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암?
수술 끝나고 요양 병원에 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남편이 그렇게 말했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요양병원??할머니 할아버지들 죽어가는 곳에 나더러 가라고?
나는 당연히 안 간다고 했고 이런 나에게 남편은 조금 더 설명을 해줬다.
아니, 그런 곳이 아니라 시설도 굉장히 좋고 수술하고 회복하거나 항암 치료 받을 때 좋대. 강남에 있는 건 한 달 비 비용이 엄청나. 그런데라도 네가 원하면 보내줄게.
집 근처로 할 지 강남쪽으로 할지 생각중이야.
솔직히 암진단을 받은지 며칠 지나지 않았고 당장 앞두고 있는 수술을 위한 입원 검사만 해도 무서워 죽겠는데 수술 후에 암전문요양병원은 전혀 와닿지도 않았고 그런 곳이 있구나...정도로만 생각하고 넘어갔다
입원 검사를 끝내고 수술을 위한 입원을 한 첫 날, 남편은 입원 설명을 하는 간호사에게도 물어봤다.
요양병원 어디가 좋으냐고....
그러나 간호사의 대답은 단호했다.
'그냥 집으로 가는 게 좋아요. 여기서도 죽만 먹으면 퇴원시켜요.'
그래서 나도 그때까지만 해도 빨리 수술이 끝나고 집으로 가고 싶다는 마음 뿐이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본병원에선 요양병원을 절대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인기가 많던 병원들도 요즘에는 환자들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 덕분에 나도 인기 많은 병원에 수월하게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기대감 때문이었는지 수술도 잘 되었다 하고 낼모레쯤 퇴원할 수 있겠다고 할 때 갑자기 고열이 올라 응급수술까지 예상하면서 응급시술로 다행히 증상이 호전되어 한 고비는 넘겼지만 나는 위험한 환자가 되어 열이 조금만 올라도 간호사와 의사들이 달려오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입원 기간이 짧기로 유명한 그 병원에서 장장 12일을 입원하고 퇴원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퇴원할 때쯤에 집으로 바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고 또 응급상황이 올까봐 무조건 병원근처의 요양병원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남편한테 병원 근처 요양병원을 알아봐달라고 했다.
그래서 아무 사전정보 없이 남편이 예약해준 ‘암전문요양병원'으로 가게 되었다
병원에 처음 들어서자 상당히 깔끔하고 세련되고 또 화사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건물이 전에는 웨딩홀이었는데 어느 정도 그 때 인테리어를 남겨놓은 것 같았다.
입원 수속을 위해 들어간 원무과는 마치 결혼식 상담을 위해 마련된 공간의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남편이 보내준 화면에서 잠깐 보았을 때 일부러 병원 침대를 쓰지 않아 집처럼 편안한 분위기를 제공한다고 했는데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았다.
나는 모션베드를 쓰는 특실(그러나 4인실)을 배정 받았다. 보통 특실이면 1인실을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4인실을 특실이라고 하는 게 이상했지만 4인실이라 해도 본병원보다는 훨씬 넓고 개인 공간도 많은 편이라 불편해 보이지는 않았고 현재는 다른 환자와 함께 2명만 쓰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나는 짐을 남편이 옮겨서 병실에 세팅을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절대로 보호자는 병실에 올라갈 수 없다고 해서 간호사들이 짐을 옮겨주고 내가 간단히 짐정리를 했다.
그리고 병원 안내를 받고 '원장님과 면담'시간이 되었으니 원장실로 가보라고 한다.
본병원에서는 의사와 독대를 할 때는 '수술 동의서'를 쓸 때 정도였던 것 같은데 이곳에서는 바로 이렇게 원장님과 면담을 하는 건가 싶어 좀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원장님이 내가 본병원에서 가져간 자료를 확인하며 이것저것 물었다.
혹시 불편한 곳이 없냐고 묻는데 수술 후 화장실을 자주 가는 것이 제일 불편하다고 하자 그 증상은 원래 그런 거고 6개월이나 1년이 지나야 나아진다고 했다.
그래서 생각난 게 오십견으로 고생했고 아직도 팔을 움직이는데 힘들다고 얘기했더니 그럼 어깨 물리치료를 받아보라고 했다.
'오 이곳에 물리치료실도 있구나.'
나는 당장 저녁에 물리치료를 받았고 아주 만족했다.
나는 방을 같이 쓰게 된 k를 처음 보고 놀랐다.
내가 놀란 이유는 나보다 한참 어려 보인다는 것과 그냥 밖에서 만나는 일반인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도 암환자이면서도 암환자는 뭔가 다를 거라고 생각하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k에게 적극적으로 말을 걸거나 무언가를 함께 하기에는 기운이 없었다. 그리고 화장실을 자주 가야 하기에 마음 편히 누군가와 얘기를 나누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본병원에서 2시간마다 혈압과 체온을 재느라고 제대로 잠을 못자서 우선 잠부터 자고 싶었다.
식사 시간이 되자 k가 말을 걸었다.
'언니 밥 먹으러 가요.'
k를 따라 식당으로 갔는데 일단 내가 놀란 것은 '머리카락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었다.
요양병원이라기 보다 수도승들이 모여 있는 곳에 온 느낌이었다.
이제서야 조금 이 많은 사람들이 다 암환자라는 사실을 실감하기 시작했고 정말 세상에는 많은 암환자가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은 얼마 전까지만해도 환자가 아닌 정상인으로 생활을 했을 것이라는 것이라는 너무 당연한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다
모두들 친절하고 따뜻하고 조용했다.
그래서 더 수도승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오버하며 나에게 말을 걸지도 않았지만 또 나에게 무관심하지도 않은 적당한 친절을 보여주었다.
평생 기숙사란 곳에서 생활해본 적은 없지만 '기숙사'같은 분위기였다.
그리고 내가 간 곳은 여자만 가는 곳이었기에 여자기숙사처럼 옹기종기 모여 다니며 간간히 이야기 소라가 들리거나 웃음 소리가 나기도 했다
본병원에서는 같은 암환자들끼리 같은 병실을 쓰기에 다른 암환자를 만날 일은 없었다.
그런데 이곳은 다른 암환자들도 있을 거라 생각하며 저렇게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이 다 암환자구나...싶었다.
그래서 나는 밥을 먹고 병실로 돌아와 k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너무 젊어보이고 환자 같지도 않아보이는데 무슨 암이에요?”
“저, 유방암이에요. 양쪽 다 전절제했어요.”
다소 담담하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하는 k의 말을 듣고 나는 머리를 쿵하고 한대 맞은 것 같았다.
아니 도대체 어쩌다 저 어리고 예쁜 아이가 유방암에 걸렸을까.....싶었다.
그 후에 안 사실이지만 여자들만 있는 곳이고 하니 상당 수 유방암 환자들이 있었고 나보더 어린 아이들도 많다는 사실에 나의 암은 아무 것도 아니란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아마 내가 요양병원에 오지 않았다면 세상에서 나만 암환자이고 나만 힘들고 나만 투병을 한다고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나는 나보다 더 큰 수수술을 하고 더 긴 치료를 하는 사람들 무수히 많이 보게 되면서 또 그들과 함께 웃고 울고 마음을 나누며 요양병원에 오지 않았다면 절대로 배우지 못했을 것들을 참 많이 배우게 되었다.
p,s: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경험이고 암전문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하려고 쓴 글이 절대 아닙니다. 암치료에 있어서 수술이나 항암치료 등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보도 있지만 '암전문요양병원'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글을 씁니다. 그리고 암전문요양병원도 병원마다 편차가 크니까 어디까지나 이 이야기는 제가 있었던 병원에 대한 개인적 체험으로 이해해주기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