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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한 바람 Jun 09. 2023

나는 아마도 나쁜 엄마인가

우리 엄마는 내 몸이 엄마 것이라고 했었다.

  엄마는 내 몸은 자기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아프면 자기가 아픈 것처럼 너무 힘들어했다. 아마도 나를 너무 사랑해서 내 몸은 자기 몸 같이 느껴진다고 하는 걸까. 자신의 안위가 가장 중요한 인간은 이기적일 수밖에 없는데도 엄마에게는 이런 생존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 걸까. 이런 엄마가 나는 오히려 부담스러웠다. 너무 걱정이 많고, 나의 생활에 대해 알려주지 않으면 불안해했다. 엄마는 내가 내 삶에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바람이 많았는데도, 나는 그대로 행동하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고 결정해 왔다.  그러면서도 엄마의 걱정, 엄마의 바람의 그늘, 기대를 내 마음에서 완전히 지우는 것은 힘들었다.


  나는 이미 두 아이의 엄마이지만, 엄마의 마음 같은 그런 마음은 나에게서 느껴지지 않는다. 나는 내가 더 중요한 걸까. 엄마로 갖아야 하는 뭔가 중요한 감정의 부분을 갖지 못한 걸까. 우리 아이들은 언제나 자신이 엄마보다 먼저여야 하고, 자신의 요구를 당장 들어주지 않는 엄마를 비난하기 일 수이지만, 나는 내 안에 이 아이들의 요구에 지면 안된다는 오기라도 가지고 있는지 그럴 때마다 내가 더 중요한 존재라는 생각을 곱씹는다.  


  아직은 엄마의 평안이나 엄마를 걱정해 주는 그런 기특한 생각을 많이 할 나이는 아니지만, 이대로 아이들의 요구를 시시 때때로 들어주다 가는 나를 잃어버릴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한다. 아이들의 편의와 나의 편의 사이에서 오늘도 줄다리기를 하며, 나는 그냥 엄마 자신의 편의도 중요한 조금은 이상한, 그리고 이기적이지만 그래도 괜찮은 엄마로 사는 것 같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별로 걱정이 없는 조금은 거리가 느껴지는 엄마도 아주 나쁜 엄마는 아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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