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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니 Nov 15. 2023

3개월 만에 퇴사하다

맞는 회사는 따로 있다

그렇다, 엄밀히 말하면 계약만료이긴 하다. 내가 계약연장을 안했다.


나는 전에도 내 글에 언급했었지만, 면접 10번 끝에 회사에 합격했었다. 1년의 공백 끝에 드디어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고 전회사에서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에 이보다도 더 힘들지는 않을 거라면서 들어왔었다.


그리고 처음에 보자마자 모두가 나이스한 태도로 나를 맞이했다. '잘 왔어요'라는 말을 나의 팀 부장님한테 듣는 순간 큰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다음날 컴퓨터를 받자마자 일을 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처음 들어오자마자 전 직장과는 다르게 인수인계를 제대로 못 받았다. 우선 나의 전임자를 못 보고 갔다. 그래서 일단 닥치는 대로 바로 업무에 투입되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업계자체는 처음이었어도 전 직장에서도 바로 업무투입 했던 것처럼 어느 직장이든 인수인계는 제대로 된 곳이 없기 때문에 참고 일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나 같은 일개사원의 책임범위가 점점 넓혀져가고 있었다. 신입이 책임져야 할 의무가 점점 높아져가고 있던 게 느껴지는 계기가 결국 생겨버렸다.


"이건 너의 상사든 너든 누군가는 말을 하던 미리 내던 해결을 했어야지...."

"나는 이렇게 주먹구구식의 스타일로 일하는 건 싫어..."


어느 하나의 일이 있었는데 그게 늦게 제출이 되었고 나는 내 상사와 컨펌을 받으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만 이게 내 상사의 상사가 왜 늦게 내냐며 나는 결국 꾸지람을 들었었다.


그날부터 나의 일하고 싶은 사기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당연히 알았었다면 그 일을 빨리 제출했을 것이다. 또한, 나와는 접점이 거의 없는 상사의 상사가 갑자기 나한테 이런 얘기를 하니까 당황했다. 나는 상사와 말을 잘 마쳤고 최종승인라인인 다른 부서 부장님과도 이야기를 잘 마친 상태였다. 그러나, 그 중간에 껴있는 상사의 상사분이 나한테 늦게 낸 것 때문에 혼을 낸 것이었다.


이게 차라리 아무와도 공유를 안 한 상태에서 낸 거였다면 당연히 꾸지람을 들을 필요가 있지만, 나는 내 상사와 그리고 최종승인라인의 부장님과 잘 이야기하여 마쳐서 진행을 완료하였는데 결국 나는 내 할 일을 했을 뿐 억울한 꾸지람을 들었다.


그래도 이게 신입으로 들어간 거고 2개월째이니까 마음을 다 잡고 다음부터는 늦게 내지 않고 미리미리 하면 되겠지 하면서 일을 이어나갔다.


물론 처음부터 일을 할 때부터 전에 했었던 직장과 너무 일이 달라서 괴리감이 들기 시작하였다. 그러면서 이걸 계속해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그래도 2개월밖에 안되었으니 기죽지 말고 다시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다짐하며 일을 임했다.


그런데 일을 하면 할수록 점점 많아지며 걷잡을 수 없는 양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야근이 지속되었다. 집에 10시에 오는 건 기본이었고 상사가 야근을 하다 보니 나도 야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야근만 하면 다행이었다. 양이 많아 주말에도 일하기 일쑤였다. 그래도 이것도 배우는 과정이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가면 갈수록 3개월도 안 된 채 나에게 번아웃이라는 게 찾아왔다. 초반에 너무 많이 힘을 쓰다 보니 재택근무를 하는데 정말 멍하니 여기가 어딘지도 모를 정도로 넋이 나가있었다. 밥을 할 여유도 없어서 배달시키는 일은 기본이었다.

재택근무하면서 바라본 하늘

그리고 어느 날, 결국 퇴사하고 싶었던 결정적인 계기가 찾아왔다. 내가 가장 힘들어했던 일이 있었는데 그 일을 완벽하게 익히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인수인계를 제대로 못받았던 일이였고 그 일때문에 주말, 야근은 기본이였다. 그런데 그걸 합작하는 회사와 함께하는 회의에서 나에게 그 일에 대해 그 자리에서 물어보기 시작하였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3개월밖에 안된 애한테 그 중요한 회의에 '이건 어떻게 되는 거죠?', '이건 숫자가 얼마죠?'라고 물어보면서 이 회의에서 내가 중요한 자리인 줄 몰랐었다. 나는 옆에서 받아 적고 그러면 되는 건 줄 알았었다. 언질이라도 한번 해줬다면 내가 조금이라도 찾아서 최선의 노력을 다 해봤을 텐데 이 일을 가장 힘들어하던 나에게 중요한 회의에서 그 일에 대해 나한테 오히려 질문을 하면서 회의를 진행한다는 게 아무리 생각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수인계도 제대로 안해놓고선 중요한 회의에 나를 부르다니.....이 일이 그렇게 중요했던 일이였나요? 그걸 왜 3개월도 안된 신입한테 시키는건가요? 애초에 이 일은 내가 일하는 중요도에서 그렇게 높았던것도 아니라고 얘기하셨잖아요...다른일이 있었는데 그게 더 중요하다면서요...중요도가 높은 일에 참여한 회의라면 이해하겠는데 이건 엄연히 초반에 얘기했던 일과는 다르잖아요...


그러면서 중간에는 한숨을 쉬며 답답해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더욱더 압박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이제 느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 까지는구나... 수고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퇴사를 하겠다고 말을 하였다. 정말 어이없는 말을 꺼내면서 내 선에서는 이해 못할말을 얘기하긴 하였는데 이건 좀 나중에 쓰도록 하겠다. 퇴사를 말한 이후로도 사내에서 수많은 많은 일들이 있었고 특히 어이없는 일이 있었지만, 결국에는 이 회사를 3개월 만에 계약만료로 마무리하며 나는 다시 취준생의 생활로 돌아왔다.


신입이라고 하면 뭐든지 시간이라는 게 있다. 근데 이게 회사마다 너무나도 천차만별이라는 걸 알았다. 전 직장에서는 나를 엄청나게 힘들게 했던 상사도 있었고 오히려 마음 맞는 사람은 지금 이 회사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 전 직장을 1년 3개월을 버텼었다. 건강만 아니면 더 버텼을 수도 있었을 정도로 전 직장에서 오히려 3개월 만에 바로 터득해라라고 말하지도 않았었다.(물론 한 미친상사가 나한테 초반에 그랬고 이사람때문에 힘들긴했지만 1명만 그랬다.) 혹여 3개월 만에 적응을 못했다고 하더라도 일 가지고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회사는 너무나도 달랐다. 빨리 팔로우업을 못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 실수는커녕 조금 늦게 냈다는 이유만으로 뭐라고 하는 꾸지람, 회의에 3개월 차 신입이 없으면 안 돌아가는 회사라면 뭔가 문제가 크게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 일이 정말 중요했다면 언질만 해줬어도 문제가 안되었을 것이다.


처음 한 달에는 되게 괜찮은 회사라고 생각이 들었으나 일을 하면 할수록 안 맞는 게 느껴졌고 보수적인 분위기 또한 안 맞는 게 느껴졌다.


그런데 내가 이 얘기를 퇴사 전에 다른 팀 동기 한 명한테 얘기했더니 나한테 한마디를 하였다.


"정말 언니가 이 일이 안 맞는 걸까요? 상사가 조금이라도 알려주고 체계적으로 했었다면 괜찮았을 것 같은데?"


라는 식으로 말을 하는 순간 정말 눈물이 나올뻔했다.

다른팀 동기와 술마시면서 이야기한 술자리

그렇다. 결국에는 나는 3개월을 계약만료로 마무리하고 나왔다. 원래 다들 참으면서 일을 한다고는 하는데 나는 도저히 못하겠었다. 내가 전 직장에서는 그렇게 더 갈굼을 당하고 뭐라고 했어도 내가 일에 자신감이 있어서 그런지 계속 밀고 나가면서 자신감 있게 일을 했었다. 무엇보다 일이 맞기도 했었다. 나는 당시에 그 일이 안 맞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다른 업계, 직무에서 일을 해보니 확실히 알았다.


오히려 나는 이 3개월이라는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고 본다. 물론 다시 직장을 구해야 하는 힘듦이 존재하지만, 내가 이 3개월 동안 일을 하면서 내가 어떤 걸 좋아하고 앞으로 어떤 직무로 나아가야 하는지 방향성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많은 걸 경험해 봐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취준생으로 돌아왔지만 이제는 굴복하지 않고 내가 원하는 일을 찾아 한발짝 길을 나서고 있는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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