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의 사건이 여행의 흐름을 바꾸다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어??"
"조그만 더 알아볼께....."
"안될거야. 이제 포기하는 게 어때?"
마드리드에서 세비야로 이동한 후 숙소에서 렌트카 검색에 몰두하던 나와 아내의 대화 내용이다.
아마도 새로운 여행지로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거에 얽매여 있는 나를 한심하듯 보면서 건넨 말일게다.
그랬다. 나는 지난 톨레도에서 있었던 그 사건을 잊지 못한 채 어떻게든 다른 방법을 찾아 헤맸었다.
때는 바야흐로 마드리드에서의 4일째 일정이었던 톨레도 여행날.
우리 세 식구는 미리 예약한 렌트카를 타고 톨레도로 향하기로 했었다.
여행준비할 때 가장 설렜던 것이 바로 렌트카 여행이었던 나였기에 해외에서의 첫 운전이 기대했었다.
여행 내내 버거웠던 4살배기 아들을 챙기는 바쁜 손길과 무거운 짐들도
오늘만큼은 전혀 힘들지 않을 정도로 텐션 업되어 있었다.
아토차 역으로 향하는 길에 아침을 해결했던 음식점에서도 인심 좋고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역에서 렌트카 업체 위치를 찾아 헤맸었지만 그 난관조차도 내게는 그저 좋은 경험이었다.
가족들도 아토차 역의 독특하고 싱거로운 모습에 신기해하며 잘 따라와줬었다.
심지어 예약한 차보다 무료로 업그레이드된 차량을 획득(?)하는 행운까지 겹치니까 여행이 어찌 기쁘지 아니했겠는가!
그렇게 톨레도에서의 좋은 추억과 아름다운 풍경을 온몸으로 느낀 후 뿌듯한 마음으로 마드리드로 돌아왔고,
렌트카 반납도 아주 무사히 마친 후 숙소로 돌아오는 길에 몇일 전부터 눈여겨봤던 한식당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우리나라의 친근한 식당 분위기에 맞춰 맛있는 김치찌개와 불고기를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좋은 기분으로 숙소에 도착한 후 짐들을 정리하고 있던 그때! 뭔가 허전함을 느꼈다.
그렇다! 지갑이 사라진 것이었다. 머리가 하얘진 채 무작정 렌트카 업체로 내달렸다.
가는 길에 한식당에도 들려서 지갑을 찾아봤지만 헛수고였고 길가를 훑었지만 역시나 없었다.
우리가 탔던 차에도.
'톨레도에서 소매치기를 당했나?'
'난 크로스백에 물건을 넣어두었는데....'
'휴대폰을 빼다가 빠졌나? 모르겠다.....어쩌지??'
'지갑 속에는 현금은 없었고 카드는 분실신고하면 그뿐인데, 운전면허증은 어쩐다......;
'당장 내일 렌트카를 타고 세고비아로 가야하는데...'
결국 다음 날에 예약한 렌트카는 물론 세비야에서의 렌트카 예약도 취소해야만 했다.
국제면허증만으로는 차량을 빌릴 수 없다는 규정때문이었다.
밤새 스마트폰을 들여다봤지만 별 도리가 없어 보였다.
업친데 겹친 격으로 예약취소 위약금을 물어야만 했었기에 예약금의 1/4만 돌려받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