이었다.
정말 기뻤다.
찾지 못할 수도 있다고 단념했었던 우리의 캐리어를 극적으로 만나다니!
주인의 말에 따르면 이스탄불 공항에서 예상치 못한 폭설로 인해 공항이 마비상태였고 관계자가 승객의 짐을 모두 실었는지 확인하지 못한 채 밀라노행 비행기가 떠나보냈다는 것이다.
다행히 보내진 짐들을 신속하게 파악하여 다음 비행기로 보냈고 오후에 숙소에 도착했다는 것이 주인의 설명이었다. 참으로 친절한 설명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우리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신기했고 돌아와 준 짐들과 고생했던 공항관계자들, 숙소 주인에 대한 고마움을 계속 얘기하면서 오늘 여행의 여독을 풀고 잠자리에 들었다.
어느 여행책자에서 적힌 문구가 생각난다.
“여행이 곧 삶이다”
우리는 살면서 각가지 이유들로 인해 불평·불만을 가질 때가 있다.
계획한 일이 잘 안 풀일 때, 직장 상사에게 서운함을 느꼈을 때, 아내와 갈등이 있을 때 등 여러 가지 사정들로 인해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느낀다.
여행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삶처럼 좋은 일들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에게 벌이진 이 상황들을 받아들이는 태도나 마음가짐에 따라 상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이번 여행은 삶을 대하는 태도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였던 것이다.
우리에게 닥친 상황과 감정에만 매몰되어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고 긍정의 꿈틀거림을 통해 여행 자체를 즐겼고 의미를 찾은 그 모습이 우리 부부로 하여금 여행하는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