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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원한 바람 Jun 10. 2023

저는 장난감이 하나도 없었는데요

장난감의 양이 사랑의 양일까?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계획할 수도 없다는 경영의 논리가 있다. 측정할 수 없는 것은 관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사랑은 어떨까? 사랑의 양은 측정이 될까? 사랑의 양을 증명할 수 있을까?


  나랑 내 동생은 어린 시절 장난감이 하나도 없었다. 사업을 했던 엄마 아빠 덕에 우리는 주말을 엄마 아빠와 함께 보낸다던가, 어린이날에 놀이 공원에 간다던가 하는 이벤트는 없었고, 장난감 가게에 가는 경험도 해보지 못했다. 아마도 엄마 아빠는 너무 바쁘셨고, 우리는 또 동네를 누비며 아이들하고 밤낮없이 놀아대느라 장난감이라는 존재 혹은 개념을 생각조차 못했던 것 같다. 대부분의 놀이는 집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았고 노는 것은 일단 밖에 나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정 반대의 어린 시절을 보냈다. 집 안에는 장난감이 차고 넘치고, 축구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늘 장난감의 둘러싸여 놀거나, 더 커서는 게임 콘솔을 하거나, 매년 찾아오는 어린이날, 무슨 무슨 날에는 새 장난감을 늘 받아왔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가, 아이들을 늘 장난감 가게로 데려가곤 한다. 집에는 장난감이 차고 넘치는 데도, 뭔가를 끊임없이 사줘야 자신의 사랑이 증명이라도 되는 듯.. 한번은 아이가 자기에게 관심이 없다고 주장하자, 남편은 자기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아니면 왜 그 장난감을 사줬겠냐 라며, 장난감을 근거로 사랑을 주장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새 장난감에 갖는 흥미는 아주 잠깐의 불꽃과 같다. 계속 다시 찾는 장난감은 아주 한정되어 있고 그냥 버리는 종이 쪼가리나 페트병 같은 것을 오래 가지고 놀기도 한다.


  남편이 가진 이런 감정과 생각이 그 혼자만의 것은 아닌가 보다. 요즈음에는 어딜 가나 장난감을 판다. 멋진 장난감 가게뿐만 아니라 스낵을 가장한 장난감이 슈퍼마켓, 편의점에 넘치고 공항의 면세점이나 서점에서도 책을 가장한 장난감들이 많다. 장난감의 세계를 알면 알 수록 우리가 만든 모든 물건들을 장난감으로 옮기려는 의도가 있지 않나 싶다. 더 많은 새로운 물건들을 발명할수록 그 3-4배 이상으로 장난감들이 생긴다. 새로운 청소기가 나오거나 새 아이패드가 출시되면 곧 장난감으로도 나오는 것 같다. 실제 세계뿐만이 아니라 상상의 세계들 새로운 캐릭터도 무궁무진 하니, 장난감의 세계는 넓은 게 당연한 것 같다. 인간이 창조한 모든 것과 상상의 것들, 자연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모두 장난감의 주제이니,  그 넓이와 깊이는 대단하다. 그래서 신기하기도 하면서 그 다양함에 압도당하는 적이 많다.


  어른들이 의도한 대로 아이들이 장난감을 통해서 사랑을 느끼고, 세계를 배우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저 새로운 물건을 소유하고 소중함을 곧 잊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요구하는 것을 반복하며, 물질이 가져다주는 잠깐의 충족과 또 다른 것을 갈망하는 습관을 가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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