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그리고 여유로움
삶을 돌보는 밀레니얼 여성들의 베이스캠프 WOMEN'S BASECAMP를 시작하며, 녀미, 지은, 하늬가 각자의 이야기를 풀어보았습니다. LA에 살고 있는 저희의 일상, 첫 캠핑의 추억, 건강한 삶을 위한 루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경제적 여유를 갖기 위해 열심히 살아나가는 것도 좋지만 진정한 여유는 내 맘 속에 작은 공간 하나 만드는 것 같아요. 별 거 아니지만 나만이 아는 행복과 돌봄의 공간을 맘 속에 갖고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이 진정한 ‘여유’의 시작인 것 같아요. 그것을 시작으로 주변 사람들까지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는 여유까지 갖게 되는 것 같고요. 여기서부터 ‘건강한 삶’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저에게 ‘건강한 삶’을 위한 두 단어는 ‘자연’과 ‘여유’에요. ‘자연’은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는데 첫 번째는 말 그대로 좋은 ‘자연(Nature)’이고 두 번째는 ‘자연스러움’이에요.
저는 환경의 영향을 꽤 받는 사람이라 ‘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좋은 자연환경이 주변에 있어줘야 하더라구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그래서인지 더더욱 자연을 항상 그리워했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많은 돈이나 사회적 성공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돈을 버는 단 한 가지 이유는 원하는 환경에서 원하는 모습으로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예요.
다행히 남편과 이런 면에서 마음이 맞아 저희는 결혼한 후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조금씩 조금씩 더 나은, 우리에게 맞는 환경이 있는 곳을 찾아다녔던 것 같아요. 저희가 2013년 미국에 온 후로 살게 되었던 곳들 중 가장 좋았던 곳이 있는데 사정상 그곳을 떠나 LA에서 5년째 살고 있어요. 처음엔 도시 쪽에 살아서 치안도 좋지 않고 운전도 험해서 벗어나고만 싶었는데 이제는 노력 끝에 직장을 옮겨 교외로 나와 바다와 조금 더 가깝고 나은 환경을 가진 곳으로 오니 이제는 LA의 매력(좋은 날씨, 조금만 가면 있는 예쁜 바다 등등)에 빠져들고 있어요. 그래도 여전히 저희가 좋아했던 곳으로 가기 위한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그곳에 가서 그리던 모습으로 살게 되는 날까지 계속 화이팅 중이에요.
원하는 모습의 ‘자연’ 환경 뿐 아니라 ‘자연스러움’이 저에게는 참 중요해요. 저는 뭐든 자연스러울 때 가장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연스러움 그 자체인 자연은 저에게 항상 최고의 아름다움이고요. 저 스스로도 자연의 모습을 닮아 자연스러운 모습이고 싶은 마음에 삶을 살아나갈 때 매 순간 스스로 돌아보게 돼요. 지금 내 모습이 자연스러운가, 혹 부자연스럽거나 무언가에 얽매여 있지는 않은가, 내가 상대방을 대하는 방식이 편안하고 자연스러운가, 남에게 편안함을 줄 수 있도록 대하고 있는가. 저에게 가장 궁극적인 아름다움으로 남아있는 ‘자연’이 항상 편안함과 휴식을 주는 것처럼 저란 사람도 누군가에게 편안함과 휴식을 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게 저에게는 가장 ‘건강한 삶’이라고 여겨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매 순간 돌아보며 넘치지 않고 부족하지 않도록, 내가 작은 것까지 세심하게 신경 쓸 수 있는 정도까지만 일을 벌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내가 사랑하는 자연처럼 ‘자연스러운’ 사람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저에겐 ‘건강한 삶’을 위한 또 하나의 중요한 부분이에요.
마지막으로 두 단어 중에 두 번째 단어인 ‘여유’인데요. ‘여유’가 없는 삶에서부터 건강하지 못한 삶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지금 볼더링과 요가 등의 운동을 하고 있는데 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나도 모르게 안 좋아진 몸 상태를 확인하고 수술까지 하게 된 일이었어요. 그 때 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볼 기회를 갖게 되었는데 제가 꽤 긴 시간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볼 ‘여유’를 잃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여유’는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돌보게도 하지만 주변 사람의 몸과 마음을 돌보게도 해줘요. 내가 여유가 있고 나 스스로를 돌보게 되면 내 주변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과 행복에도 저절로 마음이 가요. 그러다 보면 그들과의 관계도 더 건강한 관계가 되고요. 전 결혼을 빨리 하고 싶어 대학 졸업과 함께 결혼을 해서 벌써 결혼한 지 9년이 지났는데 그 긴 결혼 생활을 통해서 느낀 것도 마음의 여유를 갖는 것의 중요성이었어요.
마음의 ‘여유’를 찾았을 때의 나의 모습, 표정, 행동 그 모든 것들의 변화를 통해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변화하는 것을 제3자의 시점으로 돌이켜 떠올려 보면 그건 마치 마법과도 같은 변화인 것 같아요. 그런데 마음의 여유를 항상 갖는 것은 결코 저절로 되지 않더라구요. 물론 사람들 중에는 여유로운 성격을 타고 난 사람들도 있겠지만 바쁜 삶을 살아가는 보통의 우리들에게 여유는 꼭 잡고 놓지 말아야 하는 소중한 가치예요. 다른 목적을 위해서 여유를 양보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내가 우리 집의 경제적 가장이라 돈 버는 게 가장 중요해. 여유는 무슨 여유’ 하다 보면 나 자신의 몸과 마음에 소홀해지고 가족들의 몸과 마음 상태에도 소홀해져 결국 가장 지키고 싶었던 그들과의 관계에도 금이 가는 아픈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저도 미미하게나마 겪어본 일이구요. 어떤 가치보다 내 맘 속의 ‘여유’를 중요히 여겨 보셨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바쁘고 중요한 목표가 있어도 하루에 한 번씩이라도 꼭 내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 거예요. 내 몸과 마음 상태에 귀 기울여 보고 주변 사람들의 몸과 마음 상태, 표정, 행동을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지금 필요한 게 뭘까 생각해보는 시간을요. 주변에 항상 있어주는 자연의 모습과 소리를 돌아보고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휴식에 고마움도 느껴보고요. 저도 여전히 제 맘 속의 충분한 만큼의 여유가 깊게 자리 잡도록 하기 위해 일을 시작하거나 계획할 때, 스케줄을 짤 때 제 몸과 마음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위한 여유를 꼭 남겨줘요.
개인적으로는 그 시간 동안 내가 좋아하고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일들(요리, 베이킹, 그림, 이것저것 만들어서 선물하기, 음악 듣기, 식물 돌보기, 고양이랑 놀기, 남편이랑 나들이나 하이킹, 남편의 취미생활인 파머스마켓 연주 들으며 책 보기, 요가 등등)을 해주며 이런저런 생각들을 정리하고 스스로와 내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요.
경제적 여유를 갖기 위해 열심히 살아나가는 것도 좋지만 진정한 여유는 내 맘 속에 작은 공간 하나 만드는 것 같아요. 별 거 아니지만 나만이 아는 행복과 돌봄의 공간을 맘 속에 갖고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게 되는 것이 진정한 ‘여유’의 시작인 것 같아요. 그것을 시작으로 주변 사람들까지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는 여유까지 갖게 되는 것 같고요. 여기서부터 ‘건강한 삶’이 시작되는 것 같아요.
볼더링을 통해 만나게 되었어요. 멋진 친구들을 만나게 돼서 참 좋다 하며 여러 번 만나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이것저것 통하는 것도 많고 겹치는 부분도 많아 신기해하며 우리 셋만의 단톡방을 만들고 만남을 이어나가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지금도 이미 대표로서 비영리단체를 꾸려나가고 있는 하늬가 우리와 비슷한 고민과 생각을 가진 여자들이 대화를 나누고 우리가 좋아하는 캠핑과 자연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했어요. 의미 있고 재미도 있을 것 같아 모두 찬성했고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어요. 앞으로도 즐거운 활동이 되어나가길 기대하고 있어요.
어렸을 때는 승부욕도 많고 운동도 좋아해서 체육시간을 기다리기도 하는 아이였어요. 아버지가 대학 시절 산악부에서 부장으로 활동하시며 암벽등반 리딩까지 하셨던 분이라 어린 시절 겨울마다 보통사람들이 잘 모르는 내설악 눈 쌓인 험한 길을 오르며 즐거워하고 주말마다 새벽에 일어나 북한산을 오르며 일출을 보곤 했어요. 그런 아이였지만 대학에 들어가고 졸업하고 결혼하고 일을 하고 미국을 오게 되는 등등 바쁘게 지내면서 오랜 기간 운동을 따로 시간 내서 하지 못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산전검사를 통해 수술을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무 데도 아프지 않았었지만 내 몸은 안 좋아지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을 하니 너무 신경 써주지 못했던 내 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어요.
면역력이 약해진 게 큰 요인이어서 역시 운동을 해서 몸을 전반적으로 강하게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 무엇이든 꾸준히 할 운동을 찾아야겠다 하고 있었어요. 처음엔 가장 좋아하는 수영을 하려고 알아봤지만 주변에 마음에 드는 수영장이 없어서 아쉬워하던 중 한 친구가 볼더링을 해보려고 한다며 같이 나가 보자고 해서 한번 볼더링 장에 가 보았어요. 처음에는 사실 별로 매력을 못 느꼈어요. 오히려 남편이 매력을 느껴 멤버십을 끊었고 뭐라도 시작은 해야겠기에 함께 멤버십을 끊어서 처음엔 그냥 돈 냈으니 열심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하기 시작했어요. 한 문제 한 문제 풀어나간다는 게임 요소가 들어가 있어서인지 조금씩 재미가 느껴졌고 분명히 못 풀던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해서 풀어냈을 때의 성취감과 하루하루 조금씩이라도 느는 느낌이 계속해서 하게 만든 것 같아요.
여기저기 다치는 곳도 많고 가끔 정말 겁이 나거나 어렵기도 하지만 그 두려움과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부딪혀 극복해 나가며 자기 자신을 조금씩 성장시켜 나가는 매력이 있는 운동인 것 같아요. 인도어(Indoor) 볼더링에 지칠 때쯤 하게 된 탑 로핑도 너무나 매력 있고 잘하는 친구 덕에 몇 번 나간 아웃도어(Outdoor) 볼더링도 거친 바위를 잡는 매력이 있었어요.
요즘은 볼더링장에서 하는 요가 클래스에서 너무 좋은 선생님을 만나 요가에 빠져버려 볼더링이 조금 뒷전이긴 하지만 여전히 볼더링은 제 '탑 3 운동' 안에 드는 운동이에요.
작년 초, 평소 강도 높은 하이킹을 많이 하시는 친한 언니네 커플이 그 예약하기 어렵다는 그랜드캐년 캠핑장을 미리 예약해 두셔서 그랜드캐년 림투리버투림 하이킹(보통 관광으로 가는 곳이 림인데 그곳에서 저 밑 까마득한 콜로라도 강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매우 강도 높은 하이킹)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같이 해보겠냐는 제안을 하셨어요. 저희 부부도 그때 한창 하이킹의 매력을 알아가던 때라 좋은 기회인 것 같아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고 다른 친한 지인들을 더 모아 8명의 크루를 꾸려 정해진 날짜 한 달 전부터 몸을 준비해 나갔어요.
주말마다 조금씩 강도를 높여가며 하이킹 연습을 하고 매일 스쿼트와 런지 등 하체 단련 위주의 운동으로 몸을 만들어 나가며 기다리던 그 날이 왔고 벤으로 출발해 라스베가스에서 하룻밤을 자고 그랜드캐년에 도착해 Mather Campground라는 곳에서 캠핑을 한 후 그랜드캐년 림에서부터 콜로라도 강으로 내려가는 하이킹을 시작했어요.
저에겐 사실 그랜드캐년 위쪽에서 한 Mather Campground의 캠핑이 첫 캠핑이었지만(어린 시절 어른들과의 캠핑이 아닌 스스로 해 본 캠핑으로서는) 사실 콜로라도 강까지 내려가서 Phantom Ranch에서 했던 두 번째 캠핑이 더 기억에 남아요. 8마일의 긴 하이킹 끝에 도달한 콜로라도 강은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아서인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비현실적일 만큼 아름다웠고 그곳에서 힘들게 올라온 하이커들을 달래주던 거짓말처럼 숨어있는 운치 있는 펍에서의 맥주 한잔은 천상의 음료 같았어요. 처음 보는 사람들까지 같은 길을 힘들게 걸어 내려온 후라 하나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그 후 텐트에서 곯아떨어져 꿀맛 같은 단잠을 자고 다음 날 새벽잠을 깨우던 새소리와 이슬 맺힌 텐트, 어스름한 새벽빛과 촉촉하고 상쾌한 새벽 공기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웠어요. 다시 림을 향해 올라가는 초입 부분의 길의 초록 초록한 모습은 요정이 나올 듯이 아름다웠고 너무 예쁜 사슴들이 동화처럼 나타났어요. 물론 점점 힘들어졌고 마지막 1마일은 다리를 손으로 들어 올려야 할 만큼 한 걸음 옮기기가 힘에 겨울 정도였지만 그 모든 순간들이 평생토록 기억에 남을 순간이었어요.
WBC는 여러분의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 내가 생각하는 '건강한 삶'이란?
- 생활에서 나의 몸/마음 건강을 위해 지키는 나만의 룰/루틴이 있다면?
- 나의 첫 캠핑은?
댓글, 혹은 DM(@WOMEN'S BASECAMP)으로 들려주세요!
스토리수집가가 기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