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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그다드Cafe Sep 23. 2024

직장인의 '베테랑2' 활용법

잡담의 실전 적용

지난주 목요일부터 출근한 직장인도 있고, 꿀연차를 활용해 오늘에서야 연차를 마치고 출근하는 직장인도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동료와 고객과 상사에게 무슨 얘기로 시작해야 할까? 바로 회의 소집하고 깜빡이도 없이 일얘기로 직진해야 할까? 직진해도 되지만, 그러면 재미도 없고 오히려 능률도 오르지 않을 것이다. 직진  전에 살짝 전후좌우로 살피고 필요하면 깜빡이도 켜야 한다. 그 깜빡이가 바로 내가 강조하는 잡담(스몰톡)이다.


이번 추석 연휴 후 바로 실전에 써먹을 수 있는 '기'도 막히고 '코'도 막히는 일명 기코 막히는 잡담 소재와 기술을 고이 전달드리고자 한다.


보통 명절 연휴에는 극장에서 영화 대작들이 꼭 한 편 이상 상영한다. 요즘은 넷플릭스 같은 OTT 때문에 영화 상영이 줄어들긴 했어도, 명절에는 가족이든 연인이든 친구든 극장에서 그 대작을 도란도란 함께 보는 재미와 기쁨을 K국민이라면 아시리라.


올 추석에는 승완 형님께서 감독하고, 정민 형님과 해인 님께서 주연으로 출연한 '베테랑2'가 바로 그 영화일 것이다. 9월 22일 기준으로 관람객 5백만 명 이상을 기록했으니 산술적으로 대한민국 인구의 10% 이상, 그리고 직장인은 더 높은 비율로 보지 않았을까 예상해 본다.


그렇다면, 베테랑2는 좋은 잡담 소재다. 요즘은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영화를 요약해 주는 유튜브나 짤도 많고 관련 기사도 많으니 활용할 여지가 많다.


다음의 예를 보자. 추석 연휴와 휴일을 합쳐 거의 10일 만에 만난 '무한프레스정밀' 회사의 JK차장과 HJ전무의 대화이다.


JK차장: 전무님!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HJ전무: 그냥저냥 보냈지, JK차장은 머 특별한 거 없었나?


JK차장: 네, 저는 아이와 아내랑 함께 쉬면서 잘 보냈습니다. 전무님, 영화 좋아하시죠? 베테랑2가 인기가 많던데 보셨나요?

 

HJ전무: 봤지. 와이프가 보자고 해서 봤는데, 영... 베테랑1에 비해서는 재미가 떨어지더라고.


JK차장: 앗, 전무님 어떤 부분이 마음이 안 드셨나요?


HJ전무: 해인인가 해친가 머시기가 바로 처음에 공개됐잖아. 흥미도 떨어지고, 차도철 형사도 이제 늙었어.


JK차장: (머지... 이제 어떤 말을 해야 되지... 바로 보고로 넘어가야겠다) 전무님! 추석 전에 진행하던 프로젝트 건...


다음은 '무한프레스정밀' 회사의 영업전략구매총무법무대외협력지원팀의 회의를 살펴보자.


ACE 대리: 팀장님, 베테랑2 보셨어요?


JK차장(팀장): 봤지. 승완 형님 여전하시더라. 액션에 대한 갬성은 역시 쏴라 있고, 배경음악도 난리 났지 않았냐??


ACE 사원: 엇, 팀장님. 배경음악이요?? 어떤??


JK차장: 뽕쟁이 소굴에서 깔리던 배경음악. 떡배 형님의 '나의 옛날 이야기'잖아. 난 뽕쟁이 소굴이 그렇게 낭만적인 건 처음 봤다. 거기 어디냐 미국 놈들 거기 크림치즈 그그그.


ACE 사원: 필라델피아요?


JK차장: 그래. 그래. 역시 ACE는 다르네. 필라델피아 좀비 마을 있잖아. 거기 뽕쟁이들은 삭막하잖아. 뽕이든 머든 역시 음악이 있어야 돼. 음악이. 덕배 형님 음악으로 뽕쟁이 동네도 낭만적으로 살려놨어. 근데 이건 비밀*인데, 떡배 형님도 뽕흡입으로… 읍… 승완 형님의 고도의 장치인거 같애. 만약에 우연의 일치라면 참 시네마틱해.


*언론에 이미 기사화 되었음.


ACE 대리: 와… 팀장님 그런 것도 아세요? 그런데 팀장님, 조덕배 가수랑 친하세요?


JK차장: 알지. 알지. 내가 얼마나 덕배 형님 좋아하는데,  내 컬러링도 덕배 형님 노래잖아. 그런데 형님은 나를 모를걸??


ACE 대리: ㅋㅋㅋㅋㅋㅋ


JK차장: 그건 그렇고, 직장으로서 경찰 어떠냐??


ACE 사원: 음... 진짜 생각할게 많은 거 같아요.


(중간 대화 생략)


JK차장: 영화 주제가 결국 '사적인 처벌은 정당한가?'잖아. 형법 시스템도 그렇고, 법률적인 적용과 실제 피해자들의 간극도 고려해야 되고, 넌 어떻게 생각하냐?


ACE 대리: 어려운 주제인데...


JK차장: 그렇지. 어렵지. 그렇다면 추석 전에 일단 우리가 맡긴 법무 검토부터 챙겨보자.


ACE 사원: 앗! 팀장님. 이렇게 자연스럽게 일로 넘어가기예요?


JK차장: 우리도 일해야지. 밥값 하자. 밥값. 경찰관들도 불철주야 일하는데 박봉이잖아. 우리도 프레스 열심히 찍자. 우리도 가오 떨어지면 안 되잖아.


어떤가? 두 번째 대화가 더 흥미롭고, 일의 능률도 오르지 않겠는가?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일을 잘한다는 것이란, ‘얼마나 타인과 다른 창의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가’일 것이다.


결국 잡담을 잘하는 게 일을 잘하고 직장에서 살아남는 법이라고 사고를 무한 확장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일을 시작하기 전에 잡담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가벼운 분위기로 뇌를 말랑말랑하게 풀어주는 것이다. 또한, 조직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준다. 이를 통해 회의 참석자들은 더 개방적이고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게 되고, 협력과 문제 해결 과정에서 창의성이 증가*한다. 즉, 결국 일을 잘하게 된다는 얘기다.


*잡담(스몰토크)을 잘하는 직장인이 중간토크, 라지토크, 더 나아가 엑스라지토크도 잘하지 않을까 싶다. 창의적으로.


그렇다면, 같은 '베테랑2'를 보더라도 어떻게 남들과는 다른 식으로 활용할 수 있을까? 아래 첨부한 글은 바그다드Cafe가 썼는데 그 만의 시각으로 제법 특이하게 잘 썼다고 생각한다.

https://brunch.co.kr/@humorist/201

물론, '베테랑2'를 보고 심오한 주제인 '정의란 무엇인가?', '사적 처벌(복수)은 정당화될 수 있는가?' 등등을 뽑아내고 잡담 소재로 활용해도 되지만 이는 너무 무겁다. 오히려 상대방의 하품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우리는 백분토론에 참석한 패널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반대로 너무 가벼운 이야기는 대화 단절을 부를 수도 있음을 주의하자. '정해인 너무 멋있지 않아요?', '안보현 진짜 싸움 잘하던데요? (거기다가 얼굴도 잘 생기고!)' 가벼워서 좋은 소재일 수도 있지만 상대방에 따라 연속성은 떨어질 수 있다.

정해인 님과 안보현 님. 이 님들은 사실 잡담을 잘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존재 자체가 출중한 실력이다. 출처: CJ ENM


예를 들어, 신입사원이 나에게


"팀장님, 해치해치 정해인 너무 멋있지 않아요?눈도 완전 맑고!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정해인이 팀장님이랑 4살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요?*"

어떤 잡담은 대화를 단절할 수도 있다.

나는 아마 대화를 단절할 것이다. 아니, 거부할 것이다. 회의 분위기도 심각해질 것이다. 안 하느니만 못한 얘기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다소 TMI이긴 하나, 이 글 메인 사진의 극중 떡칠이(현봉식 역) 님과 맑은 눈의 광인 정해인 님은 불과 4살 차이다... 불과...


'베테랑2'에서 직장인이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는 주제는 같은 직장인으로서의 경찰관이다.  '베테랑2'에서도 유독 직장인을 강조한 것을 보면 생각해 볼거리도 많고, 같은 직장인으로서 할 얘기도 많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간다면, 영화에서 사용된 배경 음악이라든지, 영화에서 사용된 마약 종류라든지(내 생각엔 민강훈은 메스암페타민 계열의 히로뽕을 투약한 거 같지는 않고, 모르핀 계열의 진통제 마약을 투약한 거 같다*) 이런 주제들을 추가로 언급한다면 잡담은 더 풍성해지지 않을까?


*오해하지 마시라… 내가 마약을 직접 투약해서 잘 아는 게 아니고, 워낙 다방면(특히, 어두운 세계)에 관심이 많아서 이 동네 책을 몇 권 읽었을 뿐이다. 마약 관련해서 내가 읽은 책으로는, <마약 중동과 전쟁의 시대>, <전쟁과 약, 기나긴 악연의 역사>, <마약하는 마음, 마약 파는 사회>, <1그램의 무게> 등이 있다. 책 몇 권 읽으면 마약 중독자의 상태만 봐도 투약한 마약이 메스암페타민 계열의 마약인지 모르핀 계열의 마약인지 알 수 있다.


요약하면, 잡담의 소재는 주위에 얼마든지 널려있다. 연휴 기간 동안 본 영화도 소재가 될 수 있고, 어제 점심때 먹은 중국 냉면, 오늘 저녁에 가족과 함께 먹을 요아정도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평범한 소재를 소재 ‘거리’로 만드는 것은 본인의 평소 노력에 달려있다. 비유하면  소재는 음식 재료이고, 소재 거리화 하는 작업은 요리가 될 수 있다.


시간과 자원이 한정적인 직장인이 평소에 소재를 요리할수 있는 연습 방법으로는 사람에 대한 관심, 미디어에 대한 꾸준한 모니터링, 다방면의 독서를 꼽을 수 있다. 평소에 머든 꾸준히 해야 단순 소재를, ‘소재 거리’로 요리 할 수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 나는 독서를 추천한다. 독서를 추천하는 이유는 사람도 많이 만나보고, 미디어도 차고 넘치게 본 내가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앞서 마약과 관련 책에 대해 언급한게 괜히 마약 지식 자랑을 하려고 한 건 아니다.


p.s 독서가 왜 가성비 뛰어난 요리 연습이 될 수 있는지 천천히 풀어볼게요 :) 기대해주세요. 그리고 긴 연휴를 보내고 적응 못하는 직장인께… 우리 일주일만 또 버텨요. 다음 주가 있잖아요. 갑자기 국군의 날이 임공일이 되었잖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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