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버른 7년 거주한 유학생의 경험담 + 바리스타 경력
커피 한잔 할래요옹?
오늘도 빈속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때려 넣으며 잠들어 있는 위장과 정신을 흔들어 깨운다.
나에게 커피란?
잠을 깨기 위해 수혈해야 하는 각성제이고, 잠시 쉬어가는 휴식이고, 좋은 사람과 함께 일 때는 수다이고, 즐거움이며, 중독된 디저트이다. 지금처럼 글을 쓸 때엔 아이디어를 얻는 창의력 발전소 같기도 하다.
어쩌다 보게 된 <부산촌놈 in 시드니> 덕분에 호주에서의 워킹 홀리데이를 했던 경험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 했던 일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에스프레소를 뽑아내며 커피를 만들던 그때로 타임슬립하여 돌아가는 듯 했다. 지난번 <한국과 다른 호주의 카페 문화 5가지> 다음 편으로 이번엔 <한국과 다른 호주의 커피 종류>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혹시 호주 멜버른으로 여행을 하게 된다면 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한국과 다른 호주 커피 종류와 차이점
Australia Coffee Culture
Korea
대부분 1회 용품 사용 빈도가 높고 개인 카페의 경우 예쁜 머그컵이나 유리잔을 사용하기도 한다. (22년 4월 1일부터는 매장 일회용품 사용 금지됨)
Australia
포장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매장에서 1회용 컵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며 라테는 유리잔, 나머지 커피는 머그컵에 나온다. 테이블마다 설탕은 필수. 찻잔엔 티스푼도 꼭 함께 나온다.
Korea
대부분 일반우유를 사용. 아직까진 다른 우유를 주는 카페를 많이 보지 못했다. 간혹 가다가 저지방 우유를 주는 곳도 있지만 극히 드물다. 앞으로 한국의 카페에서도 다양한 우유 선택이 있으면 참 좋겠다. 카페 사장님들이 혹시 이 글을 읽는다면 고려해 주면 차암 좋겠다. 그럼 단골이 될 텐데.. ㅎㅎ
Australia
일반 우유(풀크림 밀크), 저지방 우유(스키니 밀크), 두유 (쏘이 밀크). 기본적으로 3가지 종류는 카페마다 있다. 커스텀 주문이 많은 카페 문화여서 그런지 우유 종류도 다양하다. 쏘이 밀크로 만든 라테를 쏘이 라테라고 부르는데 고소하니 맛있고,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훌륭하다. 단, 화장실 직빵이다. (작가 개인적인 장 상태에서)
Korea
아메리카노
역시 부동의 1위는 압도적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높다.
얼죽아가 많은 대한민국. 줄임말 '아아'도 탄생시키고, 10cm의 '아메리카노' 노래도 탄생시킨 대단한 나라이다. 한국인들은 참으로 아이디어가 좋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지만 시골 똥개를 '시고르자브종'이라는 프랑스 부유한 집에서 살 것만같은 기발한 네이밍은 물론, 인터넷을 하다 보면 무릎을 탁 치는 대단한 언어유희 댓글들을 보게 된다. 그럴 때마다 한국인의 순발력과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라곤 한다.
Australia
라테 or 플랫 화이트
호주에서는 우유가 들어간 커피가 제일 인기가 많다. 멜버른에서 바리스타로 아르바이트하며 제일 많이 받은 주문이 라테 아니면 플랫 화이트 였는데 100% 따뜻한 커피 주문이었다. 한국처럼 아이스 라테, 아이스 플랫 화이트는 메뉴에 없다.
숏 블랙 aka 에스프레소
숏 블랙은 에스프레소이다.
원두 추출액인데 호주는 숏 블랙, 미국은 에스프레소라고 부른다. 한국은 미국식으로 에스프레소라는 명칭을 더 많이 사용한다. 간혹 매우 드물개 개인 카페를 하는 곳에서는 반가운 숏 블랙을 만날 수 있었다.
나의 첫 에스프레소는 한국 바리스타 챔피언십을 먹는 동생에게 추천받은 멜버른의 한 카페였다.
멜버른에 있을 때 한국에서 아는 동생이 커피 공부를 하러 멜버른으로 왔었다. 그 친구를 따라 멜버른에 있는 온갖 카페들을 돌아다니며 커피 전문가인 동생은 에스프레소만 주구장창 마셨다. 그래서 따라먹었었는데 처음엔 쓰디쓴 사약과도 같았다. 하지만 마실수록 묘한 매력과 고소함에 이내 사로 잡히고 말았다.
그 동생은 나중에 한국에 가서 카페를 차렸다. 그리고 몇 년 후 <파스텔 커피 웍스>라는 회사를 설립하고, 현재까지도 절찬리 운항 중이다. 항상 응원한다 현우야!
롱 블랙 aka 아메리카노
같은 듯 다른 두 커피의 차이점은?
Korea
에스프레소 투 샷 먼저 + 뜨거운 물 = 아메리카노
반대로 하는 카페들도 있다. 한국의 아메리카노는 물의 양이 많이 편이다. 에스프레소를 먼저 넣는 탓에 크레마(에스프레소 위의 얇은 갈색 거품)가 사라진채 커피를 받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Australia
머그잔에 뜨거운 물 + 에스프레소 더블샷 = 롱 블랙
호주의 롱 블랙은 잔이 더 작고 커피 농도는 더 짙다. 얼핏 사약 같지만 마시다 보면 잠이 확 깨는 고소한 맛이다. 그리고 호주에서는 에스프레소를 '투 샷'이라는 표현 말고, '더블 샷'이란 표현을 쓴다. 여행 시 참고하시길~
참고로 호주엔 '아아'가 없다.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먹고 싶다면 스타벅스나 글로리아 진스(호주 체인 커피) 같은 프랜차이즈 카페로 가야 한다. 호주의 개인 카페에서는 아이스 롱블랙을 요청하면 롱 블랙 위에 얼음 몇 개를 동동 올려 준다. 마시면 뜨거움과 차가움이 한 번에 들어오는 희한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알아두면 쓸데 있는 잡학 다식
호주에서 롱 블랙을 고집하는 이유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게 되면 '크레마'라고 하는 커피 위의 얇은 갈색 거품이 생긴다. 이 거품은 우유와는 다른 원두 자체에서 나오는 크림인데, 롱 블랙과 숏 블랙만이 이 거품을 그대로 살린 채 커피를 즐길 수 있다. 아메리카노에 물을 붓는 과정에서 이 크레마는 모두 사라져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롱 블랙을 주문 받으면 바리스타는 맨 마지막에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며 크레마가 사라지기 전에 재빨리 서빙을 한다.
숏 마키아또
싱글 에스프레소 + 스팀 우유 거품
에스프레소 위에 스팀 우유 거품을 올려주는 커피인데 숏 마키아또, 롱 마키아또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에스프레소 싱글샷(원 샷)과 더블샷(투 샷)의 차이이다.
플랫 화이트
라테지만 거품이 거의 없는 버전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커피 종류이다.
플랫 화이트는 호주인들이 라테 만큼이나 사랑하는 커피이다. 거품이 플랫처럼 거의 들어가지 않아 플랫 화이트라 부른다.
한국 카페에서는 플랫 화이트를 만드는 곳이 많지 않다. 가끔 있어도 라테와 동일하게 거품을 1cm가량 혹은 더 많이 넣어 주거나, 거품을 적게 넣어 달라고 하면 아예 안 넣어 주는 경우도 보았다. 쩝. 라테와 플랫 화이트의 차이점도 모르면서 카페에 메뉴를 넣었다니.. 너무 알려주고 싶었지만 소심한 E 성향은 그냥 참는다.
그래서 플랫 화이트를 제대로 만드는 카페를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여기서 잠깐!
알아두면 쓸데 있는 잡학 다식
플랫 화이트는 호주에서 만들어졌다?
1980년 중반부터 시드니에 있는 '무어스 에스프레소 바'라는 가게에서 시작된 이 커피는 엘런 프레스턴이 1985년 정식 커피 메뉴로 넣으면서 만들어졌다는 설이 있다. 어쨌든 호주에서 시작된 커피란 말씀~
라테
싱글 에스프레소 + 스팀 우유 + 거품 1cm
맛은 비슷한데 다른 점은 호주에서는 라테를 유리잔에 서빙해 준다. 에스프레소는 한국은 더블 샷, 호주는 싱글샷이 들어간다. 천천히 커피를 즐기는 걸 좋아하는 호주인들은 뜨거운 유리잔이 알맞게 식는 동안 여유롭게 그 시간을 즐긴다. 그리도 한 잔 더. 한 잔 더 마신다. 앉은자리에서 4잔이나 시켜 먹는 사람도 보았다.
피콜로 라테
플랫 화이트 미니 버전
90ml 커피잔에 싱글 에스프레소와 스팀우유를 부어주는 커피이다. 잔이 조그마해서 양은 적지만 깊고 진한 커피맛을 느낄 수 있다. 가끔 배가 부른 점심 이후 플랫 화이트 대신 피콜로 라테를 마시기도 했다. 에스프레소 잔에 만들어 주기도 하고, 테이크 어웨이 (테이크 아웃)를 할 때엔 종이컵 보다 조금 더 작은 사이즈의 컵으로 만들어 준다.
카푸치노
계핏가루 vs 초콜릿 파우더
카푸치노를 주문하면 한국에선 계핏가루를 뿌려준다. 솔직히 무슨 맛으로 먹는지 잘 모르겠다.
호주에서는 초콜릿 파우더를 뿌려주는데 카페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수제 초콜릿을 갈아서 토핑으로 뿌려주는 곳도 있다. 진한 다크 초콜릿이 입안을 스르륵 녹일 때 따뜻한 카푸치노를 한 모금 마시면 그렇게 달콤 쌉싸름할 때가 없다. 멜버른 카푸치노가 정말 그립다. 한국에서 초콜릿 파우더 올려주는 카푸치노 파는 곳을 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디카페인 커피
카페인이 들어 있지 않는 커피
호주에선 어느 카페를 가든 디카페인 커피는 꼭 있다. 수요가 많은 편이기 때문에 그라인더에 그때그때 커피 빈을 갈아서 신선한 커피를 내려 준다.
한국에선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카페에서 원액에 물을 부어 쓰는 것과 조금 다르다.
아이스크림 + 에스프레소 + 우유 조금
호주에선 차가운 커피류가 거의 없기 때문에 (지금은 조금 생겼다고 함) 아이스커피를 주문하면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에스프레소와 차가운 우유를 조금 넣어서 준다. 한국에서는 아포카토라는 메뉴로 익숙하게 알려져 있다. 대신 한국에서는 우유를 넣어 주진 않는다. 배는 부르고 커피는 먹고 싶고, 달달한 것도 땡기는 지친 오후 4시쯤 아포카토 한잔이면 떨어진 당충전 하기 충분하다.
베이비 치노
아기들을 위한 카푸치노.
커피가 들어 있지 않지만, 엄마와 함께 오는 아기 손님들을 위해 만든 귀여운 메뉴이다.
에스프레소 잔에 적당히 따뜻한 우유와 거품 그리고 초콜릿 파우더를 뿌려주는걸 베이비치노라 부른다.
얼마 전 <부산촌놈 in 시드니>를 보면서 반가운 베이비치노를 보니 멜버른 생활이 떠 올랐었다.
허성태와 배정남이 워킹 홀리데이로 일하는 시드니의 카페에서 아기 손님에게 다정하게 베이비치노를 건넸다. 어른뿐만 아니라 아기 손님까지 신경 쓰는 배려 깊은 서비스 정신이라 생각이 들었다.
이것 말고도 호주에서는 모카, 녹차라테, 차이라테도 인기가 많다. 호주는 커피 부심이 이탈리아만큼 높다. 대부분 우유가 들어간 따뜻한 커피가 인기가 더 많은 편이다. 멜버른의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아르바이트할 때 하루 평균 우유를 4~6박스 정도 소비했던 것 같다. (한 박스에 12팩)
티 종류와 여름엔 스무디도 나가긴 했지만 역시 뜨거운 커피 주문이 월등히 많았다.
한국의 카페엔 수많은 커피와 음료 종류들이 있다. 아이스커피류나 카페마다의 시그니처 음료들. 한국 사람들의 기발한 아이디어와 다양한 음료를 본다면 아마 호주 사람들은 깜짝 놀랄 것이다.
지난번 <한국과 다른 호주의 카페 문화 5가지>를 이어서 호주의 커피 종류에 대하여 소개를 해 보았다.
'호주'라고 썼지만 '멜버른 커피'라고 표기하는 게 더 맞는 것 일수도 있겠다. 멜버른에만 7년을 살았으니 말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호주 멜버른으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커피 한잔 주문할때 조금은 참고해 보면 어떨까?
이제 글 다 썼으니 이만 커피 수혈하러 가야지.
호주 멜버른에 대한 궁금한 점이 있다면 댓글로 남겨 주세요.
알고 있는 선에서는 최대한 성심성의껏 댓글 남겨 드릴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