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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Oct 22. 2023

밤에 쓴 연애편지를 보내는 법

울리는 문장을 써라 8

작가와 작가 지망생의 가장 큰 차이는
고쳐쓰기에 대한 태도이다.
수정을 꺼려한다면 아마추어라는 신호다.
-솔 슈타인

많은 작가들의 과거의 경험을 읽다 보면 '연애편지를 대필했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별>의 작가 알퐁스 도데도 학교에서 근무할 때 동료 선생님의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다가 그 연애편지가 화근이 되어 학교에서 쫓겨나는 위기에 처한다. <<시와 산책>>에서 작가 한정원도 어린 시절 사촌 언니의 연애편지를 대필한 경험을 얘기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2003> 영화에서는 편지를 대필하고 사랑이 엇갈리는 이야기가 중요한 모티브다.


이 정도라면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직접 연애편지를 쓰거나 그럴 대상이 없다면 대필로라도 연애편지를 써야 하지 않을까 싶다.


보통 처음의 글쓰기는 '일기'가 되고 그다음 글쓰기는 '편지'가 되는 경우가 많다. 요즘에는 거의 손 편지가 드물고 일기나 편지 대신에 ‘SNS' 글쓰기가 일기와 편지를 통합한 느낌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본인이 직접 쓰는 연애편지가 아니라 대필일까?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밤에 쓴 연애편지는 보내지 마라'라는 이유부터 생각해 봐야 할 것 같다.


나는 처음에는 밤이라 감상적으로 써서 보내지 말라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괜한 감정적인 실수로 상대를 오해하게 하는 실수를 막기 위해서라고.

종이에 편지를 쓰고 봉투에 넣었던 시절에는 봉투를 풀칠해 놓고도 상대에게 보내기 전에 걱정이 돼서 뜯어서 다시 보고 다른 봉투에 담아 보낸 기억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감상적'이란 게 꼭 나쁜 것일까. 내가 상대방을 생각하는 마음이 다소 감상적인 게 무엇이 문제일까. 오히려 밤에 쓴 편지를 상대에게 곧바로 보내서 나의 마음을 전하는 게 더 효과적일 수도 있지 않을까.


글쓰기 수업을 할 때

'왜 밤에 쓴 연애편지는 보내면 안 될까요?'라는 질문을 하면 다양한 대답이 나오곤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나오지 않는다.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초고라서...'이다. 

이렇게 말하면 그래도 다들 좀 웃는 유머가 되기도 하는데 그럴 때 덧붙여 말한다.


"아침에 수정하면 보낼 수 있어요."

밤에 썼던 다소 감상적인 연애편지를 아침에 맨 정신으로 다시 보며 낯 뜨겁고 부끄러운 부분을 수정하면 다시 보낼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연애편지를 다시 보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문자든 카카오톡이라도 말이다.


모든 글은 수정하면 할수록 좋아진다.

사지선다형의 문제에서 답을 모를 때 처음에 찍은 것이 정답인 것(이것도 꼭 맞는 것은 아니지만^^)과 달리 처음에 섬광의 흥분으로 쓴 글이 훌륭할 리가 없다. 헤밍웨이도 그랬다. '모든 초고는 쓰레기'라고. 본인은 <<무기여 잘 있거라>>의 결말을 39번 고쳤다고 했다.

상대방에게, 혹은 독자들에게 나의 쓰레기를 내보일 수는 없다.


또 <<해리포터>>를 쓴 조앤 롤링이 많은 출판사에서 거절을 당했다고 하는데 아마 거절당하는 동안 여러 번 원고를 수정했을 것이다. 똑같은 원고로 계속 투고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성공담을 '시도'에 대한 관점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고쳐쓰기'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글쓰기에 도움이 된다.


글쓰기 수업에서 글을 발표할 때 나는 발표 전에 첨삭지도를 해서 수정한 후에 발표하게 한다.

나의 의도는 두 가지다. 하나는 '고쳐쓰기'를 배우는 것이고, 그럼으로 인해서 조금 더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왕이면 자신의 글이 좋은 평을 듣는 게 글쓰기를 더 할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되리라고 생각한다.


내 수업을 처음 듣는 사람들은 내가 첨삭지도를 하고 나면 꼭 질문을 한다.

"고쳐서 다시 보내야 하나요?"

그 이유는 아마도 첨삭 지도 후의 수정은 본인이 알아서 하고 다시 확인받는 작업을 경험하지 못해서인 것 같다.

나는 다시 수정해서 보낸 글을 읽고, 또 수정이 필요하다면 그다음 단계의 수정 작업을 한다.

다른 사람 앞에서 글을 발표하기 전에 두 번 이상의 퇴고 작업을 거치면 좋다고 생각을 한다. 다만 시간이 없어서 한 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한번 더 수정하면 좋았을 텐데..'라는 아쉬운 경우가 많다.


글을 잘 쓰는 '방법'을 가르친다는 것은 글을 잘 쓰는 '과정'을 가르치는 말과 동의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과정'을 말로만 가르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확인해 주는 것, 그래서 스스로도 만족할 만한 완성도가 될 때까지 작업을 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글을 쓴 본인은 평생 자신의 글을 읽을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그 이유는 '기억'때문이라고 한다. 글을 쓸 때의 감정과 생각을 글을 읽을 때 기억하고 있기에 객관적으로 읽을 수 없다고 한다. 그렇기에 시간을 두고 기억이 희미해질 때 수정하는 수밖에 없다.


이쯤 되면 연애편지 '대필'이 얼마나 좋은 연습이 되는지 모른다.

일단 나의 이야기가 아니기에 객관적인 글쓰기가 되고 또 의뢰인(?)에게 검토를 받아야 한다. 의뢰인이 요구하면 다시 써야 한다.

객관성과 고쳐쓰기가 한꺼번에 훈련되는 아주 좋은 글쓰기 훈련과정이다.


밤에 쓴 연애편지는 보낼 수 있다. 단, 낮에 맨 정신으로 수정해서. 그전까지는 우체통에 넣지 않아야 한다.

나는 여러 번 고쳐 썼다고 해도 독자는 처음 읽는다.

독자는 내가 몇 번을 수정했는지는 관심이 없다. 그저 마음의 울림을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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