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소중한 마음
엄마와 나는 손을 꼭 잡고 종종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곤 했다.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다 끓여놓고 저녁준비가 다 된 후였다. 노란 은행잎들은 물기를 머금고 거리 위 곳곳을 누비고 있었다.
"아빠가 저 버스에서 내리면 100원! 어때?"
"100원? 정말?"
저 멀리에서 달려오는 버스에 아빠가 타고 있기만을 누구보다 바랐다.
'제발! 기필코! 꼭!'
'100원'이면 쌍쌍바 하나를 사 먹을 수 있었다.
'내가 이기면 쌍쌍바 한쪽은 엄마한테 줘야지.'
세차게 내리는 빗줄기 때문에 전봇대 가로등 불빛이 희미하게 번졌다. 이번에 오는 버스에는 아빠가 꼭 타 있을 것만 같았다. 버스 뒷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우르르 내리기 시작했다.
"에이, 아빠 아니네."
엄마는 내쪽으로 우산을 더 기울였다.
그때는 지금처럼 휴대폰이 없었다. 집 한편에 스프링처럼 돌돌 말린 유선 전화기 한대가 있었다. 하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그러니까 집안에서 바깥 어딘가에 있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 수는 없는, 매우 궁금하고 걱정되는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었다.
"에이, 이번에도 아니네."
어린 나는 기다렸다. 버스에서 아빠가 내리기를.
엄마는 나에게 100원 내기를 하면서, 아빠를 기다리는 마음을 선물했다.
셋이서 집으로 들어올 때가 있었다. 그런 날 밤에는 든든한 100원이 내 손에 꼭 쥐어졌다.
엄마와 단둘이서 집으로 향할 때도 많았다. 그런 날에는 투명한 100원만이 내 손에 올려졌다.
엄마는 나에게 기다리는 마음을 가르쳐주었다.
집으로 오는 아빠를 기다릴 때. 그리고 때로는 아빠가 곁에 없을 때조차,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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