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이 책 읽어보니 흥미로웠어. 너도 읽어볼래.”
중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하는 필자는 청소년들과 책을 읽고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특히 서로가 추천하는 책은 하나의 연결점이자, 책 친구라는 공통분모가 된다.
관심 분야가 다르지만,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이 만나는 지점은 함께 호흡하는 시간으로 남는다. 예를 들며 이현의 ‘라이프 재킷’을 읽고 거대한 삶의 파도 앞에서 ‘우리는 우리를 용서할 수 있겠냐’는 묵직한 주제를 나눴다. 여기에 우리가 고민하고 공감하고 위로를 주기를 바랬던 서로의 입장을 살펴볼 기회가 생긴다. 서로의 입장에서 어떤 감정의 순환이 연결됐는지 함께 나누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라면, 너라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어떤 말을 전했을까”라는 질문들은 우리의 마음이 닮아가는 기회를 준다. 추천한 책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읽는 독자가 많아진다. 얼마나 멋진 일인가.
선생님이 추천한 책은 백발백중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다. 그만큼 추천의 영향력은 강력하다. 학교도서관 등에서 책을 찾는 기대감은 남다르다. 이럴 듯 우리 주변에는 책을 추천하는 스승이 많아야 하고 모범적인 어른이 필요하다. “어떤 책을 읽고 싶으신 가요?” 이 작은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삶을 바꾸는 터닝 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
책 추천은 청소년과의 거리를 마음의 결로 채워가는 넓은 우주를 닮았다. 그 우주의 결들이 채워지는 순간이 많을수록 우리의 책이라는 우주는 커질 수 있다.
‘책 추천’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힘을 지녔다. 작가가 되기도 하고 꿈을 품은 어떤 의지가 돋아나기도 한다. 넓은 우주를 향해하고 싶다는 생각과 인공지능(AI) 시대를 헤쳐가는 방법을 머릿속에 그려 보기도 한다.
빌 게이츠 미국 게이츠재단 이사장은 예능 프로그램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 ‘팩트풀니스’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추천했다. 이 책들은 역주행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만큼 유명인의 책 추천은 파급력이 크다. 하지만 대상이 한정되어 어렵고 불편함의 부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가깝게 지내는 사람이 책을 권하는 것이 더 진정성 있게 와 닿는다. 우리에겐 진정성이 있고 친밀한 책 친구가 필요하다. 이 모든 과정은 AI가 흉내 낼 수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보람된 응원의 성의적 표현이다. 결국, 책 추천은 책을 읽는 사람이 전하는 마음의 언어다.
책 읽는 마음의 씨앗을 뿌리고 책을 권하는 사회가 아름답다. 누군가에게 닿을 삶이 깊어지고 꿈을 자라는 힘을 줄 것이다. 나와 책 친구를 이어줄 다리 역할은 해 줄 추천 책은 기대와 설렘으로 채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자란다. 진정, 책을 권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