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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Sep 18. 2023

울리는 문장을 쓰려면 '시'를 읽어라

울리는 문장을 써라 3

시는 아름답기만 해서는 모자란다.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 필요가 있고,
듣는 이의 영혼을 뜻대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호라티우스


나는 문장을 잘 쓰려면 '많이 쓰기' 전에  우선 많은 글을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크라센의 읽기 혁명>>의 저자 스티브 크라센은  "문체는 쓰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읽기에서 나온다."라고 적었다.


수강생들의 글을 보면 그동안 어떤 글을 썼는지보다는 '어떤 글'을 읽었는지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고전만 읽었다고 하는 수강생은 문체가 기품 있지만 올드하고(장단점이 있다), 자기 계발 서적만 읽었다고 하는 수강생은 문체가 딱딱하고 은유가 적은 편이다. 에세이를 주로 읽는다고 하는 수강생은 일상적인 문체를 구사하고  시와 소설을 많이 읽은 수강생들은 은유적인 문장을 쓴다.


문체가 개성인 것은 맞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 첨삭을 할 때는 문체는 개성으로 존중하고 수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존의 자신의 문체만이 아니라 다채롭고 다양한 문체를 사용한다는 것은 자신의 세계가 확장되는 것뿐만 아니라 글쓰기 또한 자신이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확대되는 것이다. 이런 기회를 환영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고 하는 사람들 중에 시를 읽지 않는 사람이라면 일단 '시'를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많은 분들이 '시는 어렵다.'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는데 그 편견 때문인지 시는 베스트셀러 목록에도 들어 있지 않은 경우도 많고 또 일부러 찾아 읽는 독서인구도 적은 것 같다.

또 외국의 시 같은 경우는 번역의 어려움 때문인지 많이 소개되어 있지 않다. 이런저런 이유로 좋은 시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나만의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한 사람의 시집을 한 권으로 읽는 것은 읽다 보면 비슷한 것 같고 지루해져서 그만 손을 놓게 된다.


그렇지만 시는 책이 아니라 '시' 그 자체로 우리 일상에 가까이 있다.

나태주 시인의 '자세히 보아야/예쁘다/오래 보아야/사랑스럽다/너도 그렇다'라는 <풀꽃>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윤동주 시인의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로 시작하는 <서시>뿐만이 아니라 김광석의 노래로도 유명한 '그대 잘 가라'로 끝나는 <부치지 못한 편지>는 정호승의 시다.

'시집'은 멀리 있지만 '시'는 우리 가까이에 있다.

왜 그럴까?


'시'는 글이 아니라 '말'이다. '말하듯이 써라'라고 하는데 시가 '말하듯이' 쓰인 작품이다.

모든 문학 작품의 시작은 '구전'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서사시이고, 암송해서 전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밤 들어 노니다가/들어와 잠자리 보니/다리가 넷이어라'라는 처용가도 신라 향가에서 고려가요로 전해졌고, '춘향전', '심청전' 등도 판소리. 즉 구전으로 전해지는 것이 나중에 문학작품이 된다. 이렇듯 '시'에서 '극'으로 발전하고 후일, 정교하게 쓰인 형태가 책으로 묶인 '소설(이야기)'이 된다.


문학의 근원이 '시'에 있기에 문장을 쓰기 위해 '시'를 읽어야 한다면, 두 번째 이유는 시가 가지는 언어의 '정제성'이다.

수전 티베르기앵은 <<글 쓰는 삶을 위한 일 년>>에서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소설 형식을 빌려 말하고, 시를 다듬을 때처럼 다듬는다. 소설 형식은 진술을 너무 야단스럽지 않게 유지해 준다. 시 형식은 그 안에 담긴 의미를 확장해 준다."라고 했다.

글을 한번 써서 초고 상태로 공개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퇴고를 할 때 '시를 다듬듯' 다듬으라는 것인데 그것이 바로 언어를 고르고 씻어내는 '정제성'의 작업이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웬만한 시는 전문을 볼 수 있다. 그러나 정호승 작가는 '시집'을 읽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쓴 시가 변형되거나 잘려서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되는데 그렇게 의미가 잘못 전달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시집으로 읽어달라고 당부했다. 시인의 말마따나 인터넷에서 읽은 시를 시집에서 찾아보니 인터넷과 다른 경우가 꽤 많아서 시인의 말에 공감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 <<진달래꽃: 김소월 시집, 1925년 초판본 오리지널 디자인>>을 샀는데 읽기가 어렵다. 아무리 시를 원본 그대로 읽어야 한다지만 이건 과했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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