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를 업고, 걸어서 18층까지
어느 추석 전날이었다.
하필 친정댁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고장이 났다. 추석 전날까지도 나는 그림 마감을 위해 일에 매달려야 했고, 딸아이를 친정에 맡기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갓 두 돌이 지난 딸을 안고 8층까지 겨우 올라갔다.
앞으로 10층을 더 올라가야 했는데, 이미 허리는 뻐근하고 무릎은 불편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더니 발목까지 아팠다. 2주를 참고 버티다 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결국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병원을 찾았다. 엑스레이를 찍고 나니 염증이 생겼다고 했다. 약을 먹고 물리치료만 받으면 된다고 했지만, 나는 문득 친정엄마가 떠올랐다.
내 작업실의 한쪽 벽에는 유치원 때의 사진이 걸려 있다.
여섯 살의 내가 엄마 등에 업혀 과자를 따먹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과자 따먹기 시합 중인 사진인데, 예전에는 등에 업힌 내 모습만 보이더니 무릎이 아프고 나서부터는 시선이 달라졌다. 어린 나를 업고 뛴 젊은 엄마가 보였다. 내가 과자를 한입에 물 수 있도록 발끝을 세우고, 몸을 비틀어 나의 입과 실에 매달린 과자를 맞추려 했던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얼마나 힘드셨을까? 아이를 업고 발을 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닌데......'
'허리가 부러질 것처럼 아프고 힘든데, 엄마는 어떻게 나를 업고 뛴 거지?'
그 사진 한 장이 우리 엄마를 다 담고 있는 듯하다.
내가 속이 상하는 건, 엄마는 어린 나를 업고 뛰었는데 나는 그걸 해드릴 수 없다는 거다.
이미 성인이 되었고 엄마보다 키도 5cm나 크고 체중은 15kg 이상 더 나가지만, 아무리 그래도 엄마를 업고 뛰는 건 불가능하다.
젊은 시절 나를 업고 뛰어준 엄마에게 보답하려면, 나는 얼마나 더 커져야 하는 걸까?
엄마가 더 작아지면, 그때가 되어서야 내가 엄마를 업어드릴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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