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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ya Jun 10. 2024

2024년 6월 10일 산책일기

기도





2024년 6월 10일


한 몇주간은 건널목에서 소위 '전도'를 한다는 사람들을 만났다.

그야 말로 다짜고짜 들이밀고 다짜고짜 교회에 다녀야 한다고 더니 다짜고짜 나의 구원이 '예수를 믿음' 있다고 뒤통수에 소리쳤다.

그리고 얼마전부터는 땅 바닥에 그 믿음을 흩뿌려놓기 시작했다. 나이트 삐끼들의 명함 마냥.

신을 모방해서 만든 인간바닥에 뿌려진 이런 종이 쪽지 한장으로 설득  있을거라 믿는 무지함은 인간에 대한 무시 아닌가?

인간을 존중하고 사랑한다면, 그게 진짜라면 이런식으로 자신의 신을 소비하지는 않을 거다. 그건 신에 대한 무시이기도 하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나도 안다. 신은 교회보다 내 마음에 더 자주 깃든다는 걸.

울고 불며 이 세상을 뜰 때의 천국을 약속해 달라고 기도하는 것보다 지금 여기, 그가 나를 위해 7일에 걸쳐 정성스레 만든 자연과 계절과 시간을 아낌 없이 즐기는 것을 더 기뻐할 것이라는 걸. 나를 위해 열심히 만들어놨는데 그건 쳐다도 보지 않고 '죽고나서 천국'만 외치는 게, 신은 얼마나 안타깝겠어.

당신의 삶을 살길. 누구를 구원할 생각 말고.

구원은 성직자에게 맡기고 공짜로 받은 생 하나를 온전히 그의 방식대로 누리라고. 인간이 구원할 수 있는, 구원해야 하는 삶은 오직 자기 자신의 것 하나 뿐이야.

그렇게 전도를 하고싶다면 '진짜 도움'이 필요한 곳으로 갔으면 좋겠다. 길에서 나눠주는 전단 백만장 보다 봉사활동 중에 내 비친 미소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신이 있다고, 그것이 본받을만 하다고 믿게 할테니.



이게 다 뭐야


제발 좀 즐겨. 날 위해 만들어 놓은 현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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