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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he Answer Jul 23. 2020

여행에서 한가롭다는 것은

부부여행단의 이탈리아 여행 3탄

제 4화 여긴 어디니? 왜 이리 한산한게야~    


베르가모는 밀라노나 피렌체처럼 유명 도시가 아니다. 

우리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유명 도시만을 둘러보는 일정보다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한적하게 거닐면서 타지의 일상 모습을 피부로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는 외국인으로서 이곳에 잠시 머물다가 떠나지만 현지인에게는 이 도시가 삶의 터전이자 고향이지 않겠는가. 

대도시에서는 이들의 삶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지만 소도시에서는 마을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조금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베르가모를 택했던 것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이곳에 도착하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한산했다. 

신시가지부터 둘러보았는데, 주민들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여유로움이 도시 전체에 묻어 있었다. 

이 모습과 풍경, 느낌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베르가모의 정보가 거의 없었기에 더 좋았다. 

우리가 향하는 발걸음마다 새로움을 발견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으니까. 

명소를 둘러보기 위해 긴 줄을 서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어서 여행하는 시간의 대부분을 온전히 이 도시를 느끼는 데만 쓸 수 있으니 너무 좋았다.

 분수대 아래 여유롭게 노는 오리들도, 

성 밖에 무성한 풀들과 나무들, 

차들이 쌩쌩 다녀야 할 도로에는 몇몇의 사람들만이 한가로이 거닐고,

학생들도 가득해야 할 대학에는 적막감마저 들 정도였다.


구시가지로 향하는 길에 언덕에서 내려다 본 베르가모는 우리나라의 여느 농촌과 다를 게 없어 보여서 친근함을 느꼈다.


신시가지를 둘러본 후 언덕 위에 있는 구시가지로 이동하는데, 

케이블카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만 우리는 걸어서 올라갔다. 

올라가는 동안 비가 내려서 안개가 낀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왠지 모를 신비감을 느꼈다. 

고요한 이 도시에는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드디어 도착한 구도심의 광장은 고풍스런 중세 유럽풍의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었고 

그 중앙에는 분수대가 자리해 있었다. 

건물 뒤편에는 베르가모 두오모가 위치해 있어서 성스러움이 더해졌다. 


구시가지의 중앙 광장에도 궂은 날씨 때문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사람들을 구경하기 쉽지 않았다.


구도심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면서 빗줄기는 눈으로 바뀌었고

점심시간과도 겹쳐서 광장에 있는 식당에 들어가서 파스타와 리조또를 주문하면서 식당을 둘러보는데, 

이 식당이 범상치 않음을 직감했다.

“1476”이라는 숫자와 함께 벽에 걸려 있는 사진들과 인테리어에서 이 도시에서 유명한 집임을 알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검색해보니까 1476년에 처음 식당 연 이래 현재까지 몇 대에 걸쳐 운영을 하고 있었던 곳이었던 것이다.

아무런 정보없이 눈을 피해 허기를 달래러 들어온 식당이 엄청난 역사를 지닌 곳이라니.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운 후 다시 나온 광장에는 다행히 눈이 그쳤다. 

아기자기한 구도심의 풍경이 눈에 담아가고자 노력했고 떠나야 할 시간이 되어 케이블카를 타고 신시가지로 내려왔다. 

이후 신시가지에서 못본 곳을 훑어본 후 다시 밀라노로 향했다.   


구시가지 중앙 광장에 위치했던 레스토랑은 클래식함 그 자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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