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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복빛나 Oct 21. 2019

Ep 8. 행복을 보지 못하는 아빠

내가 아이와 떨어져 지냈던 6개월은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서 아이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때는 아이의 짜증이나 장난 모든 것이 다 사랑스러워 보이고 행복했다. 

주에 한 번씩 가끔 가서 잠깐 시간을 보낼 때도 아이의 대변을 치울 때도, 아이의 얼굴에 난 솜털 하나까지도 신기하고 사랑스러웠다. 

마치 콩깍지가 씌여 만나는 풋풋한 연인처럼 모든 게 다 좋았고, 함께하는 순간이 행복했다. 그때는 어쩌면 애틋했기 때문이었을까. 

마치 연애하는 것 같았던 우리의 관계는 아내와 떨어져서 내가 홀로양육을 하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연애할 때는 보이지 않던 단점이 보이기 시작하고 어느새 사랑스러워 보이는 날보다 그렇지 않아 보이는 날이 삶을 잠식해 가기 시작했다. 함께 하는 시간만 변했을 뿐인데 마치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사랑은 점점 잊혀지고, 고통스러운 날이 점점 많아졌다. 


내가 아이와 풋풋한 연예를 하다가 결혼을 하기 시작하면서 콩깍지가 벗겨져서 였을까. 아이는 항상 그대로였는데, 나는 아이의 투정과 짜증, 울음, 억지 등의 안 좋은 면만 보게 되고 걱정만 하게 되었다. 언제나 아이는 그 자리에서 똑같이 웃어주고 있었지만, 어느새 나는 그것에 익숙해지고 말았다. 나는 행복과 불행을 다 쥐고 있으면서 행복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불행만 손에 쥐고 다녔는지도 모르겠다.  


행복과 불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가 투정부리고, 짜증내고 할 때는 힘들지만 아이가 아빠의 눈짓과 손짓에 반응하며 성장해가는 모습을 바라볼 때는 ‘이게 육아구나. 이게 부모가 누리는 행복이구나’ 를 체험할 수 있었다. ‘자식은 어릴 때 부모에게 효도 다 한다’ 는 말도 있지 않은가. 


하루 종일 화를 참아 내고 그러면서 아이에게 무심해졌던 날을 반성하며 그 날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면 어느새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사진을 찍는 그 순간에 좀 더 아이에게 행복한 감정을 전달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화가 나고 답답한 순간에 이런 행복한 순간을 떠올려봤다면 어땠을까.

지금 힘들고, 지치고, 포기하고 싶고, 이런 나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면... 그 순간 동전 뒤집듯이 오늘 나에게 웃어줬던 적을 떠올려본다면 어땠을까.

나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지만 행복은 내 주머니 속에서 항상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는 가능성을 가진 사람이다. 태어날 때부터 인류에서 가장 우수한 뇌를 가지고 태어나 단 10%도 쓰지 못하는 동물이 바로 우리 인간이다. 그 뇌 속에서는 수십 초분의 1의 시간동안에도 수십 번의 신경신호를 통해 기억이 저장되고, 떠오르고, 경험이 전송된다. 그 짧은 순간 속에 우리가 놓쳐버린 많은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속에 행복이 있음을 오늘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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