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핀처’가 만든 스릴러 영화인 <나를 찾아줘>는 기술적으로도 서사적으로도 특색 있는 스릴러 영화다. 사건이 벌어지고 봉합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와는 확연히 다르다.
먼저 기술적인 부분을 살펴보려고 한다. 영화는 ‘닉 던(벤 에플렉)’의 시점에서 자신의 품에 안긴 아내 ‘에이미 던(로자먼드 파이크)’을 바라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녀의 두개골을 박살 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내고 싶다’라는 내용의 다소 과격한 내레이션이 함께 나온다. 타이틀이 뜬 후엔 ‘사건 당일 아침’이라는 자막과 함께 닉 던이 동생 ‘마고 던(캐리 쿤)’과 함께 운영 중인 자신의 술집에서 신세 한탄을 하는 시퀀스가 이어진다. 자막을 통해 관객은 '무슨 사건이 일어났구나'라고 추측할 수 있다. 닉 던이 결혼 생활이 힘들었다고 말하며 마시던 술잔을 날리고 화면은 페이드 아웃/페이드 인으로 전환된다. 이 전환된 이후 장면이 특이하다. 갑자기 화자와 시점이 크게 바뀐다.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에이미의 손이 나오더니 내레이션과 함께 에이미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에이미의 이야기는 모든 일의 시작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것은 에이미와 닉이 처음 만나게 되는 순간이다. 둘의 첫 만남 이야기가 끝나면 다시 페이드 아웃/페이드 인이 되고 닉의 이야기로 넘어온다. 에이미가 사라지고 닉은 경찰에 신고한다. 집 안 곳곳엔 의심스러운 흔적이 발견된다. 그리고 찾아온 경찰이 ‘어메이징 에이미(에이미의 부모가 에이미를 소재로 쓴 소설 속 주인공이 어메이징 에이미다)’의 물건을 발견하고 다시 페이드 아웃/페이드 인이 일어난다. 똑같이 다이어리를 작성하는 에이미의 손이 나오고 내레이션과 함께 이번에는 ‘어메이징 에이미’와 관련된 에이미의 이야기가 나온다. 이런 식으로 한 시간 가량 닉과 에이미의 시점을 7번 오고 가며 영화가 진행된다. 그러면서 차츰 관객은 여러 가지 정보를 얻고 퍼즐 맞추듯이 조각을 맞추게 된다. 초반의 화면 전환에선 닉의 이야기는 현재 시점으로 진행되고 에이미는 과거의 시점,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녀의 다이어리의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담겨 있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에이미의 다이어리가 끝나고 이어진 닉의 현재 시점에서 경찰들이 그녀의 다잉 메시지 같은 다이어리를 발견한 후부터는 새로운 전환이 시작된다. 다이어리에서 벗어나 사건 당일부터의 에이미의 행방이 드디어 영화 속에 등장한다. 그 후로도 영화는 여전히 닉과 에이미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몇 번의 전환이 지나가면 드디어 닉과 에이미의 시점이 일치하고 우리가 흔히 교차편집이라고 생각할만한 전환이 일어난다. 그리고 닉과 에이미가 다시 만나게 되는 순간 내내 전환으로 진행되던 이야기가 하나로 이어진다. 이렇게 정교하고 치밀하게 짜인 전환은 데이빗 핀처라는 감독이 얼마나 플롯을 잘 구성하고 편집 자체에 능한지 보여준다. 그야말로 관객은 핀처의 플롯 놀이터에서 러닝타임 내내 즐기게 된다.
다음은 서사적인 부분이다. 닉의 이야기와 에이미의 다이어리가 전환되며 나오는 한 시간 가량의 영화 초반부를 보면, 관객은 닉이 아내를 해친 범인처럼 느끼게 된다. 실제로 닉은 아내를 두고 젊은 학생과 바람을 피우고 있었고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 것으로 그려진다. 여기까지는 보통의 스릴러 영화와 비슷하다. 이런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닉이 아내를 정말 해쳤는가 아닌가의 여부다. <나를 찾아줘>는 영화 러닝타임의 절반도 안 된 시점에 이 중요한 질문에 답을 내려준다. 이는 보통의 스릴러 영화와는 달리 <나를 찾아줘>에선 닉이 정말 아내를 해쳤는가 아닌가가 중요한 지점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펼쳐지는 이야기는 이 영화가 왜 서사적으로 특색이 있는가를 보여준다. 사실 닉이 에이미를 살해한 것처럼 꾸며진 현장은 모두 에이미가 자작극으로 꾸민 일이었다. 에이미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남편 닉에게 완벽한 누명을 씌우고 자살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계획 중간마다 변수가 생기고 닉과 에이미의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나를 찾아줘>의 중, 후반부는 닉과 에이미가 어떻게 다시 결합(봉합)하게 되는가를 다루는 이야기다. 둘이 다시 결합하기까지의 과정은 영화 전반부에 닉이 아내를 해쳤는지 의심할 때보다 커다란 스릴을 제공한다. ‘악녀’ 에이미와 ‘나쁜 놈’ 닉이 각자 자신의 생존을 위해 애쓰다가 거짓된 사랑의 덫으로 귀결되는 이야기는 단연코 어떤 스릴러 영화에서도 볼 수 없던 새로운 이야기다.
영화의 마지막 닉과 에이미가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나고 결혼생활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는 결말은 여러모로 의미심장하다. 결혼 생활은 원래 서로를 증오하고 조종하고 상처를 주는 것이라는 에이미의 대사는 이 영화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일지도 모른다. 영화는 처음 시작할 때 나왔던 닉 품에 안긴 에이미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며 수미상관으로 막을 내린다. 하지만 처음과 달리 마지막에 이 장면을 마주한 관객의 마음은 180도 달라져 있을 것이다. 그게 이 영화가 주는 큰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