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루브르 박물관을 뒤로 하고 이제부턴 앞으로 가는 일만 남았다.
튈르리 정원, 콩코드 광장, 샹젤리제 거리, 개선문까지는 일직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콩코드 광장에서부터 개선문까지는 우리나라에서 볼 수 없는 넓고 쭉 뻗은 길이 펼쳐진다.
우선, 루브르 박물관과 가까운 튈르리 정원을 지나야 했는데, 스산한 기운마저 드는 겨울이라서 푸르른 정원을 기대했던 우리에게는 너무나 황량했었다.
이 정원의 초입부에는 노점상이 많았는데, 다들 에펠탑 모형을 팔고 있어서 기념으로 에펠탑을 사기 위해 그 중 한사람과 10분 간의 흥정 끝에 불빛이 비치는 에펠탑 모형과 열쇠고리 5개를 저렴하게 획득할 수 있었는데, 아내가 이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순간이었다.
이후에도 여러번 이 같은 모습을 보게 될 줄은 몰랐지만.
튈르리 정원을 구경하던 중(구경이라기보다는 지나쳤다는 말이 더 옳은 표현이지만) 출출해서 정원 안에 있는 음식점을 찾았다.
몇몇 음식점을 두리번 거리다가 손님들이 쾌 많은 곳에 갔어요. 사실 오래 전 일이다보니 무엇을 먹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분명한 건 팁으로 고민했다는 것이다. 얼마를 어떻게 팁을 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터무니없이 많은 돈을 준 것으로 기억된다.
점심을 해결한 후 콩코드 광장으로 향했다. 이 광장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루이 16세와 마리앙투아네뜨의 결혼식이 거행된 곳이자 프랑스대혁명 당시 단두대가 설치되어 두 사람이 형장의 이슬이 된 곳이기도 했고, 원래 이름은 루이 15세 광장이었으나 단합과 화합의 의미로 콩코드 광장으로 개명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광장 중앙에 우뚝 솟은 오벨리스크는 식민지 시대의 상징으로, 이집트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처럼 콩코드 광장은 프랑스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렇게 콩코드 광장을 지나면 샹젤리제 거리 초입에 들어섰다. 당시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리고 있었는데, 다양한 먹거리와 기념품, 의류 등이 가판대에 멋지게 진열되어 있었다. 마치 축제에 온 듯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행운을 만끽할 수 있었다.
그 즈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겨울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노을을 좋아해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봤었다. 지구 반대편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낭만적이었다. 그것도 신행에서 아내와 함께였기에 더욱 더 로맨틱했다.
크리스마스 마켓을 지나고 나니 샹송에서나 듣던 샹젤리제 거리가 나타났다. 이 거리는 휘황찬란 불빛과 전세계 사람들이 모두 모인 듯한 수많은 인파들로 더욱 북적였다. 거리 양쪽 가로수에서 수많은 불빛들이 반짝이고 눈꽃 무늬의 장식들도 화려하게 빛나는 모습에 왜 이토록 유명한지 알 수 있었다.
거리의 이곳저곳을 살펴본 후 드디어 개선문을 마주할 차례가 되었다. 이곳으로 가기 위해서는 샹젤리제 거리 끝에서 지하도를 이용해 로타리를 건너야 했다. 엄청난 크기에 압도되었는데, 높이가 무려 51m가 되니 가히 웅장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여행가이드 겸 남편인 나를 믿고 따라와 준 아내의 배려가 새삼 감사해진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소 무모한 일정이었음에도 남편의 부족함을 믿음을 채워준 듯했다.
‘낭만의 도시’라는 별칭이 로맨틱함을 연출했는지, 우리 자체가 낭만적이었는지 모를 일이지만 적어도 이 도시를 걷는 내내 힘듦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었음은 분명하다. 우리 부부의 삶에 낭만이 있다면 함께 추억할 수 있는 기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삶 속에서 낭만을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면 신혼여행 사진첩을 펼쳐보는 건 어떨까?
더 아득해지기 전에 사진첩 속 추억에서 ‘낭만’을 꺼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