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월 Feb 26. 2022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선택을 위한 자세


1. 불가항력적으로 다가오는 부정의 바람에 휩쓸린다. 어떠한 자의식 없이 휘몰아치는 다른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귀 기울이게 되는 내 모습이 꽤 웃기다. “금방 지나갈 거야. 기운 내” 언젠가 우쭐대며 위로를 생색냈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모두가 겪는 일인걸” 내 일이 아니니 허투루 다그쳤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겪어보지 못한 것에 무지할 수밖에 없는 나의 가벼운 혀에서 나온 말들이 다시 내 앞으로 돌아왔다.


2.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아니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들로 사람들이 수근 거린다. 내가 말한 적도 없는, 해본 적도 없는 내 모습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상하다. 원인 없이 결과가 나올 리가 없는데. 누군가의 허상으로 만들어진 내 모습이 나도 당황스럽다. 어쩌나? 그들이 말하는 이질적인 모습이 나의 진짜 모습인가. 아니 내 모습은 사실 이질적이었나. 헷갈리기 시작한다.


3. 불완전한 시선들 속에서 나는 ‘그러나’ 보다는 ‘그래도’의 자세를 갖추기로 했다. ‘그러나’에는 어떤 오기나 각오 같은 결연함이 있다면, ‘그래도’에는 성숙한 자아가 인정하는 불공평함이 있다. ‘그러나’ 뒤에 의지가 있다면, ‘그래도’ 뒤에는 의연함이 있다. ‘그러나’ 뒤에 반전이 있다면, ‘그래도’ 뒤에는 일관성이 있다. 어쩐지 ‘그래도’가 내 마음에 더 든다.


4. 객체들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다양성 안에는 내가 접해 보지 못한 것들도, 내가 이해하지 못한 것들도, 내가 두려워했던 것들도, 내가 멀찍이 외면시했던 것들도 ‘개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자리 잡고 있다. 나에게 도외시될 수 있는 무언가가 누군가에게는 대단한 무언가가 될 수 있는 세계. 나에게 구원 같은 무언가가 누군가에게는 지옥이 될 수도 있는 세계. 그 세계 안에서 유랑하는 나는 음미하기보다는 소화하기 바쁘다.


5.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세상을 나누지 말고, 제대로 하는 것은 하나도 없어도 뭐든지 일단 한 번 해보고, 정의하려 들지 말고 항상 새로움에 잠겨 살며, 사랑의 거리와 온도를 재지 말고 마음껏 사랑하면서, 이타적인 삶을 위해 따뜻한 마음을 품어보는 것. 소속감에 안주 삼아 헛헛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내 앞뒤에 붙는 수식어로 나를 숨기기보다는, 우주에서 나를 보아도 빛날 수 있게 나 자신을 추슬러 보는 것.


6. 어쩌면 이 모든 것을 잘 해낼 수 있는 ‘나’의 모습도 ‘나’의 선택이라는 것. 어쩌면 선택함으로써 내가 완성되는 것.


7. 그러니,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작가의 이전글 스무 살의 나를 다시 만난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