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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영희 Oct 21. 2023

삶의 시련은 새로운 길이 열리는 환승역입니다.

“엄마, 원하는 대학에 못 가면 어쩌지? 이렇게 한 달에 몇 백 만원씩 돈주고 공부하면서 뜻대로 안 될까봐 너무 걱정이 돼. 그래서 마음이 너무 힘들어.”

2021년 아들은 재수 중이었습니다.

제법 공부를 잘하는 아이였기 때문에 재수학원 중에서도 탑 클래스들이 간다는 대치동의 유명한 학원에 다니고 있었습니다.

예민한 성격 탓에 기숙학원은 도저히 못 있겠다 하기에 고가의 월세를 얻어 주었습니다.

그러니 한 달 주거비와 학원비가 만만치 않게 발생했습니다.

집안 사정을 아는 아들은 그렇게 큰 돈을 써 가며 공부하는 자신에게 부담이 있었고, 뜻대로 성적이 안 나올때면 엄청난 불안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제가 늘 아이에게 말한 것이 있습니다.

“ㅁ아 원하는 대학에 가면 좋지만 못 가도 돼. 네가 최선을 다해보고 안되는건 어쩔수 없는거야. 가끔은 인생이 알수 없는 길을 우리에게 준비해 두고 있어. 오늘 이게 안되면 인생이 끝나는거 같지만 절대 끝나지 않아. 나름의 또 다른 길을 찾아 잘 살아갈 길이 생겨. 엄마가 샘플이잖아. 그러니까 엄마 믿고 편하게 공부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통해 인생의 원리를 배워내는 지혜로움이 필요합니다.

20대부터 30대의 삶은 늘 헤 메이는 시간이었습니다.

나에 대해 뚜렷한 정의를 하지 못하고 세상이 말하는 기준을 내 것으로 세우고, 뜻대로 안 되면 인생의 실패자처럼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니 인생이 행복할리가 없지요.     

무언가 정해진 목표를 두고 그것이 실현되지 않을까 피를 바짝 바짝 말리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엄마의 성향을 참 많이 받고 태어난 아들이니 그렇게도 어린 나이에 헤 메였던 것입니다.

다행히 살아본 엄마는 그 시간의 느낌과 조급함과 두려움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패해도 다른 길은 늘 열려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구요.

24살 사범대학을 졸업했던 저는 제가 교사가 안 되면 인생이 끝나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 와서 보면 어리석다 못해 귀엽고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규교사 못 되어도 기간제 교사를 할 수 도 있었고 세상에 교사만이 직업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지요.      

어린 저는 더 이상의 세상을 본 적이 없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몰랐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좋다 하는 공무원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직에 들어가 보니 나라는 사람은 그 문화와 그리 썩 잘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었습니다. 


‘모난 돌이 정을 맞는다.’고 저는 의도하지 않게 조직에서 모난 돌의 모습일때가 많았습니다.

목표로 꽃힌 것은 앞뒤 없이 달려가는 저돌적인 모습, 자기 고집을 쉽게 꺾지 않는 당돌함, 남들보다 더 뛰어나고 싶은 욕심으로 늘 튀어 오르는 열정 등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는 점점 조직이 조여오는 틀안에서 이렇게 저렇게 적응을 하고 모양이 갖추어져 어느새 전형적인 공무원의 모습이 되어 버렸습니다.      

가끔 저를 아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넌 공무원이 안 되었어도 분명 다른 무언가를 했을거야. 어쩜 돈은 더 많이 벌었지 몰라. 그건 확실해.”

제가 생각해도 제가 장사나 다른 비즈니스를 했다면 진심 목숨 걸고 했을겁니다. ㅎ

다만 그 만큼 제 에너지에 타서 더 큰 파도를 넘어야 했을지도 모르구요. 

삶의 다른 길을 살아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지 정말 다양한 길이 있습니다.

삶의 계획이 어긋나고 만나는 시련은 새로운 길이 열리는 환승역 같은 것입니다.

‘꼭 이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관념에 갇혀 있다는 증거입니다.

가끔 우리는 정해진 계획대로 실패 없이 도달하고 평생 그렇게 살아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면역체계 없는 무균실에 평생을 살겠다는 마음과 같은 것입니다.

그것이 이루어질 수 도 없지만 그것이 이루어진 사람은 절대 건강하게 살 수가 없습니다.


살아가며 만나는 수많은 경험과 아픔은 우리가 세상을 더 이해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신의 선물입니다.     

그렇게 고뇌하던 아들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학은 못 갔지만 다른 멋진 학교에서 새로운 목표를 향해 너무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스스로 허우적거리는 아이에게 따듯한 손을 내밀어 줄 수 있습니다. 젊은 날 나의 뼈아픈 경험에 감사합니다. 

덕분에 나는 내 아이의 슬픔이 무엇인지 공포가 무엇인지 공감 할 수 있었고 그 아이를 진정 따듯한 마음으로 품을 수 있었습니다.

살면서 힘들고 아플 때 가장 위로가 되는 순간은 누군가의 공감을 만날 때입니다.

진심으로 위로받는 마음 하나는 물질이 줄 수 없는 대단한 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모든 일에 공감이 가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겪어보고 느꼈던 일에 그 상황이 이해가 갈 때 내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지 이해가 안되는 일에는 불가능합니다.     

어쩌면 공감이라는 것은 누군가의 아픔속에서 나를 발견하고 그런 또 다른 나를 위로하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먹어 본 사람은 음식의 맛을 알고 아파 본 사람은 타인의 아픔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삶이 내게 주는 다양한 감정들을 무조건 밀어내지만 말고, 언젠가는 빛나는 그 무엇이 될 그 순간을 위해 가만히 쓰다듬는 시간이 되길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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