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 Answer Nov 28. 2020

내적글쓰기 탈출기

의미 없는 스크롤이 가져다준 나비효과

오늘은 대학원 면접이 있는 날.

새벽부터 부스스한 모습으로 달달한 믹스커피 한잔 타서 못다 한 면접 준비를 위해 연구보고서를 읽고 정리하고 있었다.

문득 다른 것을 하고 싶다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브런치 앱을 열었다.

내가 쓴 글 목록을 생각 없이 스크롤하다가 다른 이의 글을 보고 싶어서 그 역시 무념으로 손가락을 위로 튀겼다.

우연히 ‘추세경’이라는 낯익은 작가의 글이 올라와있었다. 내 글에 ‘라이킷’을 자주 눌러주는 분이었다. 고마운 분이지만 난 그분의 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미안한 마음이 들어 글을 터치했다. 순전히 그 마음뿐이었다.

제목은 [글이 돈이 될 수 있을까?]

별생각 없이 글을 읽으면서 점점 마음의 움직임을 느꼈다.

‘글을 쓰고 싶다’

이 생각이 내 몸에서 멀어지기 전에 짧게라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내는 내게 인정의 욕구가 많다고 한다. 직장에서든, 글쓰기에서든, 뭐든. 예전에는 인정하지 않았다.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라며 핑계를 댔었다.

근데, 그녀의 말이 옳다. 난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싶다는 생각이 동기부여임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만 있는 건 아니다. 바로 자기만족. 직장에서 내가 뭔가를 해냈거나 무엇을 행동할 때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알아채지 못하고 인정해주지 않는다. 그 모습에 실망은 할지언정 스스로의 행동에 깊은 좌절을 할지언정 누군가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괜히 했어’라는 식의 푸념과 후회한 적은 없다.

난 뭐든 어설프게 했더라도 내가 상상했거나 속으로만 가졌던 마음을 실제 실천했을 때 뿌듯함을 느낀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두피디아 여행기 공모전에 수차례 떨어졌을 때 인정을 받기 위해 노력했지만 내가 다녀온 여행에 대한 글을 썼고 완성했다는 사실에 만족했었다. 비록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을 때는 아쉬운 마음이 무척 컸지만 가끔씩 내가 쓴 글을 보면서 여행작가라도 된 마냥 성취감을 느꼈다. 사실, 여행기 공모전은 붙어도 그만, 떨어져도 그만이만큼 내 생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전업 여행작가라면 문제가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내게 글쓰기는 생계와는 다소 무관하기에 오히려 마음 편히 글쓰기를 할 수 있었다. 무명의 여행작가로 활동하는 지금도 조회수를 확인하는 습관이 있지만 그것에 연연하지 않는다. 내가 쓴 글이 아주 최고의 작품이 되지 않겠지만 글 쓰는 당시로서는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누군가가 알아주는 게 중요한 문제일 수 있지만 내 생존과 실존에 강력한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브런치에서도 내가 쓴 글은 전혀 유명하지 않다. 잘 쓰지도 않는다. 인정은 받고 싶지만 매달리고 싶지는 않다. ‘언젠가는 알아주겠지’라는 생각에 틈날 때마다, 지금처럼 글감이 생각날 때마다 긁적인다.


내가 존경하는 스승님은 ‘무게감 있는 글쓰기’을 추천하셨다. 선생님(저명한 교수님이지만 그분은 항상 자기 자신을 “선생”이라고 표현하신다. 그런 스승님이 참 좋다. 언젠가 이 말을 꼭 쓰고 싶었다.)께서는 일상적이거나 가벼운 주제보다 전문가로서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글쓰기를 할 것을 조언해주셨다. 분명 중요한 점을 짚어주셨다.

이른바 ‘내적글쓰기’만 추는 내 모습을 보고 듯해 스스로 아쉽다. 신나는 음악에 흥이 나지만 ‘내적댄스’만 추는 형국이랄까. 흥이 나면 뭐가 됐든 몸을 흔들어야 제맛이지만 그것을 억누른다는 것은 체면을 차린다는 느낌이 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글은 내적글쓰기를 탈피한 몸부림이라 할만하다.  


오늘따라 ‘문득’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최근 들어 다소 무료한 생활의 연속이다. 분명 시간적 여유는 많은데 글쓰기든, 뭐든 하지 않고 시간을 축내고 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데, ‘왜 그럴까?’ 싶어 아주 잠시 고민해봤더니 외적 동기 즉, 인정받을만한 ‘껀덕지’가 없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고 보니 무언가를 시작할 수 있는 동인은 내적보다 외적 동기가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내 경우에는. 이런 내 모습이 싫을 수도 있겠지만 싫다고 내가 아닌 것은 아니기에 인정해주기로 했다.

그나저나 오늘 대학원 면접은 잘할 수 있을까? 어제 갑작스럽게 비대면 면접으로 바뀌면서 다소 긴장감이 떨어졌지만 그래도 면접인 만큼 준비해야겠지. 삼천포로 빠졌지만 후회는 없는 걸로. 내 생각과 마음을 글로 쓸 수 있는 이 공간이 있어서 좋다. 많은 사람들이 봐주면 더 좋고~

이전 05화 노래는 생각이에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