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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Sep 16. 2024

맞껌의 시대

잡담은 템빨이다!

잡담이나 스몰톡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은근히 많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쓸모 있는 아이템(소품, 좀 있어 보이는 용어로는 커뮤니케이션 도구)을 추천한다. 잡담을 위한 소품?? 꽤 유용하니, 끝까지 들아보시라.


일본에서 최고의 잡담 전문가 사이토 다카시 선생은 본인의 저서 <잡담이 능력이다>에서 아래와 같이 템빨을 강조했다.


대화의 계기를 제공하기 위한 자신만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갖자. 웬만한 잡담은 끄떡없게 만드는 이런 커뮤니케이션 도구는 잡담이 서툰 사람에게 든든한 무기가 된다.

...

가벼운 잡담 아이템, 커뮤니케이션 도구로써 주로 내가 권하는 것은 폴로 같은 민트 맛 캔디나 과일 맛 청량캔디다. 나 역시 민트 맛 캔디를 자주 가지고 다닌다.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하나씩 꺼내 먹으면 의외로 반응이 좋다.

 이것은 기회다.

“괜찮으시면 하나 드시겠어요?”라고 말하면서 하나씩 꺼내 상대의 손에 올려준다.

“실은 점심에 만두를 먹어서 냄새를 없애려고.”

 함께 캔디를 먹고 대화를 나누면서 잡담이 무르익는 경우가 흔히 있다. 내 경험상 캔디를 줬을 때 거절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설령 거절당해도 또 거기에서 다른 이야기가 생겨나게 마련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부터, 원활한 잡담을 위한 소품을 사용해 왔다. 소품은 나의 상황과 회사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최근에 내가 사용하는 소품은 아기용 스티커와 껌이다.


1. 아기용 스티커


글쓴이의 첫둥이자 막둥이인 남자아이 Hoya는 이제 33개월이 되었다. 말이 터짐과 동시에 본인의 확고한 취향도 드러내고 있다. 바로 탈 것과 고고다이노* 그리고 동물들이다.


*고고다이노: 우주 안전 관리국의 훈련 과정을 수료한 4마리의 공룡 로봇이 주인공인 애니메이션.


떼었다 붙였다 하는 스티커도 많이 샀는데 며칠 잘 놀고 나면 흥미가 떨어져 어김없 Hoya의 버림을 받는다. 그러면 Hoya의 아빠('나')는 냉큼 주어 이를 훌륭한 잡담의 소품으로 재탄생시킨다.

고고다이노 스티커를 핸드폰 케이스에 붙여서 재활용. 동물 스티커를 아이패드 케이스에 붙여서 재활용.

그럼 실전 적용 사례를 보자.


미팅 상대방 A: (핸드폰 케이스를 보며) 뒤에 스티커가 참 귀엽네요. 공룡 같기도 하고...


나: (격한 공감) 맞습니다. 맞고요. '고고다이노'라고 합니다. 우주 안전 관리국의 훈련 과정을 수료한 4마리의 공룡 로봇이죠. 사실 저희 아이가 버린 것을 제가 다시 거둬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환경도 생각하고요. 핫핫핫.


미팅 상대방 A: 아이가 어린가 보네요?


나: (격한 공감) 네. 맞습니다. 맞고요. 이제 33개월 됐습니다. 오늘도 새벽에 깨서 어찌나 칭얼대던지 지금도 졸립니다. 혹시 제가 미팅 중에 헛소리를 하더라도 '아직 잠이 덜 깨서 그런갑다' 하고 널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핫핫핫.


또 다른 실전 적용 사례를 보자.


미팅 상대방 B: (아이패드 뒷면의 고래와 니모를 유심히 쳐다본다)


나: 혹시... 고래 좋아하세요??


미팅 상대방 B: 네. 고래 엄청 좋아하죠!


나: 어쩜... 제 지인과 똑같네요!! 제 직장인 지인 중에 고래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나이 40에 고래 문신을 했지 모예요!!


미팅 상대방 B: 어머낫!! 회사에서 괜찮데요??


나: 아이고.. 말도 마세요.. 최근에 지인한테 얘기를 들었는데... 얼마나 쫄깃하던지 썰 한 번 들어보실래요??

https://brunch.co.kr/@humorist/158

미팅 시간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 할 필요가 있겠지만, 아들이 버린 스티커를 재활용해서 잡담 소재로도 쓰고 환경보호에도 앞장설 수 있게 되었다. ESG 경영이 멀리 있는게 아니다.


2. 껌


예전에도 나는 미팅을 할 때, 사탕이든 과자든 머든 먹을 것을 준비 했었다. 작지만 먹을 것을 먼저 내미는 사람에게 호감이 가는 것은 인류진화학적 관점에서도 증명된 사실이다. 먼 소리야? 흥분하지 말고 들어보시라. 인류 역사를 통틀어 지난 수 만년 중에 배고픔을 완전히 해결한 기간은 가장 최근 몇 십 년 전부터이다. 따라서 수 만년 동안 배고픔에 허덕인 조상들의 DNA가 몸에 쏙쏙 박혀있는 우리가 먹을 것을 내미는 상대방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 말이다.


최근에는 껌을 많이 내놓고 있다. 일명 '맞껌'. '맞껌'을 하다 보면, 긴장도 살짝 풀리는 효과가 있다. 


껌도 살펴보면, 종류가 많다. 풍선껌, 졸음을 쫓는 껌, 전통껌(후라보노, 쥬시후레쉬, 스피아민트 등등) 등등


글쓴이 회사에서 가장 가까운 편의점의 껌칸

그럼 바로 실전에 적용해 보자.


나: 안녕하세요? 혹시 껌 좋아하시나요?


미팅 상대방 C: (살짝 당황하며) 네??? 껌이요???


나: 요즘은 '맞담배' 대신 '맞껌'의 시대거든요. 핫핫핫.


미팅 상대방 C: (여전히 당황스럽지만) 네. 좋아요.


나: 와우와 왓따가 있고, 혹시 피곤하거나 졸린다면 '졸음 한방에 쫓는 껌'도 있습니다. 클래식한 걸 좋아하신다면 후라보노와 쥬시후레쉬도 있고요.


미팅 상대방 C: (아직도 당황스럽지만, 왠지 이번 미팅은 마음이 편하다) 왓따 주세요. 저는 와우보다는 왓따가 낫더라고요. 와우는 조금 질기고...


나: 핫핫핫. 껌에 대해 상당히 조회가 깊으시군요.



실제로 '맞껌'은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김도형 뇌공학 박사는 “삼차신경에 가하는 자극으로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 수치 조절 등이 가능하다”며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를 꽉 물면 삼차신경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완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고, 껌 씹기도 이와 같은 원리로 스트레스 해소, 불안감 완화 등에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남자들은 담배를 피며 서로 친해지고 정보를 교환했다고 하는데, 이제는 NO담의 시대다. 시대에 맞춰 변해야 한다. 바야흐로 맞껌의 시대가 도래했다.


당신의 비즈니스 성공은 멀리 있지 않다. 아이가 버린 그 무엇과 맞껌이면 충분하다.




p.s. 맞껌을 하다 보면, 가끔 횡재할 때도 있다.


무려 <네잎크로바>를 찾는 행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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