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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아c Oct 09. 2024

악플에 대응하는 어떤 분의 자세

저는 인스타그램에 저의 생각이나 글귀를 올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느 날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어떤 계정을 보았습니다. 이 계정의 주인은 영어 강사신데, 몇십만 팔로워를 가지고 있고 영어 방송을 하시는 분이었습니다. 발음과 목소리가 참 멋지셨죠. 많은 좋은 댓글들이 있더군요.


'OO샘 목소리 진짜 좋아요. 선생님 목소리와 발음 너무 멋져요'


그런데 댓글 사이에서 악플이 하나 보였습니다. 누군가 이렇게 달았습니다.


“발음. 구려요.”


저도 언어 관련 학과를 나왔기에 영어 발음에 대한 판단이 어느 정도 가능합니다. 외국계 기업에서 16년 넘게 일하기도 했고요. 계정주의 발음은 누가 들어도 정말 좋은 발음인데, 정말 악의적인 댓글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계정주의 대답이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항상 평안하시고 건강하시길 기도해요. 사랑을 전해요!"


이 글을 보는 순간 제 머리가 띵해졌습니다. 이 댓글에 수십 명이 하트를 눌렀더군요. 이 얼마나 멋진 대응인가요? 이런 댓글에 악플러는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힘들었을 것입니다. 악플러가 원하는 반응은 계정주가 발끈하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계정주는 발끈하거나 무시하는 대신 우아하게 사랑을 담아 대응하였습니다. 저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요? 아니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악플을 받거나 누군가의 비난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저급한 악플이나 비난에 공격적으로 대응하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현실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군가의 비난과 비방에 같은 어조로 대응하고 싶은 것이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대응하면 결국 싸움으로 번질 뿐이고, 타인을 설득할 수 없습니다.


언젠가 육아휴직을 마치고 돌아간 회사에서 한 선배가 저를 보자마자 "너, 많이 늙었다?"라고 비꼬시더군요. 그러자 저는 "네, 선배님도요"라고 대응해 버렸습니다.


이게 두고두고 후회가 되더군요. "선배님은 그대로시네요, 비결이 무엇인가요?"라고 이야기했으면 그분이 기분이 좋거나 자신의 실수를 알게 되었을 텐데요. 그렇게 대답하지 못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저 위에 악플을 단 분도 계정주가 감정적으로 반응했으면 더 악플을 달았겠지만, 저런 사랑의 댓글에 김이 빠지거나 미안해졌을 것 같습니다.


가끔 우리에게 운을 뺏으려고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무례하고 비난하고 왜곡하고 깎아내립니다. 그럴 때 내가 똑같이 상대를 그렇게 대하는 것은 나의 운을 버리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글이 있습니다. 'When you go low, I go high.' 상대가 저급하게 가도 나는 높게 간다. 그렇게 상대와 가는 길을 달리하는 것이 맞습니다.


무례한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 지금 자신의 운을 버리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그 사람을 따라서 나도 똑같은 모습으로 운을 버릴지 생각해 보세요. 타인이 운을 버려도 나는 운을 모으겠다고 생각이 든다면, 오히려 그런 분들에게 따뜻한 말을 해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분이 버린 운을 내가 모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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