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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란배꼽 Oct 26. 2024

100원 내기

기다리는 소중한 마음

    엄마와 나는 손을 꼭 잡고 종종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곤 했다.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다 끓여놓고 저녁준비가 다 된 후였다. 노란 은행잎들은 물기를 머금고 거리 위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아빠가 저 버스에서 내리면 100원! 어때?"

    "100원? 정말?"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버스에 아빠가 타고 있기만을 누구보다 바랐다. 

    '제발! 기필코! 꼭!'  

 '100원'이면 쌍쌍바 하나를 사 먹을 수 있었다.

    '내가 이기면 쌍쌍바 한쪽은 엄마한테 줘야지.'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 때문에 전봇대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번졌다. 이번에 오는 버스에는 아빠가 있을 것만 같았다. 버스 뒷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에이, 아빠 아니네." 

엄마는 내쪽으로 우산을 더 기울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휴대폰이 없었다. 집 한편에 스프링처럼 돌돌 말린 유선 전화기 한대가 있었다. 하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그러니까 집안에서 바깥 어딘가에 있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 수는 없는,  매우 궁금하고 걱정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었다. 

    "에이, 이번에도 아니네." 

어린 나는 기다렸다. 버스에서 아빠가 내리기를.



   엄마는 나에게 100원 내기를 하면서,  아빠를 기다리는 마음을 선물했다. 

셋이서 집으로 들어올 때가 있었다. 그런 날 밤에는 든든한 100원이 내 손에 꼭 쥐어졌다. 

엄마와 단둘이서 집으로 향할 때도 많았다. 그런 날에는 투명한 100원만이 내 손에 올려졌다. 



    엄마는 나에게 기다리는 마음을 가르쳐주었다. 

집으로 오는 아빠를 기다릴 때.  그리고 때로는 아빠가 곁에 없을 때조차,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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