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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Sep 11. 2023

비키니를 입는 마음으로 써라

울리는 문장을 써라 2

고대부터 작가의 임무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우리의 많은 결점과 실패를 드러내고,
우리의 어둠과 위험한 꿈을 빛으로 끌어올리는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존 스타인백


 "어디까지 나를 노출해야 하나요?"

글쓰기 수업을 할 때,  글쓰기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없어 보이는 질문인 것 같은데 꽤 많은 수강생들이 하는 질문이다.

나는 지금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지만 글을 처음 쓸 때는 이 부분이 어렵기도 했다.

내가 많이 노출되는 것이 부끄럽기도 했고, 주변 사람들이 내 글에 등장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그런데 수년간의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은 사람들은 의외로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전자의 경우가 더 많았다.

그렇지만 나는 이 질문에 절대로 가볍게 답하지 않는다. 왜냐면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면 그 불안함이 글에 드러나기 때문에 보다 명료한 작가의 생각을 쓰기 위해 이렇게 대답한다.


"절대로 무리하지 마시고, 노출할 수 있는 만큼만 하세요."


이 대답을 들은 수강생들은 일단 안심하고 글쓰기를 하는데 결과적으로는 내가 보기에 적절한 노출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잘 조절하는 것 같다. 어찌 보면 어느 정도 노출하느냐보다는 노출에 대한 걱정이 더 글쓰기를 자신 없게 만드는 것 같다.


과거에는 글쓰기 수업을 듣기 위해서 '시'수업을 듣느냐 아니면 '소설'수업을 듣느냐 두 가지 선택뿐이었다. 그래서 나도 시는 내가 못쓸 거 같고, 대학교 재학 중에 소설로 상을 받았으니 고민할 것도 없이 '소설반'에 등록해서 6개월쯤 수업을 들었다. 그 후에는 문학상 응모도 하고 또 출간투고도 하며 책을 냈다.

그 당시만 해도 '에세이'는 배워야 할 것이란 인식이 없었다. 시인이나 소설가가 시나 소설 대신 쓰는 장르라는 이미지가 강했고, 딱히 배워야 할 기법도 없다는 암묵적 동의가 있었던 것 같다.


요즘에는 개인적 글쓰기가 많이 발전해서 글쓰기를 배우는 장르도 다양해지고 있다.

 '치유글쓰기', '서평 쓰기', '블로그 쓰기', '그림책 쓰기' 등등. 시나 소설 외에 다양한 장르의 글쓰기 수업이 개설되고 있다.

나 또한 주로 '서평 쓰기'수업을 하는데 서평을 쓰다 보면 자신의 얘기가 나오게 되고, 그러면 자신의 신상, 과거, 주변의 사람들 어디까지 노출해야 좋을지 고민이 되어 질문을 하는 것 같다.


글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을 써서 발표하는 게 부끄럽기도 하다.

수업에서 자신의 쓴 글을 다른 수강생들 앞에서 읽거나 또 sns에 올려서 읽히는 게 부담스러워 어쩌면 '발가벗겨진' 느낌이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그때 비유로 해주는 말이 '비키니를 입는 마음'이다.

우리는 모델이나 여배우가 비키니 입은 사진을 보면서 노출이 심하다고 생각하기 전에 '예쁘다'라고 생각한다. 그 정도는 일반적으로 쉽게 볼 수 있는 사진이기도 하다.

그리고 모델이나 여배우 입장에서는 비키니 입는 일을 일로 느끼고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열심히 몸매 관리를 하는 것처럼 글을 쓰는 우리도 글쓰기 능력을 키워서  남들에게 잘 읽히게 하는 게 중요하다.

자기 노출이란 발가벗은 것도 아니고 또 온몸을 꽁꽁 싸매는 것도 아닌 예쁜 몸매를 드러낼 수 있는 비키니를 입는 것이 아닐까.


내가 노출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독자들이 노출이라고 생각하는 차이를 인식하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노출이라고 걱정했던 것을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다. 공감이 되는 순간 노출은 더 이상 노출이 아니라 '문학'이 된다.  

존 스타인백의 말처럼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나의 실수와 실패의 경험들이 문학이란 이름으로 드러난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을 바꾸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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