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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verly Story Jul 29. 2024

해양 동물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

미국, 죠지아와 롱비치 아쿠아리움.  그리고 샌디에이고 씨월드 1

물 좋아라 하는 아이들


엄마 뱃속에서부터 양수에 둥둥 떠서 자라온 아기들이라 그런지 대부분의 영유아 아이들은 물을 좋아한다.

양수에서 자란 덕분에 갓 태어난 신생아를 깊은 물에 넣으면 자연스레 수영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이 생겼지만, 클로린 가득한 풀장 물속에 아기를 띄울 한국 엄마는 나를 포함해 많지 않을 듯하다.

 

조금 더 큰 어린이들도 10명 중 8-9명은 물놀이를 좋아한다. 물놀이를 시작하면 손발이 퉁퉁 불어도 하루종일 풀장에서 나오지 않고 버티는 아이들이 많고 한 시간 놀다가 나오는 아이들도 있지만, 이유 없이 처음부터 싫어하는 어린아이들을 본 적은 거의 없는 듯하다. (십 대가 되면서 물놀이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심지어 어린 두 딸은 물속에서 마치 물개처럼 간식을 받아먹는 것을 좋아했다. 배는 고프지만 물 밖으로 나오기 싫어서였다.  가끔 못 이긴척 과자 한입 넣어주면 공연 속 물개처럼 뱅뱅돌고 묘기도 보여준다.

 

캘리포니아에서 아이를 키우려면 어려서부터 수영을 가르쳐 둬야 한다.

친구들 생일파티로 풀파티가 많기 때문이다. 킨더*나 1학년때 특히 풀파티를 많이 하는데, 그때 수영을 할 줄 모르면 물속에서 노는 친구들과  혼자 동떨어져 어울리지 못한다. 1학년 이상이 되면 혼자 안전 조끼를 입거나 팔에 튜브를 끼고 노는 건 더더욱 싫어한다. 파티에 따라간 3-4살 동생들만 안전조끼를 끼고 수영을 하기 때문이다.

가끔 생일 풀파티 이벤트에 인어가 찾아와 물속에 잠수도 하고 함께 놀이를 하는데, 그곳에서 물에 대한 더 좋은 기억을 가질 수도 있지만, 수영을 못 한다면 반대로 부정적인 추억을 쌓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다른 친구들은 이미 잠수도 하고, 인어 따라 앞구르기 뒷구르기 다 따라하는데 혼자만 물속에 얼굴도 못 집어넣거나 혹은 처음으로 코로 물을 가득 마셔 놀라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떤 아이는 풀파티에서 혼자 수영 못하는 경험으로 자신감을 잃는 경우도 있다. 혹은 자신은 원래 물놀이 싫어한다며 수영복도 갈아입지 않고 아예 처음부터 혼자 밖에서 노는 아이도 있다.


그래서 캘리포니아 사는 센스 있는 엄마라면 아이들이 취학 전 미리 수영을 익혀두는 게 학교생활에 이롭다는 걸 안다.

대부분 풀파티를 할 때 미국인들은 안전요원 아르바이트생들을 풀장에 배치시켜 만일을 대비한다. 그래도 어린아이가 부모 없이 물속에서 놀 때 항상 위험을 대비해야 하므로 미리 수영을 배워두면 좋다.


개인적으로 나 또한 4-5살때 아버지 무릎 위에 앉아 워터파크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다 물에 빠진 적이 있었다.

아버지가 나를 건져 올리셨지만, 그 몇 초 사이 숨이 넘어갈 듯했고, 깊은 물속에서 허우적 댔던 기억이 아직도 물에 대한 공포로 남아있다. 그래서 수영을 할 줄 알지만 발이 닿는 곳에서만 하고, 여전히 깊은 물로 들어가지 않는다. 숨 막힐듯한 스킨스쿠버를 시도도 하지 않는 이유다.

생파를 따라간 3-4살 동생들은 안전조끼를 끼고 놀지만 대부분 1학년들은 수영을 할 줄 안다. 거기서 혼자 못하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photo by BS


캘리포니아는 (내가 배웠던 시절) 한국과 달리 자유형 배영이 아닌 생존수영부터 아이들에게 가르친다.


첫째 딸아이가 어린 시절 다녔던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가 창업자인 한 수영학원은 레벨 테스트가 있었다.

이제 막 한 달 정도 수영을 배운 4살 된 딸이 평소처럼 레슨.

시작 전 코치와 인사를 했다. 그런데 갑자기 10피트 (3미터 남짓) 깊은 물속 저만치 아이를 냅다 들어 던졌다. 그 테스트 방식을 친구에게 들어 알고 있었지만, 수영도 못하는 유아를 갑자기 던지니 엄마 심장이 철렁했다. 막상 그 모습을 눈앞에서 보니 비명을 지를 뻔도 했다.


그런 엄마와 달리 신기하게 그 쪼그만 아이는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자연스레 천천히 몸을 돌려 물 위에 누워 숨을 확보한 후, 물속 가장자리로 발차기하며 움직였다. 팔이 닿을듯한 풀장 가장자리에서 물밖으로 기어 나오는데, 주어진 몇 분 안에 해 내야 했다.  그게 레벨 1 테스트였다.

아이가 기어 나오면 코치는 한없이 박수를 쳐준다. 그리고 풀장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있는 단상에 올라 딸랑딸랑 종을 울리면 그곳에 있는 모든 코치, 학생들 그리고 부모들이 박수를 쳐 주었다. 테스트에 통과한 아이는 다음 레벨 컬러의 수모를 받고 새 스티커를 받는 미니 시상식을 하며, 아이의 자존감은 쑥쑥 올라갔다.


처음 시작하는 아이들이나 혹은 물을 무서워하는 아이들이 오면 코치들은 장난감등을 이용하여 아이들과 놀이하듯 천천히 물과 친숙해지게 하고, 물에 누워 떠 있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 숫자 구령 대신 노래를 부르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이끌어 주었다. 그러니 당연히 물과 친숙해질 수 밖에 없다.


물에서 나는 사고는 수영 실력이 좋아도, 갑자기 두렵고 당황할 때 벌어진다는 걸 알기에 그 학원은 미리 아이들에게 학습을 시키고 있었던 거다.


모든 수영학교가 그런 테스트와 미니 시상식을 하지는 않지만, 대부분 초보 학생들에게 갑자기 물에 빠져도 절대 당황하지 않고, 우선 물속에서 혼자 나오도록 서바이벌 수영부터 가르치는 레슨이 많다 보니 아이들이 물을 무서워하지 않고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미국 샌디에이고 호텔 수영장을 가보면 수영 잘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샌디에이고는 가족여행으로 좋은 곳이므로 어린이들을 많이 볼 수 있다. )

10살 정도 되어 보이는 소녀가 인어 다리를 끼고 인어공주 수영복을 입고 머리를 풀어헤친 체 물속을 헤엄치고 다니는 모습도 보였다. 자태도 우아했다. 아이가 말을 안 해도 이미 그 소녀는 인어공주로 빙의되어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여기서 놀라운 건 인어 꼬리를 입었으니, 두 다리가 묶인 상태에서도 수영을 잘했다는 점이다.

많은 아이들은 덤블링으로 묘기를 부리며 물속에 첨벙첨벙 잘 뛰어든다.

아이들은 새까맣게 타도 행복하게 물속에서 논다.


그런 아이들은 해양동물들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더불어 바다 탐험대 옥토넛이나 뽀로로를 보고 자란 유아들은 펭귄과 문어, 고래 등을 보면 환장한다. 그런 아이들은 해양 동물을 만날 수 있는 아쿠아리움 방문이 행복했다.

 

펭귄과 함께 수영하고 싶어하는 4살 Photo by Beverly Story
아이들은 마치 물속에 들어온 양 유리벽에 찰싹 붙어 본인 크기만한 큰 물고기가 다가오길 기다린다. 가끔 잠수부도. 4살때나 9살때나 둘째양의 반응은 같다. Photo by BS  




* 미국 초등학교는 5살 때 킨더부터 시작한다. 킨더, 1학년, 2학년.... 12학년에 고등학교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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