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힘이 들 때, 삶에 의욕이 없을 때, 무기력에 빠져 있을 때 무엇부터 해야 할까요? 저도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장 무기력에 빠져 있었던 때는 직장 생활 3년 차였던 것 같습니다. 매일 같은 술자리에, 회사에서 저의 발언권은 없고,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하면서, 저의 미래가 어디로 가는지도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주말에는 정말 말 그대로 침대와 한 몸이 되었습니다. 침대에 누워서 아침도 거르고, 그러다 심심하면 유튜브 등을 보면서 멍하니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저녁이 되고, 다음 날이 되고, 일요일 오후가 되면서,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일 또 월요일, 회사에 가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기운이 빠져 잠을 청하고, 그런 한 주 한 주가 반복되었죠.
무언가 생산적인 것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했습니다. 사람을 만나야겠다, 운동을 해야겠다,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였지만, 워낙 직장 일과 인간관계에 지쳐 있어서 다른 것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주말에는 몸과 마음을 완전히 셧다운 시켰던 것입니다. 그래야 다시 월요일 제 몸과 마음을 저와 분리해서 제 몫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변화는 작은 곳에서 찾아왔습니다. 어느 날은 토요일 아침에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일어나자마자 커튼을 걷었습니다. 그리고 이부자리를 정리했습니다. 이 두 가지를 하고 나니 훨씬 상쾌한 기분이 들더군요. 내 힘으로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운동복을 입고 밖으로 나갔습니다. 동네를 몇 바퀴 돌고, 커피를 마시고, 오랜만에 서점을 갔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오랜만에 대청소를 하고 필요 없는 것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는 좋아하지만 안 읽던 책을 읽고, 일기를 썼습니다.
그러고 나니 내 안에서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주말에 저를 완전히 셧다운 시키는 것도 어쩌면 치유의 일종이지만, 정리를 하고 글을 읽고 쓰는 것도 치유의 일종이었던 것입니다. 어차피 같은 치유라면 조금 더 생산적인 치유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날 이후로 모든 것에서 저를 셧다운 시키고 침대 속에 들어가 있던 나 자신은 과거로 보낼 수 있었습니다.
지금도 가끔 힘이 들 때는 사소한 것부터 시작합니다. 이불을 갠다든지, 방을 정리한다든지, 설거지를 시작한다든지, 일단 밖을 나가고 본다든지, 좋아하는 책을 꺼내듭니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긍정적인 감정으로의 전환은 어쩌면 그런 가벼운 행동 하나인 것 같습니다. 그런 가벼운 행동 자체가 제 몸에서 나오는 호르몬의 종류를 변화시키는 지도 모릅니다.
무기력함은 절대 스스로 없어지지 않습니다. 무기력함을 이길 기회가 외부에서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어떤 작은 긍정의 행동을 시작하면 그제야 무기력함이 조금씩 사라집니다. 긍정의 행동 하나가 운을 모으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운은 한 번 모이기 시작하면 연달아 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 나만의 회복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중요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진다면 의미 없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불운은 나를 세상의 많은 기회에서 단절시키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불운을 행운으로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나에게 도움이 되는 작은 일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작은 일이 더 큰 일, 많은 일로 연결되고, 이를 통해 나에게도 운의 물꼬가 트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