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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Aug 14. 2023

'읽기 전에 재밌는' 제목을 써라

제목부터 써라 3

"나의 시(詩)들이지요." 그가 대답했다. 
로선스타인은 그게 책 제목이 될지 물어보았다. 
시인은 이 제안을 잠시 숙고했지만, 
그보다는 차라리 무제로 두는 편이 낫겠다고 말했다. 
"책이 그 자체로 좋다면....." 
그는 담배를 흔들며 웅얼거렸다. 
로선스타인은 책에 제목이 없으면 책의 판매에 악영향이 있을 거라며 반대했다. 
"서점에 가서 그냥 '있습니까?' 라든가 '한 권 있어요?' 라고 말만 하면 내가 무슨 책을 원하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맥스 비어봄, 단편소설 <에노크 솜즈> 중에서


많은 사람들이 글을 쓸 때는(작가의 입장이 되면) 독자의 마음을 잊어버리는 것 같습니다. 내가 책을 고를 때 어떻게 골랐는지 생각해보면 제목이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저도 생각해보면 제목이 끌리지 않는 책은 아무리 유명한 작가가 썼다고 하더라도, 베스트셀러라도 손에 집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 개인만의 느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실제로 2022년에  온라인 패널서비스 패널나우(PanelNow)가 조사한 결과게 따르면 책을 고르는 기준 1위는  책을 읽은 사람들의 후기를 본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가 제목과 목차였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작가, 베스트셀러가 3,4위였습니다. 이 통계만 봐도 제목이 미치는 영향은 정말 크지요. 그런데 저는 1위에서 책을 읽은 사람들의 후기를 본다고 하는데 그럼 애초에 후기를 쓴 사람들은 책을 어떻게 선택했을까요? 그래서 처음 책이 나와서 후기가 없는 책이라면 2위인 제목과 목차가 1위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이렇듯 자신은 책의 제목을 보고 고르고, 또 sns에서도 제목을 보고 글을 읽을지 말지 결정하면서 왜 자신이 글을 쓸 때는 사람들이 끝까지 다 읽어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예상하고 글을 쓰고 있는 걸까요?

제목이 끌리지 않으면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그 내용을 접할 기회를 잃고 맙니다.


습작 시절, 어느 작가분이 해준 얘기가 기억납니다.

글을 써보겠다고 열심히 글을 쓴 후에 그 글을 주변 사람에게 읽어달라고 합니다. 그리고는 다 읽었다고 하면 물어봅니다.

"읽어보니 어때?"

"읽어보니 재밌어."

라고 답을 하면 자신이 그래도 웬만큼은 썼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과정이 잘못되었다고 했습니다.

'어떤 글이든 다 읽고 나면 재미있는 것이고, 읽기 전에 재밌어야 한다.'라고 설명했었습니다.

'읽기 전에 재밌어야 한다.' 이것이 무엇일까 궁금증이 오래 저의 뇌리에 남았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글을 읽어달라고 부탁을 했을 땐, 그 글을 읽을 것인지 말 것인지 판단 과정이 빠진 채 의무감으로 읽게 됩니다. 그러면 나태주 시인의 풀꽃 시의 효과가 생깁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런'그런 효과말입니다. 그래서 자세히 보고 오래 본 상대방의 글이 좋아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평상시에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재밌을 것 같아야 읽는다'고 설명해준 작가분의 말처럼 먼저 선택을 해야 합니다.  

그럼 그 재밌을 것 같은 선택의 기준은 뭐가 될까요? 바로 '제목'입니다.


내가 작가가 아니라 독자라고 생각하면 의외로 쉽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누구보다 내가 읽고 싶은 제목을 붙여보는 것입니다. 이런 제목이면 나라도 읽고 싶지 않겠다는 제목은 붙이지 않는 것이지요. 읽기 전에 재밌는 제목, 그런 제목을 붙이면 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글 잘쓰는 법'과 '제목부터 써라'라는 제목의 책 중, 어떤 책을 읽고 싶은가요?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아 있는 당신, 당신이 붙인 제목이 당신이라면 읽고 싶은 제목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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