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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많이 좋아하는 나라, 대만 가오슝을 가다

비슷하면서도 꽤 다른 동북아시아 여행기

by 시니 Dec 0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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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에 홍콩을 갔다 오고 두 달 만에 다시 대만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가오슝은 전부터 너무 가고 싶어 했었던 도시 중에 하나였다. 나는 대만 타이베이를 무려 2번이나 갔다 왔어서 타이베이가 아닌 다른 도시를 예전부터 계속 가기를 바라왔다. 그 도시 중에 가오슝이 가장 끌렸었다. 사촌동생이 20대 초반에 갔다 와서 당시에 가오슝이 매우 이쁘고 재밌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상친자(상견니에 미친 자들을 줄여서 부르는 말)인 나와 내 후배는 가오슝만 가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가오슝에서 타이난까지 기차 타고 1시간이면 도착한다고 해서 가오슝을 가는 것과 동시에 타이난도 가기로 했다.


후배는 대만여행이 처음이었다. 우리가 대만 가기 한 달 전에 후배는 이미 도쿄로 여행을 갔다 왔다. 그래서 후배도 꽤 자주 가는 것처럼 느껴졌으나 나에 비해는 아니었다. 나는 대만여행까지 해서 무려 5번이나 해외여행을 했다.


가기 전부터 학교후배랑은 2018년 7월 중국 여행 이후로는 처음이었다. 6년 만의 여행이었는데 이제까지 혼자 여행하거나 가족끼리 여행해서 너무 오랜만에 친구와의 여행을 하는 거라 기대가 듬뿍이었다. 상친자들끼리 가니까 더 재밌을 것 같았다!

라운지에서 맛있게 식사를 하고 나니 배가 든든해졌다. 저가항공은 물마저 안 주기 때문에 물도 한병 챙겨갔다. 8월에 홍콩여행 갔을 때는 캐세이퍼시픽을 타고 갔는데 라운지에서 먹고 캐세이퍼시픽에서 주는 기내식도 먹어서 배가 너무 배불렀던 적이 있었다.

다 먹고 면세점에서 립글로스를 사고 게이트로 왔다. 우리는 일부러 가운데 자리를 비우고 창가자리, 복도자리에 앉았다. 전에 베트남 갔을 때도 동생과 그렇게 앉았다가 결국 중간에 현지인이 앉았던 적이 있었다. 그래서 미연에 방지하고자 우리는 맨 뒷줄의 3번째 앞정도에 자리를 정했다. 맨뒤에는 거의 비어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결국에는 중간에 현지인이 앉아버렸다. 그런데 나한테만 그러는 게 아니라 내 후배 옆까지 팔걸이에 딱 걸고 다리는 쫙 벌리고 앉아있는 게 아닌가!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그냥 참고 갔었다. 나는 중국어를 할 줄 알았지만 2시간 반정도면 거의 도착하니까 그냥 참고 갔다. 후배도 옆에 있는 현지인과 기싸움했지만 기싸움에서 져버렸다. 그래도 나중에는 나름 편안하게 갈 수 있었다.

중간에 승무원들이 입국신고서 종이를 나누어준다. 나는 5년 전 타이베이가 마지막 여행이었는데 그때도 입국신고서를 썼는지 기억이 안 났다. 그렇게 입국신고서를 쓰는데 후배랑 떨어져 있다 보니 현지인이 중간에 끼어서 얘기를 했는데 갑자기 우리가 서로 이야기를 하니까 쳐다보기 시작했다. 눈치 보면서 보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보고 있어서 되게 민망하긴 했다. 나랑 후배랑 같이 아는 사이인 줄 몰랐던 것 같았다. 그렇게 가운데 비워놓기 작전은 실패했다. 갈 때 이런 방법으로 가는 건 비추이다. 그나마 맨뒤 자리 앞에 비어서 갈 가능성이 많다. 나는 참고로 예전에 베트남행이나 라오스행으로 갔을 때는 텅텅 비어서 전세 낸 것처럼 갈 수 있었다.


도착하니까 벌써부터 더운 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입국장으로 들어와서 까맣게 잊고 있었던 럭키드로우가 생각났다. 가오슝공항은 워낙 작아서 들어오자마자 럭키드로우 하는 곳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아예 줄을 길게 서서 사람들이 럭키드로우 하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자!

한국어로 설정이 가능해서 미리 한국에서 신청하고 온 럭키드로우를 한번 해봤지만 후배랑 나는 둘 다 꽝이었다. 럭키드로우가 많이 안된다고 하던데 확실히 확률은 높지가 않았다.

그렇게 가오슝공항에서 지하철 타고 qianjin역에 미려도역에서 환승에서 바로 올 수 있었다. 가오슝은 크지 않기 때문에 택시 탈필요 없고 바로 지하철 타고 올 수 있었다. 미리 한국에서 산 트래블월렛카드로 이용해 봤는데 앞으로 자주 이용할 생각이다.

내리자마자 후배가 딱 한마디 했다.


"언니, 여기 그냥 일본인데요?"


일본을 한 번도 가지 않은 나도 일본느낌이 너무 많이 나서 여기가 일본인가 싶을 정도였다. 사실 타이베이를 2번 갔다 오긴 했지만 타이베이에서도 일본 갔다 온 친구들이 대만이랑 일본이랑 정말 닮았다고 많이 얘기를 하였다. 그래서 안 가도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았다.


후배가 사진을 찍기도 전에 내가 거리 사진을 찍었기 때문에 찍으면서 얘기를 했었다. 후배는 약간 오사카와 후쿠오카의 중간 같다고 약간 마을 안으로 들어오면 이 느낌이라고 얘기를 했다.

그렇게 qianjin역에서 3분에서 5분 정도 걸으면 호텔 그리트인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친절하게 직원분들이 응대를 해주었다. 영어를 하려고 하자 내가 중국어로 대답하니까 중국어를 할 줄 아냐고 물어봤고 중국어가 가능하다고 얘기하니까 바로 나한테 중국어로 체크인 절차를 밟아주었다.


그렇게 키를 받고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퀄리티가 너무 좋았다. 깨끗하고 넓고 티비도 있고 야시장에서 먹을 거 사 오면 앉아서 편안하게 먹을 수도 있고 무엇보다 영국처럼 변기와 샤워실이 분리가 되어있었다. 세면대도 따로 나와있었다. 세 곳이 다 분리가 되어있다 보니 좋았다.

바깥경치는 비록 건물경치였다. 나름 대만에 온 느낌은 있었다. 정말 일본 느낌이 강했다.

조금 쉬다가 첫 번째 날에는 야시장만 가는 걸로 이미 한국에서 정해놓았어서 먼저 돈을 뽑기 위해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밖으로 나오니 벌써부터 해가 져있었다.

우리 호텔에서 조금 걸어가서 길 건너면 패밀리마트가 있었다. 대만 올 때마다 계속 느끼는 거지만 대만은 일본을 참 좋아한다. 편의점마저도 대체적으로 세븐일레븐 아니면 패밀리마트이다. 트래블 월렛이 있다면 패밀리마트 안에 국태은행에서 수수료 없이 현금을 뽑을 수 있다.

처음에는 뽑는데 헷갈렸지만 잘하다 보면 어렵지 않게 뽑을 수 있었다. 비밀번호 4자리로 설정했을 텐데 6자리로 입력하라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자기가 설정한 4자리 뒤에 00을 붙여서 뽑으면 된다.

안에 맛있는 게 있나 쭉 둘러봤지만 딱히 끌리는 건 없어서 돈만 뽑고 나왔다. 처음에는 각자 2000원 정도 뽑았다.

먼저 단빙을 먹고 바로 옆에 야시장이 있으니 야시장에서 먹을 거를 더 사가지고 가서 숙소 가서 먹으려고 했었다. 근데 단빙으로 유명한 맛집에 왔는데 이미 단빙은 다 팔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6시부터 오후 3시까지 운영한다고 얘기했다. 이날은 결국 단빙을 못 먹고 마지막날이나 중간에 시간 되면 와서 먹기로 했다.

아무도 앉아서 먹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포장해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나와서 야시장으로 향했다. 1,2분 거리에 야시장이 있었고 지나가다 보니 굴전을 파는 부스를 봤는데 너무 먹고 싶었다. 앉아서 먹는 사람도 꽤 많아서 여기서 먼저 먹기로 했다.

메뉴판은 한국어는 없다. 그냥 종합굴전과 새우가 들어간 굴전을 각각 하나씩 시켰다.

시키고 나서 후배는 근처에 마실 음료수를 사가지고 왔다. 어디서 사가지고 왔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맛있었다. 레몬아이스티였는데 그냥 가루 넣어서 섞은 맛이 아니었다. 안에 상큼하게 레몬 같은 게 떠다니기도 했었고 맛 자체가 매우 깊었다. 다시 먹고 싶어 질 정도였다.

굴전은 맛있었다. 되게 특이했던 게 엄청나게 쫄깃했다. 아마 전분을 사용한 것 같은데 엄청 끈적해서 내가 생각했던 굴전이 아니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蚵仔煎은 중국 푸젠성 음식이라고 한다. 예전에 샤먼에서 굴전을 먹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런 맛이 아니었던 걸로 안다. 샤먼도 대만과 가까워서 대만에서 파는 음식과 매우 비슷한 음식들이 많은데 확실히 대륙과 대만은 비슷하지만 음식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맛있게 먹고 더 둘러보기로 했다. 쭉 가다가 주인분이 나와서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흥미를 보이니까 고기 안에 파를 넣어서 말아서 파는 건데 정말 맛있다면서 한번 먹어보라고 하셨다.

영업을 잘하시는 것 같아 하나 먹어보기로 했다. 많이는 못 먹을 것 같았고 하나면 충분했다. 하나는 저렇게 하나를 구워서 잘라서 박스에 담아서 주신다.

사실 우리가 샀던 이 고기파말이는 그냥 그랬다. 파가 약간 신맛이 있으면서도 맵기도 했으며 오묘한 맛이 나기는 했으나 한국인이 좋아할 맛이 아니었다. 원래는 내가 정말 많이 먹는 대식가인데 다른걸 많이 먹다 보니 저절로 이 고기파말이는 두세 개 먹고 안 먹게 되었다.

아까 단빙 맛집이라고 했던 곳에 다시 가서 누가크래커를 샀다. 누가크래커를 팔고 있었는데 한번 먹어보고 나중에 단빙 먹으러 다시 와서 맛있으면 다시 사기로 했다. 추가로 여기서 밀크티도 샀다. 밀크티는 역시 50란 브랜드의 밀크티가 맛있었다. 라오지앙에서의 밀크티는 추천하지 않는다.


지나가면서 일본같이 생긴 거리가 있어서 또 찍었더니 후배가 이제는 나한테 하는 말이 '언니, 일본 5번 갔다 온 것 같은데요?'라고 이야기를 했다.


그 정도로 대만은 일본이랑 참 비슷한 것 같다. 타이베이에서도 그렇게 느꼈는데 여기 가오슝이나 타이난은 타이베이보다 일본색이 매우 짙었다.

야시장을 보면서 지나가다가 구운 버섯 파는 곳을 발견했다. 후배가 너무 먹고 싶다고 해서 하나 샀다. 대부분의 부스들이 소스를 고를 수 있었다. 소금만 넣을 건지, 데리야끼소스를 바를 건지 등등 취향 것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사다 보니 점점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초반에 왔을 때보다 사람이 많아졌다.

胡椒饼 후자오빙, 부추, 고기, 야채 등이 들어간 일종의 빵이라고 보면 되는데 우리는 너무 많이 샀기 때문에 한두 개만 사기로 했다. 대신 나는 고기가 들어간 빵 말고 팥이 들어간 빵을 샀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파이도 샀다. 대만 오면 무조건 사 먹는 음식이 지파이이다. 닭고기를 튀기니 뭔들 맛이 없을까 싶다!

대만에 오면 다들 꼭 먹는 큐브스테이크도 빠질 수 없다. 나는 타이베이 갔을 때 스린야시장에 가서 꼭 먹었던 게 큐브스테이크였다. 주인분이 굽고 있는데 우리가 원하지도 않는 후추를 넣길래 우리 건가 싶었는데 우리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주인이 담기도 전에 내가 봉지에 넣어달라고 얘기하니까 나한테 '慢慢来(만만라이)'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천천히라는 뜻인데  상황에 따라 천천히 하다, 천천히 오다 등등 다양하게 쓰인다. 천천히라는 말은 변함이 없는데 성격 급한 게 다 티가 났다. 누가 한국인 아니랄까 봐!

정말 많이도 사서 갔다. 가는 도중에 우리는 석가도 이미 샀는데 입구 쪽에 석가 파는 분이 우리 보고 한국인인걸 딱 알고 '안녕하세요~석가 맛있어요!'이런 식으로 말하는 게 아닌가! 너무 귀여운 목소리로 말해서 사야 할 정도였다. 나중에 야시장 근처를 몇 번 가는데 그때도 우리 볼 때마다 석가 사라는 얘기를 해서 정말 이쯤 되면 사야 하나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재밌는 야시장 투어를 하고 난 후 호텔 근처에 편의점을 들렸다. 가오슝에서 18일 맥주라는 게 유명해서 편의점에 가봤지만 없어서 그냥 가장 무난한 타이완맥주를 사들고 숙소로 왔다.


사다 보니 정말 많았다. 내가 이 사진을 엄마한테 보내자 엄마가 '둘이서 먹는 거야?'라고 물어봤다. 너무 오랜만의 지파이와 타이완맥주를 먹으니 좋았다. 버섯구이도 맛있었고 석가도 생각보다 괜찮았다.

원래 망고를 먹고 싶었으나 야시장에서 망고를 사려고 했더니 우리가 갔었던 10월에는 제철이 아니라면서 망고주스만 팔고 있었다. 그래도 석가 과일을 먹으니 달달하고 부드러워서 맛있었다.

앞에서 언급한 고기파말이인데 그다지 추천은 하지 않는다. 안에 파가 꽉 차있어서 맛있어 보였으나 생각보다 파가 우리나라에서 파는 그 파맛이 아니어서 아쉬웠다. 고기도 약간 질겨서 조화가 그렇게 좋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먹고 싶다면 시도는 한번 해봐도 나쁘지는 않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먹었는데 너무 배부르게 먹었던 탓일까, 운동이 하고 싶어 졌다. 호텔 안에 헬스장이 있어서 헬스장으로 갔다. 근데 전원은 켜져 있었는데 작동이 되지 않는 것이다. 수건옆에 전화기가 있어서 전화를 걸었다. 걸었더니 옆에 나와있는 끈으로 연결된 빨간색에 튀어나와 있는 부분을 넣어야 작동이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말을 듣는데 중국어로 얘기는 하지만 '빨간색으로 무언가를 하라'라는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거 가지고 뭔가를 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데 그 문장 자체가 잘 들리지 않았다. 나중에 후배랑 나랑 같이 시도하다가 후배가 여기다가 넣어야 되는 것 같다면서 넣었더니 작동이 되었다.


이때도 느낀 거지만 중국어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러나, 대만은 완전 남쪽이어서 남쪽발음이 심하고 하얼빈은 완전 북쪽이라 북방 방언을 써서 둘 다 너무 어렵게 들린다. 예전에 딱 중국 샤먼 비행기 타고 갔을 때 옆자리에 중국인이 앉았는데 그분이 허베이 출신이었다. 그분 발음은 정말 클리어하게 들려서 너무나도 잘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당시 9개월밖에 공부 못한 나에게도 잘 들릴 정도였다. 모든 사람이 내가 만났던 사람처럼 발음하면 좋겠지만 중국은 너무나도 크고 특히 대만은 대만대로 발음이 심하기 때문에 중국어는 어려운 언어는 맞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재밌게 배우고 그래도 러시아어보다 쉽다고 느껴지는 언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중국어는 앞으로 꾸준히 공부해야겠다고 느꼈다.


그렇게 런닝머신에서 20분 정도를 뛰고 숙소로 돌아와 씻고 다음날을 위해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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