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쉽게 '시간이 없어서' 책을 못 읽는다고 하거나 아니면 '책을 일을 시간이 없다'라고 말합니다.
책을 못 읽는 것이 시간만의 문제일까요?
저는 질문을 바꾸어 묻고 싶습니다.
'책을 어디서 읽나요?'라고요.
쉽게 떠오르는 장소가 있을까요?
저는 주로 침대에서 읽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로 새벽에 잠자기 전에 혹은 잠깐 쉬려고 누웠을 때 책을 펼치게 됩니다.
예전에는 전철에서도 책 읽는 풍경이 흔했지만 이제는 다들 핸드폰 삼매경이지요.
저는 가끔 버스를 타는데 버스 안에서 책을 꺼내 읽기도 합니다.
몇 십 년 전에는 일본과 비교하면서 일본에서는 사람들이 전철에서 책을 읽는다고 대대적으로 이야기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 실제 일본에서 보면 저는 이 말이 과장되었다고 느낀 게 그 당시 일본에서 사람들이 대부분 읽던 책은 만화였습니다.
'점프'라는 소년 만화는 만화 1회가 전철 한 정거장의 길이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소녀만화 잡지는 전철에서 읽지 않기에 연재만화라도 길게 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제는 일본도 다들 핸드폰으로 봅니다. 그래서인지 더 이상 일본인들이 전철에서 책을 읽는다는 얘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요즘은 좀처럼 남들 눈에 띄는 곳에서 책을 펼쳐드는 사람이 줄어든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책을 읽을 장소는 과연 어디일까요?
저처럼 가방에 책 한 권 이상 가지고 다니며 짬짬이 꺼내보는 사람들이 많이 줄었을까요?
저는 지난 주말에 토요일과 일요일 아이와 개와 숲산책을 했습니다.
그때 멋진 의자를 발견하고는 그곳에 앉아 책을 펼쳤습니다.
오랜만에 야외에서 책을 펼쳐 읽는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잔디밭에 누워서 책을 읽거나,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는 모습이 이제는 옛날 영화 속에서만 존재하는 모습이 된 걸까요?
책을 읽는 시간보다 '책을 읽는 장소를 잃어버린' 우리들이 아닐까요.
어쩌면 책을 읽는 시간보다 책을 읽는 장소를 찾는다면 다시, 책을 읽을 수 있지 않을까요?
앉아서 책을 펼쳐 들었던 숲속 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