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북도슨트 임리나 Aug 13. 2023

제목은 정확하게 써라

제목부터 써라 2

제목의 조건 3가지
1. 팔리는 제목이어야 할 것
2. 폼 나는 제목이어야 할 것
3. 정확한 제목이어야 할 것 
-가와카미 데쓰야

위의 세 가지 조건을 다 갖춘 제목이라면 좋겠지만 처음부터 완벽한 제목을 쓸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오랜 동안 조건의 첫 번째인 '팔리는 제목'은 작가보다는 출판사의 권한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출간을 하면서 겪었던 경험 때문이었는데요.


제목은 늘 인쇄 직전까지 확정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가 처음에 제목을 정했다고 하더라도 마지막까지 2-3가지 후보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도 많았고, 아예 새로운 제목이 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이 글을 쓰며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붙였던 제목으로 대부분 출간했습니다. 다만 마지막까지 늘 팔리는 제목인가에 대한 논의를 했었기에 출판사가 정했다고 생각한 것 같습니다.)

작가의 집필이 끝나고 편집을 하고 인쇄를 하게 되면서는 출판사에서 모든 과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제목은 출판사의 마케팅 영역으로 넘어간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출판사에서도 저자의 의견을 참고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팔리는 제목'을 최대한 만들어 보려고 노력합니다.

그러니 출간 경험이 많은 저자일수록 아무리 제목을 저자가 정한다고 해도 마지막에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제목은 마지막에 정해지는 것, 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다시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니 제목이 없는 글은 없었습니다. 말하자면 제목이 바뀌는 것입니다. 초고가 퇴고를 거쳐 완성이 되듯. 제목도 퇴고를 거쳐 완성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원제가 바뀌어서 히트한 이야기만 합니다.

예를 들면 '칭찬의 힘'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로 바뀌며 베스트 셀러가 되었고, 좀 오래된 책이지만 '바바 하리 다스의 칠판'은 '성자가 된 청소부'로 제목을 바꾸어 엄청난 베스트 셀러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제목의 힘을 강조하기 위해 하는 이야기지만, 이 이야기 속의 숨은 진실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작가가 붙인 제목이 있었다는 사실이고, 그 제목은 작가가 쓰고자 하는 '정확함'이 있었다는 것이지요.


영화 '록시 하트' 포스터

얼마 전에 뮤지컬 '시카고'를 보았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이라 뉴욕에서 두 번, 일본에서도 한 번. 마지막으로 한국에서 보았습니다. 그리고 의문이 생겼습니다.

왜 제목이 시카고일까?

스토리를 보면 여주인공인 '록시의 생존기'쯤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뮤지컬을 앞으로 보실 분을 위해 스토리는 생략하겠습니다.

물론 이야기의 배경이 시카고이고, 또 그 시대를 반영했다는 것을 알겠지만 처음부터 시카고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썼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그래서 뮤지컬 시카고의 탄생 배경을 찾아 봤더니 모린 달라스 왓킨이 쓴 '작고 용감한 여인'의 연극이 원작이라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후에 영화, 뮤지컬로 제작되며 '시카고'라는 제목을 달게 되었다고 합니다. 중간에 제가 생각한 것처럼 '록시 하트'라는 제목으로 영화화가 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제목의 3가지 조건으로 생각한다면 '작고 용감한 여인'은 정확함을 갖춘 제목이라면 '시카고'는 제목의 두번째, 세번째 조건인 폼나고 팔리는 제목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작가가 처음 글을 쓸 때 생각해야할 제목은 '정확함'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이후에 제목도 퇴고를 거쳐 더 사람들을 끌어당길 제목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입니다. 초고가 없으면 완성작이 나올 수 없듯이 처음에 정확한 제목이 없다면 사람들의 관심을 끌 멋진 제목도 나올 수 없을 것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함을 생각하지 않고 초고를 쓰듯, 마지막 제목이라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쓰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정확한 제목을 붙인다면, 제목 또한 퇴고를 거쳐 사람들의 뇌리에 깊이 남을 제목이 탄생할 것입니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당신. 다시 한 번 자신의 글에 붙인 제목이 얼마나 정확한지 생각해 봅시다.

 

   


이전 10화 제목에 주제를 담아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