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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Aug 20. 2023

제목에 주제를 담아라

제목부터 써라 7

순서와 단순화는 불명확한 주제를 향한 첫걸음이다.
-토마스 만 

지금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작품과 '제목'을 별개로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목'을 잘 짓는 법에 대한 이야기들은 마케팅 분야에서 다루었다. 그리고 그 제목은 이미 만들어진 작품이 있다는 전제 하에 제목을 무엇으로 붙이느냐라는 논의였다.

그래서 작가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제목이 작품과 무관하게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어야 한다고 이해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에서 말하는 제목은 '작가가 글을 쓰기 위한' 제목이다. 그리고 작가가 글을 쓰고 난 후에는 여전히 마케팅을 위한 제목이 다시 고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에서 얘기한 대로 글을 쓰고자 하는 '생각 덩어리'에 제목을 붙이고, 그 후 글을 쓰기 위한 제목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글을 쓰는데 영감이 되고 길이 되는 제목은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나는 왜 글을 쓰려고 하는가? 이런 자문을 해보지 않은 작가는 없을 것이다. 

일차적으로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일 것이다. 내 안에 있는 정리되지 못한 생각들, 응어리들, 상상들, 회한들. 그것들을 글로 적어보고 싶다는 욕구에서 출발한다. 그러다가 독자를 생각하게 되면 독자가 읽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겠다는데 생각이 미친다. 그래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고, 서점에서 어떤 책이 팔리나 관심 있게 보고 또 인터넷 서핑을 하며 요즘 사람들이 트렌드는 무엇인가 작가의 촉을 세우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이게 전부일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독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 이것에 잘 부합한다면 사람들이 많이 읽어줄까?


사람들은 '글재주'라는 말을 글에 대한 재능에 대한 정의로 쓴다. 글재주가 있다, 없다. 만약에 글재주가 있는 사람이 작가가 된다고 하면 작가에겐 어떤 소명이 있는 걸까? 

나는 진짜 작가란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읽기 싫은 이야기라도 그 이야기가 들어야만 하는 이야기라면 들을 수 있게 기록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마치 편식을 하는 아이에게 영양식을 먹이기 위해 메뉴를 개발하는 엄마의 심정으로 독자들이 듣고 싶어 하지 않는 이야기라도 유익한 이야기라면 잘 들을 수 있게 요리해야 한다고.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독자가 읽고 싶은 이야기가 읽어야만 하는 이야기라면 쓰기는 쉬울 것이다. 그러나 읽어야만 하는 이야기를 읽고 싶은 이야기로 만들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는 현란한 말솜씨에 현혹되는 것 같지만 실제로 담백한 말에서 본질을 찾을 수 있는 것처럼  작가의 화려한 수식어가 달린 문장이 아니라 작가의 명확한 '주제의식'에 감동한다. 이 이야기를 왜 꼭 해야만 하는지 명확한 주제의식이 없다면 이야기는 잘 전달되지 않는다.


인터넷에서는 '일기는 일기장에...'라는 댓글이 가끔 달리곤 한다. 이 이야기는 형식이 '일기'라는 것을 비난하는 얘기가 아니다.

이야기에 명확한 주제가 없다는 뜻이다. <<안네의 일기>>는 나치 시대의 소녀의 일상이라는 명확한 주제가 있고, <<키다리 아저씨>>는 편지글이지만 키다리 아저씨의 미스터리와 소녀의 성장기라는 주제가 있다.


3대에 걸친 재일교포 이야기를 다룬 <<파친코>>의 원래 제목은 '모국'이었고 주인공은 3대째인 솔로몬이었다고 한다. 원제에서는 주제가 확실히 느껴진다. 작가가 쓰고자 했던 얘기는 모국이라 부르기 어려운 모국을 가진 재일교포 3세의 이야기였을 것이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는 작가가 처음 쓸 때의 제목은 '팬지'였다고 한다. 팬지는 다름 아닌 여주인공 '스칼렛 오하라'의 원래 이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바라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고 나면 '스칼렛 오하라'라는 인물의 강렬함에 매료된다.


작가는 주제를 담은 제목으로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완성했고, 후에 출판을 앞두고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제목으로 바뀌었다. 


지금 글을 쓰기 위한 제목은 '주제를 담은 제목'이면 충분하다. 제목의 도움을 받아 끝까지 주제를 놓치지 않고 글을 쓴다면 독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들어야만 할' 이야기도 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  미래의 독자인 당신을 위해 책을 쓰고 있지만, 당신이 이 글을 읽은 후에 책을 쓴다면  나는  당신의 미래 독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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