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암환자 사이

너도 암?

by 북도슨트 임리나

S언니는 등장부터 남달랐다

큰 키에 서글서글한 외모가 눈에 띄었고 환자복을 입고 있어도 감출 수 없는 포스가 느껴졌다


처음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S언니는 손에 이불을 들고 있길래 왠 이불이냐고 하니 병원에 있는 이불이 불편해서 개인 이불을 가져오는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불에 좀 민감한가?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유명한 침구회사 대표였다


우리가 S언니의 직업(?)을 안 후부터는 사장 언니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내가 다른 방에 있다가 S언니의 방으로 옮기게 되어 같이 생활하게 되면서 가까이에서 본 모습은 항상 방에 있는 사람들을 두루두루 살피고 챙기고 배려하는 모습에서 S언니가 회사를 이렇게 경영하겠구나 싶었다


밥을 먹으러 갈 때면 꼭 방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일일히 개별적으로 말을 걸어 밥먹으러 가자 하고 밤에 소등을 할 때도 괜찮은지 물어보고 만약에 원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시간을 조율해서 되도록 모두의 의견을 존중해주었다

또 외출에서 돌아올 때면 꼭 병원에 있는 우리들을 생각해서 먹는 것을 잔뜩 사들고 오곤 했다


그리고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회사와 일에 대한 열정이었다

‘구스’ 침구를 메인으로 다루는 회사라 구스 침구에 대한 애정을 S언니와 조금만 얘기하다 보면 알 수 있었는데 누가 구스에 대해 물으면 상냥하면서도 진지하게 설명하는 모습, 내가 그림책을 보여주자 너무 좋다며 자신의 회사의 이불과 콜라보 하고 싶다는 등,

입원 중에도 자나깨나 본인의 사업을 생각하는 ‘대표’의 마인드는 존경스러웠다


그런 S언니는 유방암에 걸려 수술을 하고 1차 항암을 하고 요양병원에 온 경우였다

S언니는 일단 3주에 한번씩 항암치료를 4번 하고 그 이후에 12차 항암이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1차 항암치료를 할 때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도록 ‘아이스캡’을 썼다고 한다

머리에 드라이 아이스를 채운 캡을 항암치료하는 시간 보다 3-4시간 더 써야하는 고충을 감내하면서도 시도했다

그래서 우리는 모두 기대를 했다

그리고 아직 항암치료를 할지 안할지 모르는 K는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는 S언니를 보며 자신의 희망이라고 했다


그런데....

1차 항암이 끝나고 2차 항암치료 며칠 전부터 머리카락이 한웅큼씩 빠지고 S언니가 걷기만 해도 머리카락이 바닥에 툭툭 떨어지고 있었다


항암치료제의 대표적인 부작용이 ‘탈모’인데 약이 얼마나 독한가에 따라 영향이 미치는 것 같았다 유방암의 경우 특히 항암치료제가 독하기로 유명해서 거의 100퍼센트 머리카락이 빠진다고 했다

이 병원에서도 머리카락이 없는 사람은 유방암이겠구나 추측할 수 있었다


경험자들은 말한다

처음에는 머리카락이 빠지고 민머리가 되는 것이 너무 싫고 걱정되었지만 치료가 너무 힘들어서 나중에는 머리카락은 신경쓰이지 않는다고


그래서일까

S언니는 2차 항암치료를 가면서 아이스캡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빠지기 보다 싹 없는 게 가발 쓰기 편하다고 덧붙였다


아마 머리카락을 보존하고 싶었던 이유는 단순히 외모가 망가지는 것이 싫었다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대표’이기 때문에 회사에 일반직원처럼 ‘병가’를 내고 장기간 출근하지 않을 수 없던 이유 때문이지 않았을까 싶다

항암치료를 받는 중에도 상태가 좋으면 잠깐이라도 화사에 들러 직원들을 만나야 하는 S언니는 최대한 환자처럼 보이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회사 일 때문에 잠시 외출했다 돌아오면 S언니는 말했다


여기 오면 맘이 참 편해

우리는 그 말 뜻을 충분히 알고 공감할 수 있었다

병원밖에서는 환자라는 것을 최대한 드러나지 않게 조심하고 신경써야 했지만 이곳에서만은 환자인 것을 감추지 않아도 되고 쉽게 어디가 아프고 불편하다 말할 수 있고 머리카락이 없는 걸 감추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리라


병원밖에선 각자의 삶을 살아왔고 서로 다른 일들을 했지만 이곳에서 우린 같은 암환자다 그래서 맘놓고 솔직할 수 있다는 게 치료의 가장 좋은 환경이 되는 게 아닐까 싶다

암환자이면서도 배려받기보다 암을 모르는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 일반인을 걱정해야 하는 경우도 오히려 많다


2차 항암치료를 위해 본병원에 입원을 하러 간 S언니가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길 기다린다

‘마음 편히 있을 수 있는’ 이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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