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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Mar 03. 2024

개판 찜질방에 다녀왔다

늦게 아이를 키우는 편이라 아이를 키우는 아이템이나 주위 환경들이 신기했다.

내가 먹이는 '액상 분유'를 보며 다들 놀라워했는데 물을 끓이고 분유를 타는 수고스러움을 줄여준 분유로 뚜껑만 열어 젖꼭지 뚜껑으로 교체하면 됐었다.

지금으로부터 백 년도 전에 밤중에 아이 분유를 끓이기 위해 숯부터 준비했다는 '나혜석' 글을 읽고 놀랍다기보다 안타까웠다. 주위에서 항상 부지런하다는 평을 듣던 그녀도 아이가 태어나고는 잠 좀 제대로 자봤으면 좋겠다고 호소할 정도였다.


그러고 보니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이 먹다 남긴 음식물 쓰레기가 아닌 사료를 먹고 일정 시간에 사료만 그릇에 덜어주면 된다. 그것도 귀찮다 싶으면 자동 사료기가 있다고 한다.(써보지는 않았다.)


이렇게 인간이 발전하며 반려동물 환경 또한 발전하는 게 당연하다 싶으면서도 '이런 곳도 있어?'라고 놀라는 곳들이 많은데 반려동물과 함께 갈 수 있는 '찜질방'이 있다는 말에 믿기지 않아 가보기로 했다. 


믿지 못할 분들을 위해 사진부터 공개한다. 

사장님도 사람들이 못 믿어할까 봐 그랬는지 이렇게 건물에 크게 붙여놨다. 


물론 나도 가보기 전까지 반려 동물 동반 여행사에서 여행 광고글을 보고도 믿지 못했다. 


반려동물과 찜질방? 과연 그게 가능해?

청주에 있다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2층에 붙은 간판이 진짜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강아지를 데리고 2층으로 올라가니 사장님은 정말 찜질방 탈의실 열쇠를 준다.

반려동물학을 전공했다는 젊은 여사장님 두 명이 운영한다고 한다.


이 분들 설명으로는 '습식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건식으로 운영한다.'고.

그래서 탈의실은 있지만 물로 몸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은 없었다.


모든 시설이 건식이지만 아주 만족스러웠다.

심지어 프라이빗룸은 또 한 번 개 덕분에 호강한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강아지를 위한 도구는 아니다. 사람을 위한 공간이고 강아지는 알아서 어딘가에서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우리 강아지는 잘 기다려주었다. 엄마를 못 떨어져 칭얼대는 아기보다 편하게 해 주었다고나 할까. 


건식 사우나 시설만이 아니다.

찜질방처럼 식혜도 팔고 계란도 판다. 또 한강라면도 있다.


사람 전용 찜질방과 별반 다르지 않다.


강아지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미끄럼 방지가 된 특수 장판이다. 그래서 인간은 꼭 슬리퍼를 신어야 한다. 맨발로 다니다가는 발바닥이 쓸릴 수 있다. 



문방구에는 애견용품도 팔고 있다.

요렇게 포토존도 있다. 

당시 중성화 수술 직후라 넥카라를 하고 있었다. 


늘 그렇듯 반려동물 여행사의 여행 상품은 느긋해서 좋다.

찜질방에서 무려 4시간쯤 있을 수 있어서 진짜로 힐링 여행이었다.

특히 이 날은 아이는 없이 댕댕이와 둘이 떠난 여행이었다. 


아이와 함께 왔다면 4시간의 찜질방 휴식은 다소 지루하다고 투덜거렸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프라이빗 룸에서 기계 안마를 받고, 한강라면도 먹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개판 오 분 전이란 말은 무언가 어지럽고 복잡한 상황의 표현이었지만 

내게 지금 개판은 평소보다 더 여유롭고 잠시 쉼이 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처음에 각오한 '개판'은 점점 나에게 여유와 즐거움이라는 의미로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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