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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원 Jan 21. 2024

주례사 4

오늘 아름다운 일요일에, 눈부시게 싱그러운 이 커플의 혼인을 축하하러 오신 여러분을 환영합니다. 


신부 C양은 H대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Y대학교에서 인지과학을 전공한 인재입니다. 현재는 증강현실 콘텐츠를 만드는 1인 스튜디오의 대표이자 스토리를 만드는 2인 기업의 팀원이기도 합니다. 신랑 L군은 호주에서 세계적인 요리학교인 LCB에서 공부하고 귀국,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습니다. 이제 새로운 사업을 통해 막 홀로서기를 시작한, 장래가 촉망되는 실력있는 셰프입니다.  


저에게 신부는 한없이 착하고 사랑스러운, 어찌보면 꽃길만 걸어야 할 것 같았던 제자입니다. 그런데 졸업 후 기업에서 사회 경험을 쌓은지 얼마 안 되어 홀로 독립하여 전문가로써 뚜벅뚜벅 성장하고 있습니다. 신부에게 소개받은 신랑은 제가 알고 있는 사람 중 아마도 가장 유쾌하고 예의바른 청년이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많은 사랑을 받으며 성장한, 옳바르고 사려깊은 사람이란 것을 금방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부부를 생각할 때마다 예술가의 삶이 떠오릅니다. 그러니까, 당장의 현실보다는 본인이 가지고 태어난 것을 더 소중히 지키기로 선택한 삶 말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커플은 누구보다 서로를 더 필요로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 짧지 않을 여정을 위해 두 가지 정도 조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는 서로를 위해 더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말입니다. 인생은 가지고 태어난 것이 참 많은 것을 결정하는 것 같습니다. 재벌가의 재력과, 연예인의 외모와, 엄친아의 IQ 가 그것입니다. 어쩌면 요즈음 젊은이들은 더 공감을 할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가 삶을 살면서 느낀 것은 인생은 결코 한두 가지로 우열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게도, 조그마한 노력들의 축적으로 얼마든지 더 나은, 제 나름의 최고가 될 수 있습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고, 항상 배우고 배려하며, 돈과 지혜를 축적하도록 하십시오. 젊은 날 힘써 성장하여, 서로가 약해지고 빈하여질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시길 바랍니다.  


둘째는 남들의 눈에 너무 판단을 맡기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예술가의 특징은, 세상의 인정을 받기에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세상이 주목하는 것은 나의 가장 좋은 것이 아닐 확률이 높습니다. 제가 방황하던 한 때 우리나라 봉준호 감독과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는 감독의 생애를 살펴 본 적이 있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우리는 아카데미상과 황금종려상으로 이들의 영화를 기억하지만, 사실 더 뛰어난 작품들이 훨씬 전에 나온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을 때 우리를 응원해 줄 가까운 치어리더가 필요합니다. 두 부부는 인내가 필요할 때마다 약간의 호들갑과 함께 서로에게 진심어린 조언과 격려를 아끼지 마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았다고, 두 커플의 가족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두 사람은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만끽하시기 바랍니다. 여러분도 이 젊은 가족의 탄생을 아낌없이 응원하고 축복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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