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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Oct 20. 2023

문장도 인생도 선택이다

울리는 문장을 써라 6

우리는 우리의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장 폴 사르트르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생각 못할 때가 있지만, 왜 그 선택을 했는지도 잊을 때가 있다. 

오늘날의 나를 만든 것은 그동안의 나의 선택이란 것은 잘 알면서도 왜 내가 그 선택을 했는지 돌아보지 않고, 다시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도 못한 채 흘러가기도 한다.


나는 글쓰기 수업 중에 '문장은 선택이다'라고 설명하고 '혼자라서'로 시작하는 문장을 제시한다. 

"혼자라서 그다음에 뭐라고 쓸까요?"

수강생들의 답은 제각각이다.

'혼자라서 외로워요.'도 있다면 '혼자라서 자유로워요.', '혼자라서 영화관에 갈래요.'. '혼자라서 심심해요.', '혼자라서 편해요.' 등등 다양한 문장이 이어진다. 같은 시작의 말로도 이어지는 말들이 비슷하기도 하고 또 정반대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혼자라서 외롭다.'라고 쓴다는 것은 자신만의 생각일 수 있으며 무턱대고 '혼자라서 외롭다'라고 쓸 것이 아니라 '혼자라서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서 외롭다.'라고 쓰는 것이 좋다. 

왜냐면 '혼자라서 자유롭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혼자라서 외롭다'라는 말에 동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혼자라서'와 '외롭다'사이에 자신이 생각하는 '근거'로 '함께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서'라고 넣어주면 혼자라서 외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혼자라서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글 쓰는 사람의 마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때론 문장을 선택한다는 것은 인생을 선택하는 것과 비슷하다. 

예를 들면, 아르바이트를 고용하는 입장에서 면접에 연락도 없이 나타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자. 그럴 때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는 '선택'이 된다.

어떤 사람은 면접에 연락도 없이 오지 않는 사람들이 예의가 없으며 또 그런 사람들로 인해 자신의 시간이 낭비되었다는 내용을 쓰면서 면접에 오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자고 쓸 것이다.

그러나 어떤 사람은 면접에 못 오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이야기로 시작하며  예의를 갖춘 그 면접대상자에게 얼마나 고마운지 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경우 첫 문장을 아래와 같이 예상할 수 있다.


1. 오늘도 연락도 없이 면접에 오지 않은 젊은이 때문에 짜증이 났다.

2. 오늘따라 면접에 오지 못한다고 연락을 해준 젊은이가 고마웠다.


첫 문장의 선택이다. 그다음에 또 두 번째 문장의 선택이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문장의 선택들이 이어져 한 편의 글이 된다. 순간의 선택이 이어져 인생이 되듯이. 

그리고 당연히 먼저 한 선택이 나중에 한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나중에 한 선택이 또 먼저 한 선택을 바꾸어 주기도 한다.

우리는 매 순간 선택할 수 있고, 그 선택은 얼마든지 우리를 바꿀 수 있다.

우리는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된다.

문장은 생각하는 것을 쓰는 것이지만, 생각과 쓰는 것 사이에는 늘 '선택'이 있다.

문장을 선택하면서 인생 또한 내가 얼마든지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는 무한한 가능성을 체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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