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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도슨트 임리나 Mar 10. 2024

개판에서 피해 갈 수 없는 중성화

중성화.

단어 만으로는 너무 무미 건조하게 들린다.

그러나 조금 생각하면 다른 단어들이 떠오른다. 바로 '거세'라는.


보통 6개월에 중성화를 한다고 하는데 강아지가 작은 편이라 2kg가 될 때까지 기다려보자 생각했다.


남편은 "꼭 안 해도 돼."라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나는 책에서 수퇘지를 거세시킨다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었다.

그 이유는 공격성도 적어지고 고기도 연해진다는 이유라고 했다.

인간의 입맛을 위해 거세되는 동물이라니.


강아지나 고양이는 인간과 동물 양쪽을 위한 '거세'라고 하는데 돼지의 거세는 인간의 입맛이란 것에 충격이었고 또 옛날부터 그래왔다는데 놀랍다. 사람들의 경험이 누적된 것이라니 어찌 처음부터 그런 걸 알았을까 싶기도 하고. 


동물의 거세만이 아니라 인간의 거세도 역사적으로 있어왔다.


우리나라의 환관(내시라 불리는)들이다.

임금님이 있는 곳에는 다른 남자가 있을 수 없다 하여 궁에서 일하는 자격 조건이 '거세'였던 시절이었다.

지금이야 인권을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얘기지만 그때는 또 그렇게 다들 받아들이고 지내지 않았을까 싶다.

거세를 하면 공격성이 떨어진다고 하니 환관들의 거세는 임금님에 대한 보안도 생각한 게 아닌가 추측한다.


물론 나도 중성화가 꼭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러나 마킹을 시작하고 마운팅을 하고.... 그러는 모습을 보다 보니 빨리 중성화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아이는 2kg이 되지 않아 위험하다는 글이 여기저기 보이는데 

의사 선생님은 할 거먼 빨리 하는 게 좋다면서 보통의 경우에도 천 명중 한 마리는 깨어나지 않는다며

그 위험성에 대해 아주 객관적으로 얘기해 주셨다.


그래서 마음의 결정을 하고 중성화를 하던 날.

나에게 보호자 사인을 하라는데 어찌나 떨리던지.


그리고 병원밖에서 기다리던 두 시간이 너무 길게 느껴지고 밥이 넘어가지 않았다.

그 사이 남편도 아이도 계속 전화를 해서 강아지가 어떠냐고.


다행히 두 시간 후 조금 비틀거리며 내 품으로 멀쩡하게 돌아왔다. 넥카라를 하고서.


전에는 강아지들이 왜 넥카라를 하고 돌아다니는지 몰랐다.

넥카라를 하고 강아지를 데리고 나갔을 때 다른 사람들도 모르는 눈치였다.

아픈 강아지냐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혹시 길 가다가 이런 강아지를 보시면 '아~그 수술을 했구나.'라고 이제는 알 수 있다. 


강아지의 중성화에 가장 걱정했던 사람은 남편이었다.

그리고 수술 후에도 너무 불쌍하게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넥카라 안으로 손을 넣어 가렵냐며 긁어주기도 했다.


남편의 감정이입이 묘하게 이해가 가기도 했다.


진정 동물을 위한 중성화인지 인간을 위한 중성화인지, 둘 다를 위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조금 더 '러키'와 지내다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초보 견주로 무사히 중성화가 끝났다는 것만으로도 안심이다. 

일주일 동안 넥카라를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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