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간 우산 Aug 22. 2023

맨해튼에는 큰 놈이 (제 2 편)

게임의 종말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엇?)

한 개의 쥐덫이 뒤집어져 있었고, 잡히지는 않았다. 엎어진 쥐덫의 피넛 빠다는 물론 먹었다. 독극물이 들어 있다는 것은 아예 건드리지도 않았다. 그런데 쥐똥은 안보인다? 아마 놀라서 똥도 못 누었을까? 며칠을 굶다보니 나올 것이 없어서일까? 그렇게 매일 같이 쥐때문에 신경이 곤두서다보니 (엇!) 쥐가 방금 지나간 것 같기도하고... 내가 설마 헛 것을 보았을까? 그런데...


지금 이 쥐와의 전쟁은 나만 벌이고있는 것이 아니다. 뉴욕시 전체가 난리다. 최근들어 쥐가 갑자기 극성을 벌이는 탓에, 쓰레기 버리는 방법과 시간이 바뀌었고, 그것도 아주 엄격히 시행하는 모양새다. 식당에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는 비닐 봉지가아닌, 밀폐된 단단한 용기로 처리를 하는 등 규정이 바뀌었다. 게다가 각 가정에서 나오는 음식 쓰레기는 앞에서도 언급한 가슴 높이만큼 올라오는 큰 철제 Box에 버려달라고, 홍보하고있다. 그러니, 짜샤, 니들 쥐님들, 이젠 정말 클났다. 앞으론 니들 죄다 굶어죽게 생겼어, 임마! 그런데,


 

그건 뉴욕시의 이야기일 뿐이고, 우리 가게의 문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왜냐하면, 소독 회사의 처방도 별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벌써 여러 주째, 그 녀석은 여전히 가게 안을 헤집고 돌아다니며 계속 쥐 똥을 싸고있으니, 난 혹시라도 우리 가게 손님한테 들킬세라, 매일 같이 열심히 청소하고, 나름 이리저리 머리를 써 보아도 번번히 내가 그 녀석을 잡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옷감까지도 쏠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그 녀석과 내가 매일 게임을 하는데, 그 녀석이 나보담 머리가 좋은지, 내가 매번 그 게임에서 지고있다. 녀석은 내가 파 놓은 함정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가면서, 한편으론 나를 비웃을 것이다.

 

사실 그 동안 이런 게임을 하면서도 '이제는 게임이 끝났다!'라고 생각한 적도 여러번 있었다. 내가 그 녀석을 포위하고, 가두고, 거의 생포 했다고 생각된 것만도 서너번 있었다. 쥐를 완전 코너에 몰아놓고, 때려잡으면 되는 상황이었다. 쥐를 바로 앞에서 자세히 보니, 붉은 색은 아니고 회색, 그러니까 쥐색이었다. 그럼 끈끈이에 묻어있던 붉은색은? 아마도 피였나? 쥐잡듯한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나는 한번도 그 쥐잡 듯 해 본적이 없었다. 바로 내 눈 앞의 그 쥐를 때려 잡던가, 아니면 잔혹하긴 하지만 우산 같은 것으로 찔러서 잡을 수도 있으련만, 도저히 나 혼자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럴 때마다 소독 회사에 연락을 해서 '다 잡아 놓았으니, 제발 와서 잡아달라'고해도,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안 오는 것이다. 할 수 없어서 그 회사 사장한테 전화했더니만, 사장님 대답이, 그 직원은 오늘 골프를 치러 갔다는 것이다. (내 원 참... 골프면 다냐? 누군 골프 안치고 일만하고 싶어서 여기서 이러고 있겄냐?) 그러면서... 



내가 하도 졸라서 어쩌다가 나타나게되면, 올 때마다 돈을 요구한다. 그리곤 전에 놓았던 먹지도 않는 독극물 과자(사각으로 된 파란색의) 대신에 조금 더 Upgrade 된 방법인지, 흰 가루 약에 스펨을 묻혀서 이곳 저곳에 놓아두는 새로운 방법을 사용했다. 그렇다면,

 

이런 방법이 훨씬 나은 방법이있었으면, 진작에 그럴 것이지, 처음엔 먹지도 않는 것들을 갖다 놓고 돈을 요구하고 시간만 끌다가, 또 나타날 때 마다 조금씩 다른 조치를 취하며 그때마다 돈을 또 요구하니, 나는 화가 나기도 했지만, 더 화가 난 것은 거의 다 잡아 놓은 상태에서 불렀을 때, 골프를 치러 가야한다며 안 나타나고, 그 다음날 쥐가 이미 도망치고 없는 걸 알고는 나타나는 그런 행태가 괘씸한 것이다. 


게다가, 한다는 소리는, 쥐라는 것은 그렇게 때려 잡는 것이 아니란다. 그냥 가게 안에 돌아다니게 놔 두었다가, 설치해 놓은 쥐덫에 잡히게 해야한다는 것이다. 이 양반, 나처럼 쥐를 무서워서 하는 소리아녀? (벌써 한달이 넘었어! 이 양반아!) 그런데...



그 흰 가루 약에 스펨을 묻혀둔 것이 다르긴 달랐다. 그 스펨 그릇을 4개를 준비해 두었는데, 그 중에 2 개는 싹 비웠다. 그러면서 흔적을 남겼다. 흰 가루 약이 질질 흘린 자국을 따라가 보니, 기계 안으로 끌고 간 것이다. 그 사이 여러번에 걸쳐서 이 녀석의 아지트를 발견할 때마다 내가 놀랐던 것은, 그곳에는 먹을 것 심지어는 물까지 갖고 있는 것에 놀랐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이 녀석의 숨을 곳을 없애기 위해, 아깝지만, 혹시라도 나중에 다시 쓸지도 모를 내 물건들을 죄다 내다버렸다. 길 가는 사람들은 혹시라도 내가 가게 문 닫나? 라고 생각 할 정도로 연일 계속 많이 버렸다. 그 방법 밖에는 없었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도록 휑 -하니 만들었더니, 그 녀석이 이번에는 기계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래서,



소독회사에게 물어 보았다. 그 스펨에 묻은 하얀 가루약도 먹었을 터인데, 그러면 얼마만에 죽냐고? 그랬더니 3 - 4시간 후라고 했다가, 그 후에도 계속 안 죽었다니깐, 또 쥐에 따라 3 - 4일도 간다고 말을 바꿨지만, 그것도 다 틀린 얘기다. 물론 그 기계에서 탈출을 못하게, 나는 쥐덫과 끈끈이와 나무판으로 막았지만, 그 녀석은 그 후로도 10 여일 동안 (나를 비웃으며) 기계 안을 들낙거리며 여전히 쥐똥도 남기고 가게 안을 헤집고 다녔다. 그러다가...



정말로 아주 우연히 보게 되었다. 내 공구를 담아 놓은 Bag안에 있는 녀석과 눈이 딱 마주쳤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물건들을 거의 다 내다버렸으니 이제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방금 전에도 그 공구 Bag을 내가 뒤졌을 땐 분명 없었는데? 암튼 신출귀몰한 놈이다. 이젠 급하다. 시간도 없다. 바로 옆에 있던 내가 항상 사용하는 플라스틱 바스켓을 그냥 뒤집어 씌웠다. 그리곤, 시간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옛날, 한국 역사의 한 장면이 떠 올랐다. 영조 대왕이 뒤주 속에 가둔 사도세자 생각이 났다. 이 녀석도 이젠 독안에 든 쥐처럼, 완전히 잡혔으니, 영조 대왕처럼 그렇게 시간만 벌면 된다. 그런데...


힘이 엄청 센 놈이니, 혹시라도 그 바스켓을 들추거나 물어뜯어서 구멍을 내고 탈출하면 어떻하지? 그 녀석은 플라스틱 병을 뜯어서 뚜껑을 열고 먹을 것을 훔쳐간 적도 있으니 말이다. 우선 바스켓 위에 무거운 물건들을 잔뜩 쌓아두어 절대 열지는 못하게 하고, 소독 회사에 연락을 했는데, 또 요리 핑계, 조리 핑계하며 안 오는 것이다. (또 골프 치러 가셨남?) 화가 나서 난 그에게 마지막 문자를 날렸다. ' 우리 다신 만나지 말자'고... 

시간이 한참 지나고 드디어 시체 썪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금방 열었다간, 이놈이 살아 돌아다닐 것만 같아, 그 악취를 견디며, 손님한테는 들키지 않으려고, 문 열어놓고 Fan을 틀어가며, 하루를 또 견디었다. 여전히 소독회사 직원께서는 뺀질거리고 안 나타나셨다. 드디어...


그 플라스틱 바스켓을 열어보니, 그 녀석이 길게 누워있는데, 참 길고 크다. 건드려보아도 꿈쩍 안 하는 것이 정말로 죽은 모양이다. 비닐 빽에 넣는데, 몸이 아직 굳지않은 것이 죽은지는 얼마 안 되어보였다. 암튼 그렇게 악몽의 시간을 보내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골프를 치기 위해 골프 연습장을 찾았는데.... (엇!) 


하필이면 골프 연습장  그것도 바로 내 옆 자리에... 그 귀하신 소독 회사의 쥐잡이 전문가께서는 골프를 치고 있었다. 그날 내 골프 폼은 엉망이 되고, 골프가 제대로 맞을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그 놈이 사라지고 나니, 정말 세상 살맛이 난다. 출근도 즐겁고, 가게 문을 열 때마다, 그 녀석이랑 같은 공간에 없다는 것이 그렇게 나를 자유롭게하고, 행복하게 하는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그런데.... (엇?)


바닥에보니, 쥐똥이 또 보인다. Size를 보니, 전의 그 놈과 똑 같은 Size다. 내가 비명을 지르고, 가게 안의 모든 사람이 다시 공포?와 페닉에 빠졌다. 제발 제발, 어디 선반 같은 곳에 남아있던, 내가 미처 치우지 않았던 예전의 그녀석의 쥐똥이 우연히 떨어진 것이기를...


 < 끝 >

이전 04화 맨해튼에는 큰 놈이 (제 1 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