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한 하루의 막바지,
거실에서 드라마를 보며 비웠던 기운을 채우고 잠자리에 든다.
아래는 얼마 전 보았던 드라마에서 보고 들었던 대화 내용이다.
- 컨디션이 별로인 날도 있고, 이상하게 집중이 잘 안 되는 날도 있고,
공연장 피아노 상태가 별로인 날도 있어요.
그런데 세상에 나쁜 피아노는 없다,
다만, 나쁜 피아니스트가 있을 뿐이다. 라는 말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제가 감당해야 할 일인 거죠.
기분이 어떻든, 어떤 피아노가 주어지든,
늘 최선의, 최상의 연주를 해내야 한다는 거.
- 숙명이네요.
- 음. 어쨌든 연주를 망칠 이유는 다양하지만,
사실 관객들이나 평론가들이 피아니스트의 사정을 알아야 할 이유는 없죠.
그냥 그 순간.
무대 위의 연주를 놓고 평가하는 거고.
또 그게 맞기도 하고요.
모든 공연은 솔직히 다 부담스러워요.
- 그런데 어떻게 2, 3일에 한 번씩 무대에 섰어요?
- …먹고 살려고.
여기까지다.
요즘 삶의 궤적을 새로운 방향으로 옮기느라 분주해서인지 내게는 드라마의 대화 내용이 다르게 들렸다.
- 컨디션이 별로인 날도 있고, 이상하게 집중이 잘 안 되는 날도 있고,
항공기 상태가 별로인 날도 있어요.
그런데 세상에 나쁜 737은 없다,
다만, 나쁜 파일럿이 있을 뿐이다. 라는 말이 있거든요.
(있나요?ㅎㅎ)
그러니까 이게 제가 감당해야 할 일인 거죠.
기분이 어떻든, 어떤 보잉 737이 주어지든,
늘 최선의, 최상의 비행을 해내야 한다는 거.
- 숙명이네요. (비장미….ㅋㅋ)
- 음. 어쨌든 비행을 망칠 이유는 다양하지만,
사실 승객들이나 평가관들이 조종사의 사정을 알아야 할 이유는 없죠.
그냥 그 순간.
활주로에서 뜨고 내리는 그날의 비행을 놓고 평가하는 거고.
또 그게 맞기도 하고요.
모든 비행은 솔직히 다 부담스러워요.
- 그런데 어떻게 2, 3일에 한 번씩 비행을 해요?
- 먹고살려고.
흠… 여기까지인데, 개인적으로 마지막 대사를 조금 손보고 싶다.
이렇게.
- …만족스럽게 먹고 살려고.
오늘도 부담스러운 시간을 묵묵하게 걷고 있을
모든 피아니스트와 파일럿들에게 결국 평안이 찾아와 깃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