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마음
나의 중학교 졸업식에 엄마는 끝내 오지 않았다. 다른 친구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단란한 모습으로 추억을 남길 때, 나는 아빠와 단둘이서 사진을 찍었다.
그놈의 '금' 때문이었다. 일 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근무한 사람에게 '금 한 돈'을 준다는, 장난감 공장의 달콤한 제안에 엄마가 결국 넘어가고 말았다. 어려운 살림살이에 바둥거리던 엄마는 결국 현실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결국, 힘든 회사가 엄마를 금쪽같은 막내딸의 졸업식에도 가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금이라고, 금? 금 때문이라고?'
나는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조금도 이해하고 싶지 않았다.
성실함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엄마라지만, 아무리 먹고살기 힘든 우리 집이지만, 막내딸의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중학교 졸업식에 엄마가 빠진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떠올리기도 싫었다.
‘그깟 금이 중요해?'
'나는?'
'나, 엄마 막내딸이라고!’
그런데 그 말이 차마 떨어지지 않았다.
당시 금 한 돈 가격이 4만 원이었다. 그 돈이면 우리 집 다섯 식구 모두가 웬만한 외식을 여러 번 할 수 있는 큰돈이었다. 감히 뿌리치기 힘든 그런 유혹이었다.
졸업식을 하루 앞둔 2월의 어느 추운 겨울밤, 나는 베갯속에 얼굴을 파묻었다. 터져 나오는 울음을 삼키며 애써 잠이 들었다. 유난히도 외롭고 추운 겨울이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나도 한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잠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 눈을 감고 생각해 보니, 그 시절 '엄마의 어쩔 수 없는 그 마음'이 내 가슴속에 깊숙이 스며든다.
그래, 왜 사랑하는 딸의 중요한 순간에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겠나. 막내딸이 중요한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돈은 그야말로 급했으니까. 먹고살기에 급급했고 절실했으니까.
그래서 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으리라.
엄마의 그 고되고 아픈 마음은 내가 엄마가 되고 나서야 이해하게 되었다.
아이와 늘 함께 붙어 있고 싶지만, 현실은 생각보다 마음껏 놀아주지 못하고 일에 쫓기고 있는 요즘이다. 아이의 등원 준비를 간신히 마치고 학교로 들여보내지만, 학교에서 밖으로 나올 때면 내가 곁에 없을 때가 많다.
엄마인 내가 딸아이의 곁에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은, 나의 중학교 졸업식에 차마 함께 할 수 없었던 엄마의 그 마음과 겹쳐진다.
엄마는 내 곁을 단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다.
항상 내 곁에 있었다. 단지 그날은 몸만 공장에 있었을 뿐이다.
나는 안다. 엄마의 마음은 늘 나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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