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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bin 이선종 Jul 04. 2022

미안, 테니스 #1

테니스에 대한 오해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 찰리 채플린 - 

테니스는 가까이서 보면 다리 운동이지만, 멀리서 보면 팔운동이다

큰 키에 높은 위치에서 내리치는 서브와 스매싱, 호쾌한 스피드를 자랑하는 스윙 등 상상했던 테니스는 주로 팔을 쓰며 다리를 일부 쓴다고 생각했다. 레슨이 시작된 지 첫날. 파워 있는 스윙을 배울 줄 알았던 난 잰걸음으로 발 운동만 했다. 테니스는 발이 치는 거라고. 거리를 예상해서 움직이고, 팔과 몸통을 루틴에 따라 이동할 뿐이라고. 그게 테니스라는 운동의 진실이었다. 코트 위에서 나는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거리를 적응하는 훈련을 시작했다. 준비 자세와 스텝 혹은 잔발이라 부르는 발놀림이 얼마나 중요한 지 그때는 잘 몰랐지만 한 걸음을 줄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생각과 전술이 필요한지 차차 배우게 됐다. 


예측을 해서 미리 움직이면 벌어지는 일들

우선 치기 전에 숨을 고를 수가 있다. 안정된 호흡과 함께 팔을 쭉 핀 채로 원하는 위치에서 원하는 쪽으로 칠 자세를 잡을 수 있다. 한 번 한 번이 중요한 이 스포츠에서 그럼 엄청나게 유리해진다. 상대방은 어려운 자세로 받아내게 만들고 나면 대시하며 발리. 보통 일반적으로 이기는 게임에서 흔히 보는 광경이다. 

나같이 예측이 떨어지고 눈으로 공을 좇는 테린이의 경우로 돌아와 보자. 공은 상대방의 라켓을 떠나 나의 코트에 이미 도착했다. 한 번 이상 튀기면 실점을 하는 테니스 규칙 상 내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는 상황에서 공을 향해 돌진한다. 이미 제대로 된 자세는 잡기 어렵고 공을 맞추는 것이 베스트인 상황. 최선을 다해 뛰어 보지만 라켓에 맞은 공은 상상과는 달리 힘없이 네트를 넘어가 상대방에서 찬스를 주거나 네트에 걸린다. 그것도 아니라면 야구에서 잘 나오지도 않은 홈런왕이 된 나를 발견한다. 


아이를 키우는 일, 인간관계, 비즈니스 등 어떤 상황이던 예측력이 높은 것은 안정적으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원하는 바를 얻기에 유리하다. 상황이 예측대로 안 되거나 고작 쳐내는 것 만으로도 숨이 헐떡인다면 나를 한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발보다 팔이 먼저 움직이는 건 아닌지, 한 걸음 줄일 수 있는데 지금 나의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건 아닌지, 전혀 다른 곳에서 공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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