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칭과 명상의 조화
몸이 굳으면 마음도 굳는다. 이건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다 보면 어깨는 바위처럼 뭉치고, 허리는 돌처럼 뻣뻣하고, 다리는 어느새 나무 기둥이 되어버린다. 이 상태로 “마음을 편히 가져야지”라고 다짐하면 어떨까? 대답은 간단하다. 몸이 먼저 ‘야, 나 지금 엄청 불편한데?’라며 반란을 일으켜서, 마음은 애초에 편안해질 기회를 잃는다. 결국 인간은 몸과 마음을 따로 떼어놓고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걸 뼈저리게 깨닫는다.
사실 몸 따로, 마음 따로 챙기면 제일 좋다. 아침엔 조깅, 저녁엔 명상. 혹은 주말엔 필라테스, 평일엔 마음 챙김. 완벽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부지런함은 나와 거리가 멀다. 운동을 따로 하고 명상까지 따로 하라니, 솔직히 나는 바쁘면서도 역설적으로 게으른 현대인이다. 그래서 생각했다. ‘둘을 동시에 할 수 있는 방법 없나?’ 하고. 그리고 너무 쉽게 발견했다. 바로 요가다.
흥미로운 건 많은 사람이 요가를 명상의 한 꼭지 정도로 생각하지만, 사실 반대다. 요가라는 큰 울타리 안에 명상이 들어 있다. 하타요가는 몸을 움직이는 실천, 라자요가는 마음을 다스리는 실천. 물론, 요가 경전에 따르면 둘 다 중요하다. 그런데 이미 모두가 알다시피, 나는 요가 전문가가 아니다. 내가 정식으로 요가를 배운 거라고 해봤자 대학교 교양체육 수업에서 1학점짜리 요가를 한 학기 들은 게 전부다. 그것도 솔직히 기억이 잘 안 난다.
그래서 ‘바쁘고 게으른 현대인’답게 유튜브부터 켰다. 가장 쉬워 보이는 동작 세 가지만 골라서 로테이션 돌리듯 했다. 뭐, 사실 요가라기보다는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스트레칭’에 가까웠다. 그래도 신기한 건, 그렇게 대충 따라 했는데도 효과가 있었다는 점이다.
명상에 ‘바디 스캐닝’이라는 게 있다. 몸을 머리 꼭대기에서 발 끝까지 실제 스캐너로 훑듯이 인식하는 건데, 몸이 굳었을 때는 이 과정이 매끄럽지 않다. 특정 부위에서 턱 걸린다. 예를 들어, 목이 굳어 있으면 목에서 오래 머무르게 되고, 허리가 뻐근하면 그 부분을 지나치기 힘들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조금씩 근육을 풀어주다 보면 바디 스캐닝이 훨씬 부드럽게 흘러간다. 마치 얼어 있던 강물이 봄 햇살에 녹아내리듯.
그제야 알겠다. 왜 예로부터 조상님들께서 ‘건강한 몸에 맑은 정신이 깃든다’고 했는지. 역시 조상님들은 지혜롭다. (그 지혜를 나는 왜 못 물려 받았는지는 의문이지만.) 그리고 또 알겠다. 우울하고 기력이 없는 사람에게 “일단 나가서 걷기라도 해라”라고 조언하는 이유도. 때로는 몸이 먼저 움직여야, 마음이 그 뒤를 따라오기 때문이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여기엔 함정이 있다. 나 역시 아주 우울했던 시기를 지나왔고, 또한 우리 엄마가 수십 년째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 걸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다. 그래서 안다. 우울할 때는 “나가서 걸어라”는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하게 들리는지. 문 밖으로 한 발자국 나가는 게 산을 오르는 것만큼이나 힘들게 느껴질 때가 있다.
겪어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무리해서 움직일 필요는 없다. 억지로 외출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집에서 뒹굴거리다가, 영화나 드라마 시리즈를 보다가, 문득 몸이 찌뿌듯할 때 기지개를 한번 켜는 것. 대신 평소보다 더 크게! 그걸로 시작하면 된다. 원래 근력운동도 무게를 단계별로 올리지 않나.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억지로 단계를 정하지 않는 거다. ‘오늘은 기지개, 내일은 맨손체조’ 같은 체크리스트를 만들라는 얘기가 아니다. 자연스럽게, 조금씩, 몸이 스스로 확장하고 싶어질 때 따라가는 게 더 오래 간다.
명상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1분도 힘들다. 시계 바늘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고, 별별 잡생각이 다 밀려든다. 하지만 어느 순간 3분, 5분이 되고, 고수들은 1시간씩도 고요하게 앉아 있더라. 중요한 건 처음부터 대단한 걸 하려는 게 아니라, 작은 순간을 쌓아가는 거다.
결국 우리의 목표는 단순하다. 뭉친 근육을 풀듯, 뭉친 마음을 풀어내는 것. 몸도, 마음도. 그렇게 쭉 늘려나가면 된다. 요가라는 거창한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좋다. 침대에서 기지개 한 번 켜는 것, 의자에서 허리를 쭉 펴는 것, 잠시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는 것. 그게 다 명상이고 요가다.
그러니까 오늘 나와 당신이 해야 할 건 거창한 계획을 이뤄내는 것이 아니다. 그냥 몸을 한번 늘려보고, 마음도 따라 늘려보는 것. 작은 순간을 쌓다 보면, 어느새 몸도 마음도 놀라울 만큼 유연해져 있을 거다. 사회인이 되어 보니, 강단 있는 사람도 멋지지만, 유연한 사람이 그렇게 멋지더라. 그런 의미에서, 지금 당장 기지개 한번 거하게 켜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