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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축복빛나 Oct 21. 2019

Ep 7. 함께하는 육아

‘육아는 엄마와 아빠가 함께 하는 것이다.’ 

최근 육아관련 서적이나 강연에서 정말 빠지지 않고 강조되는 말이다. 

여기서 아빠들이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먼저, 엄마가 육아를 할 때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 나는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과거의 아빠들의 일반적인 모습이었다. 아빠는 바깥일을 엄마는 집안일을 한다는 말처럼 확연히 나눠진 일을 해왔고, 육아는 온전히 엄마의 몫이었다.

그 다음은, 역할과 임무를 분담해서 자기 분야만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안 된다. 그렇게 되면 서로의 역할에 대해서 전혀 공감해 줄 수 없고, 비교하게 되고, 자신의 역할이 더 힘들게 느껴지면서 점점 육아로 인해 부부사이도 멀어지게 된다.

간혹 아빠는 아이랑 놀아주거나, 가끔 목욕하는 것만 한다. 재우거나 밥 먹이는 것 등은 옆에서 보고만 있어도 녹록치 않을 것 같다. 섣불리 도와주려 했다가 되려 내 비중이 늘어날까봐 선뜻 나서지 못한다. 

첫 문장을 오해가 없도록 다시 정리해 보자. 

‘육아는 엄마와 아빠가 적극적으로 함께 놀고, 먹이고, 재우는 것이다.’


우리 가정은 아내가 1년 육아휴직을 하면서 첫 3개월은 아내가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했기에 함께하지 못했고, 이후 6개월은 파견업무로 인해서 주 1회 정도만 집에 올 수 있었다. 

그러고 아내가 복직을 한 뒤, 내가 육아휴직을 6개월을 했다. 

고민을 많이 했지만, 양가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달리 선택권이 없었다. 휴직이 아니면 아이를 맡아서 키워줄 사람이 없었다. 


처음 육아휴직을 선택하기까지 고민도 많았지만, 막상 결심하고 나니 오히려 휴직기간 동안 ‘내가 못해본 것들을 해 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와 ‘아이와 더 많은 시간을 행복하게 보낼 수 있을까?’라는 설렘으로 장밋빛 미래를 꿈꿨었다. 

그동안 육아를 해오면서 봤던 좋은 점들만 가득했다. 물론 힘들 것이라고 생각도 했지만, 충분히 헤쳐 나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나는 생각보다 차분하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서 여행도 많이 다니고, 재미있게 놀아줄 자신이 있었다.  


∫ 육아는 멀티태스킹


요즘은 은퇴한 이후에도 손주들을 봐주느라 온전한 은퇴생활을 누리지 못하시는 분들이 많이 있다. 특히 맞벌이 가정이 많아지면서 막상 은퇴를 하고서 노후를 즐기려고 보니 손주들이 눈에 밟히는 것이다. 

이렇게 누군가 가족이 도와준다면 그래도 조금 낫다. 

온전히 혼자서 하는 육아는 정말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로 가혹하다.

저녁 준비도 해야 하는데, 아이는 놀아달라고 울며 보챈다. 그러면 아이 옆에 가서 놀아주는 척도 해주지만 마음은 다른데 가 있다. 아이는 혼자 놀 수 있지만, 밥은 저절로 지어 지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다 아이가 사고 치면 또 뒷정리도 해야 한다. 

밥을 먹을 때는 정말이지 전쟁이 따로 없다. 아이는 먹고, 흘리고, 던지고, 떼쓰고, 울고를 반복한다. 그러면 나는 먹이고, 달래고, 닦고 치우고를 반복하면서 내가 밥을 먹는 것인지 마시는 것인지 모를 정도로 얼른 먹고 아이에게 집중한다.  

정말 속상한 것은 기껏 열심히 준비했는데, 아이가 먹지 않겠다고 버티면서 던지거나 엎지르는 경우다. 이때는 그 누가와도 가만있지 못할 것이다. 

대화는 애초에 통하지 않는다. 아이는 말 못한다는 무기를 이용해서 불리할 때는 못알아 듣는 척 딴 짓을 하고 본인이 원할 때는 어려운 말도 척척 알아듣고, 손짓, 발짓, 눈짓에 옹알이까지 더해서 아빠에게 응답한다. 

가끔은 ‘얘가 말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다 알아들으면서 일부러 안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있다. 마치 보스베이비처럼...


∫ 함께해야 고통은 반이 되고기쁨은 배가 된다.


‘혼자하면 고통은 배가 되고, 기쁨은 반이 된다.’ 

내가 혼자서 육아를 해보면서 몸으로 느낀 점이다. 그러면서 아내가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공감도 해보고, 힘들 때 진심으로 다독여 주지 못한 내 자신에게 화가 나면서 미안했다. 요즘처럼 육아대디, 아빠육아 등 아빠들의 육아참여가 부쩍 늘고 있다. 그런데 한 번쯤 자문해봐야 한다. 나는 보여주기 식의 아빠육아를 하고 있지 않은지? 내가 생각하는 육아참여도와 아내가 생각하는 육아참여도의 괴리는 없는지?


자문해봤자 답은 주관적일 것이고, 아내와 대화를 해봤자 말로만 끝날 것이다. 

몇 일간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혼자서만 육아를 해보자. 

몸으로 느끼고, 기억하는 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다. 


∫ 만약에, IF


2018년에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아는 와이프>는 믿고 보는 배우 지성과 한지민이라서 처음에 보게 되었다. 

아이가 10개월이 되었을 때 첫 화를 봤던 것 같다.

첫 화의 부부의 모습이 너무 강렬했기에 끝까지 챙겨보고, 나중에는 예약판 대본집까지 사서 읽었다.


이 드라마는 '만약에' 라는 가정에서 시작한다.

현실적인 맞벌이 가정에서 벌어지는 직장, 육아, 부부관계의 문제들 속에서 '만약에' 라는 판타지적 요소로 다른 삶을 살아보게 되는 내용이다.

첫 화에서 아내 한지민이 화를 참지 못하고 괴성을 지르며 하소연하는 장면에서 '내가 저 애를 혼자 낳은 거냐고, 왜 나만 독박을 써야되냐고' 하는 대사에서 세상 모든 아내들을 대변하는 명대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서 아내가 어버랩되며 나한테 섬뜩한 비수로 와서 꽂혔다. 

지난 12개월 동안 직장여건 상 떨어져 지낸 시간이 많았다. 거의 1주에 한 번씩 볼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아내는 극중 한지민처럼 다 쏟아내고 싶을 만큼 원망과 고통이 쌓여 있었을 것이다.

그걸 나는 드라마를 보고, 또 이렇게 혼자 육아를 해보면서 알게 되었다. 


나는 웬만해서는 영화나 드라마, 책도 같은 것을 두 번 보는 것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드라마는 홀로육아를 하는 이 시기에 1회만 몇 번이고 반복해서 봤던 것 같다. 


옛 사자성어 중에 관계에 있어서 성공, 발전에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역지사지'일 것이다.

다른 사람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 생각이란 건 잠깐하고 금세 잊어버리거나 그 상황에 처하게 되면 동전 뒤집듯이 생각을 바꿔버리기 쉽다. 나는 바꿔서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는 절대 100% 공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직접 해봐야한다.

나는 아내와 똑같이 홀로 육아를 해보면서 정말 몸으로 뼛속까지 느낄 수 있었다. 이것은 잊고 싶어도 절대 잊을 수 없는 것들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힘들어도 아내한테 미안해서라도 힘들다고 못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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