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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유현 Apr 01. 2022

<미션 임파서블>-007 시리즈와 다른 특징들

Mission: Impossible, 1996-브라이언 드팔마

<미션 임파서블>은 지금까지도 후속편이 제작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인 시리즈물이다. 주인공 ‘이단 헌트’ 역을 맡은 ‘톰 크루즈’가 1편에선 30대였는데 7편이 개봉을 앞두고 8편이 촬영에 들어간 지금은 어느새 우리 나이로 환갑을 맞이할 정도로 오래된 시리즈다. 첩보 액션 영화의 원조 격인 ‘007’이 시리즈 전체로 따지면 더 오래됐지만 어떤 ‘제임스 본드’도 이단 헌트만큼 같은 역할을 오래 하지는 못했다.

 시리즈의 시작인 <미션 임파서블>은 영국의 007 시리즈 대항마로 나온 할리우드 영화라는 느낌을 지우기 쉽지 않다. 초기 007이 냉전 시대에 다양한 국가의 위협(특히 스펙터)에 맞서 첩보작전을 수행했다면 <미션 임파서블>의 이단 헌트와 ‘IMF(Impossible Mission Force)’는 냉전 직후 국가의 위협에 맞서 첩보작전을 수행한다. 자연스럽게 007과 비교되는 건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마냥 007의 아류작이라 할 순 없다. 오히려 장르적인 유사함은 있지만, 그 안에서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특징이 분명한 편이라고 보는 게 맞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중 1편에 대한 글을 쓰는 만큼 비교 대상인 007도 ‘다니엘 크레이그’가 나오는 최근 시리즈가 아니라 ‘숀 코너리’ 주연의 초기 007 영화들로 한정했다. 


 가장 큰 차이는 <미션 임파서블>의 목적성이다. 007의 경우 여러 난관을 멋있게 헤쳐나가는 제임스 본드가 전면에 드러난다. 제목에도 요원 코드인 007이 빠지지 않고 들어갈 정도로 제임스 본드를 위한 영화임이 확실하다. 반면 <미션 임파서블>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가능한 미션’이 전면에 드러나는 영화다. ‘도대체 이번에는 얼마나 불가능한 임무가 주어질까? 그리고 이단 헌트는 이 임무를 어떻게 수행할까?’가 영화를 보는 관객의 기대 포인트이다. 물론 임무를 해결하는 게 이단 헌트라는 점에서 <미션 임파서블>도 결국은 이단 헌트를 위한 영화가 아니냐며 반론을 펼칠 수도 있다. 이에 조금 더 부연설명을 하자면 007은 제임스 본드가 거대 악(주로 스펙터 관련 인물)과 싸우는 과정을 주로 그린다면 <미션 임파서블>은 소리도 나면 안 되고 하중을 줘서도 안 되고 온도 변화도 일어나면 안 되는 최상의 보안을 자랑하는 CIA에 침입해 정보를 빼 오는 것 같은 불가능한 미션을 해결하는 게 주요한 포인트라는 것이다. 불가능한 임무가 선행하면 이를 해결하는 건 이단 헌트인 것이다. 즉 둘은 뗄 수 없는 관계이며 서사적으로 이어져 있다. 우리는 결국 이단 헌트가 불가능한 임무를 완수하리라는 걸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다. 이는 007이 악을 처단하고 평화를 가져오리라는 걸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것과 같다. 즉 첩보물은 특성상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마치 미묘한 뉘앙스의 차이처럼 차별되는 특징을 느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차이는 주로 혼자 움직이는 007과 달리 이단 헌트는 팀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007이 속한 M16에도 분명 팀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들은 주로 완벽한 조연 역할에만 그친다. 상관인 M은 임무 지시만 내리고 Q는 무기만 전달하며 머니페이는 단순 비서일 뿐이다. 그리고 제임스 본드 옆에 빠지지 않는 유명한 ‘본드걸’은 제임스 본드와 사랑에 빠지고 가끔 본드를 돕거나 그의 앞길을 막는 기능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데 그칠 뿐이다. 반면 이단 헌트는 각자의 역할이 분명히 나눠진 사람들과 함께 임무를 수행한다. 영화 초반에 나온 그의 팀이 붕괴한 후에도 그는 혼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능력자들을 구해 새로운 팀을 꾸린 후 불가능한 미션을 수행한다. 이러한 팀플레이는 007이 제임스 본드 영화인 것에 반해 <미션 임파서블>은 불가능한 미션이 더 드러난다는 의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하나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이 영화의 연출은 <캐리>, <언터쳐블>, <스카페이스> 등등 장르물에 재능이 있는 ‘브라이언 드팔마’ 감독이 맡았다. 드팔마 감독은 평소 오마주를 자주 사용하는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히치콕을 오마주한 장면이 많은 <드레스 투 킬>, 그리고 <전함 포템킨>의 유명한 ‘오데사의 계단’ 장면을 오마주한 <언터쳐블> 등의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미션 임파서블>의 마지막 클라이맥스인 열차 시퀀스에서도 얼굴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화물칸으로 향하는 ‘욥(실은 변장한 이단 헌트)’의 모습을 비롯해 <007 위기일발>을 오마주한 듯한 장면을 일부 포착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카메라 구도와 몽타주 활용에서 돋보이는 장면들도 있었다. 이단 헌트가 내부 첩자로 오해받는 장면에서 긴장감이 절정에 다다를 때 카메라는 그를 몰아붙이는 IMF 국장 ‘키트리지’의 얼굴과 이단 헌트의 얼굴을 대각선으로 삐딱하게 잡는다. 그리고 키트리지가 “너만 살아남았다”는 대사를 칠 때는 그의 콧구멍이 들여다보일 정도로 낮은 구도에서 촬영했다. 이런 정상적이지 않은 촬영기법은 관객에게 긴장과 불안을 선사하고 아래서 바라보는 듯한 키트리지의 얼굴에서 큰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몽타주가 돋보이는 부분은 살아 돌아온 ‘펠프스(존 보이트)’와 이단 헌트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겉으로는 키트리지가 스파이라는 펠프스의 말에 동의하는 듯하지만, 몽타주 장면을 통해 헌트가 사실은 펠프스를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리고 모든 게 맞아떨어지는 몽타주 속 헌트의 상상을 통해 관객 또한 이 사건의 진정한 배후를 적절한 타이밍에 목도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액션에 대해서 짧게 언급하고 싶다. 이 영화는 첩보 영화이기 전에 액션 영화라는 더 큰 장르의 범주에 속한다. 거의 30년 전에 제작된 영화임에도 이 영화는 액션이 촌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와이어 하나에 의지해 CIA 정보를 빼 오는 장면은 우아한 느낌이고 헌트의 안경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때는 강한 서스펜스가 전달된다. 마지막 열차 위 액션 장면도 실제로 고속으로 달리는 열차 위에 있는 것 같은 현장감이 느껴진다. 엄청난 바람으로 펄럭이는 옷자락의 디테일이 살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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