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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 우산 Aug 23. 2023

맨해튼에는 큰 놈이 (제 1 편)

게임의 시작

맨해튼 길거리에 철판으로 만든 새 Box가 등장했다. 뉴욕 청소국에서 설치해 놓은 것인데, 밖에는 'Compost (비료)'라고 쓰여있다. 뉴욕 시내 길거리에 웬 비료 통...?



먹다 남은 음식은 길거리의 일반 쓰레기 통에 버리지 말고, 이 통에 넣으라는 Box인데, 쓰레기 버리는 절차가 좀 복잡하다. 우선 앱을 다운로드한 후, 그 방법을 숙지하고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그렇게 허락된 사람만이 그 통을 열 수가 있게 되어있다.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동네 사람들이 동참해 주고 있다. 길거리 다니면서 음식물을 먹다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말 잘 듣는 착한 시민들이 집에서 먹다 남은 음식물이나, 식사 준비하면서 생기는 각종 음식 찌꺼기를 모아두었다가 백에 담아와서 버리는데, 물론 통 앞에서 셀폰으로 인터넷 정보처리를 해야만 열린다. 아무튼 이런 일들이 다 그 녀석들 때문이다.


오랜만에 지하철을 탔는데, 정거장에서 다음 전철을 기다리던 중, 옆에 있던 독일 관광객들이 떠들며 난리가 났다. 뭔가 하고 들여다보니, (음, 또 그 녀석 이구만)



'한 하늘 아래 난 그 녀석과는 도저히 같이 있을 수 없다'라는 독한 마음을 품고 아침에 가게로 출근하지만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골치가 지끈지끈 아프다. 이젠 매일 아침마다 가게에 들어서기가 겁 난다. 그동안에는 아무 문제가 없이 잘 지냈는데. 아무래도 옆 가게 때문일 것 같단 생각도 든다. 그렇다고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왜냐하면, 전에 없었던 것이 갑자기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옆의 빈 가게 자리에, 어떤 가게가 새로 입주를 했는데, 도대체 무슨 사업을 하는지 모를 정도로, 자기네의 Business와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지저분한 많은 물건들이 함께 들어왔다. 게다가 아침부터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는 하루종일 신나게 떠들며 지낸다. 그보다도 진짜 문제는 그들의 입주와 동시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 있었다. 그래서 내가 그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제발 테이블에 먹다 남은 음식을 남겨두지 말라고... 그러면서 그 이유와 증거로, 그들을 불러다가 보여주었다. 그랬더니만, 그들도 놀랐다.

 

쥐똥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얼마 후, Landlord 측에서도 그 옆 가게의 이상한 행태를 눈치챘는지, 암튼 그 가게는 얼마 후에 문을 닫고 떠났다. 쥐만 덜렁 남겨놓은 채로...


그 남겨진 쥐랑은 함께 지낼 수 없기에 나는 그 쥐를 잡으려고 별의별 수단을 다 동원해 보았다. 쥐약이 편하긴 해도, 어디 가서 안 보이는 곳에 처박혀 죽으면, 구더기가 들끓고, 지독한 시체 썩는 냄새를 맡아야만 찾을 수 있으니, 그것도 별로 바람직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쥐덫은 아무래도 끔찍한 현장을 목격을 해야 하니, 별로 사용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나마 편하기로는 전자파나 소리로 내쫓는 방법이 있는데, 예전에 다른 가게에서도 사용해 보았지만, 별반 효과가 없었다. 또 다른 방법은 끈끈이를 쥐가 다닐만한 길목 여기저기에 깔아 놓았다가 잡히면, 눈 딱 감고 비닐봉지에 싸서 쓰레기 통에 버리긴 했었다. '죽던지 살던지, 그건 니가 알아서 하시고요' 하며... 그러니까, 좀 비겁한 방법이긴 했지만, 그나마 깨끗한 방법이긴 했다. 


예전에 브루클린에서 가게를 하던 한 친구가 부탁을 해 온 적이 있었다. 쥐 오줌을 구한다는 것이다. 쥐 오줌을 가게 이곳저곳에 갖다 놓으면, 그 지독한 냄새를 맡고는 쥐들이 얼씬도 안 한다는 것이다. 오줌을 어떻게 전달하냐면?... 고양이는 오줌을 항상 모래가 깔려있는 변기통에서 해결한다. 모래 위에 오줌을 누면, 나중에는 그 오줌을 먹은 모래가 딱딱해지는데, 그 오줌 모래를 플라스틱에 담아서 전해 주었고, 나도 오줌 모래를 생산? 하는 김에 그 오줌 모래를 그동안 사용하기도 했었는데, 문제는 더 이상 Fresh? 한 오줌을 생산할 수 없게 되었다. '나비'가 이미 저 세상으로 갔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선생님에 따라 별명이 있는 선생님도 계시고, 없는 선생님도 계셨다. 그중에 한 분이 '쥐똥'이라는 별명을 갖고 계시는 선생님이 한 분 계셨다. 키가 작으셨는데, 그래서 붙은 별명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너무 열정?을 갖고계섰던 터라, 아마도 내 짐작에는 키가 자기보다 큰 학생을 때리시지 않았을까? 한 때는 나의 담임 선생님이시기도 하셨는데, 툭하면 잘 때리시긴 하셨다. 그래서 선생님한테 맞은, 키가 큰 학생 입에서 부터 나오기 시작한 별명이 아니었을까? 아무튼...


쥐똥은 원래 작기 마련인데, 이 녀석의 것은 첨 보는 아주 큰 것이다. 맨해튼의 건물들 중에는 낡은 건물들이 많다 보니, 맨해튼에서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쥐똥을 자주 보게 된다. 작은 생쥐는 끈끈이 판을 깔아 두면 대개는 잡힌다. 어떤 때는 죽은 채로도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이놈은 얼마나 영리하고, 힘이 센지, 여러 차례 그 끈끈이가 몸에 붙었지만 그것을 떼어냈다. 그 흔적을 보니, 검은색이 아니라 붉은색이다. 어떤 때는 그 끈끈이를 가져다 다른 벽에 갖다 붙인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또 끈끈이 중의 하나에는 긴 줄처럼(원래 쥐똥은 짧게 여러 개가 있기 마련인데) 길게 붙어있었다. 그러니까, 이 녀석도 죽을 똥을 싸며 힘들게 떼어냈다는 것이다. 


이놈은 보통 Mouse라고 하는 쥐가 아니라, 덩치가 아주 큰, Rat이라고 하는, 완전히 다른 종이다. 전에 TV의 뉴스 화면으로 본 적은 있는데, 마치 새끼 고양이만큼 큰 놈이다. 뉴욕 지하철에서 그리고 식당에서 많이 발견되는데, 영상에서는 식당 종업원이 뜨거운 물을 끼얹는데도 끄떡 않고 늠름하게 돌아다니는, 아주 강인한 놈이다. 아무튼, 쥐똥을 미루어 짐작컨테, 이번에 들어온 놈은 그런 큰 놈이 분명하다.



듣자 하니 퀸즈의 세탁소나 철물점에선 쥐 잡는 여러 가지 용품을 판다고 해서, 혹시나 해서 퀸즈까지 건너가서 알아보았다. 그런데, 이미 내가 다 사용하고 있는 그런 것들 뿐이다. 그런 것들로는 큰 놈에겐 택도 없다. 판매인이 오히려 나에게 반문을 한다. '맨해튼에는 쥐가 그렇게 커요?' 맨해튼의 뉴요커들은 그런 큰 쥐와 함께 살고 있다.



한국에서는 쥐 때문에 골치를 썩인 적이 별로 없었는데, 미국에 와서는 자주 접하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쥐랑 친숙해진 것은 결코 아니다. 한국에서 쥐에 대한 기억으론, 옛날 어렸을 적에, 학교에서 쥐를 잡아서 쥐꼬리를 가져오는 숙제가 있었다. 부모님은 쥐덪을 놓고 잡아서는 어떻게 죽일까를 고민하신 끝에, 큰 물통에 쥐덫채 집어넣어서 익사시키는 방법을 택하셨는데, 동생들과 함께 쭈그리고 앉아서 구경한 적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계속 머릿속에 남게 되는 충격적인 장면이었다. 그런데, 서울보다 왜 뉴욕시, 특히 맨해튼에 쥐가 그렇게 많냐 하면, 개발이 훨씬 일찍부터 되었고, 그래서 사용하고 있거나 사용하지 않는 지하철길과 하수구, 케이블, 스팀 라인 등의 빈 공간이 많아서 그렇단다. 게다가 많은 식당들로부터 매일 쏟아져 나오는 넘쳐나는 음식 쓰레기들이 그들을 모두 잘 먹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엔 난 우리 가게에서 그 녀석을 내 눈으로 못 보았지만, 본 사람들의 이야기로는, '무지하게 크다, 뚱뚱하다, 임신했을지도 모른다. 붉은색 털이다. 느릿느릿 걷는다....'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암튼, 그놈의 '쥐똥'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 내가 골치 아픈 또 다른 이유는, 낮에 피곤하면, 가게 안에 침실을 마련하고 낮잠을 즐겨왔는데, 그 쥐가 내 침상 위에다도 쥐똥을 남겨 놓았다. 그래서 몽땅 다 빨고 난리를 피웠지만, 아직도 쥐가 살아있으니, 다시 이부자리를 깔 수도 없다. 해서 졸려도 낮잠을 못 자니 골치가 더 지끈지끈 아프다. 문제는, 쥐와 이렇게 매일 승강이를 벌이는데, 말하자면, 게임(죽느냐, 죽이느냐의...)을 하고 있는 셈인데, 번번이 내가 계속 지고만 있는 것이다. 


인터넷으로 쥐 잡는데 필요한 물건들을 이것저것 죄다 사다가 설치했다. 끈끈이는 물론이고, 먹고 죽는다는 과자, 그리고 냄새로 쫓아낸다는 향 주머니, 전자파 기기 등등... 그런데도 이 녀석은 용케도 번번이 피해 가며 계속 쥐똥을 남겨놓는다. 쥐똥을 계속 남긴단 얘기는 무엇인가를 계속 먹고 있기 때문일 텐데, 나도 먹을 것은 숨기느라고 숨겼는데도 번번이 털렸다. 심지어는 쓰레기 백의 플라스틱 끈을 물어뜯어 그 안의 먹다 남은 음식물은 물론이고, 집에서 가져온 간식거리, 견과류, 보리차, 차와 커피까지 털어간다. 그러니까 이 놈은 경험도 많고 아주 노련한 놈이다. 그렇게 그와의 게임에서 내가 연일 연전연패하다가 할 수 없어서, 그놈 모르게? 내가 편법을 좀 썼다. 치사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난 이 게임에 돈을 질렀다. 


즉, 혼자 해결 못해서, 결국은 소독 회사를 불렀다. 회사 측의 전문가라는 사람이 우리 가게를 지하실까지 다 둘러보더니, 옆 가게에서 침입한 흔적은 없단다. 이 녀석들은 식당들 앞의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취하기 때문에,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문이 열려있는 틈을 타서 아마 슬며시 들어왔을 것이란다. 그렇다면, 슬며시 다시 나가주면 좋으련만, 계속 쥐똥을 남기는 것을 보니 아직도 우리 가게 안 어딘가에 숨어있단 얘기다. 시중에서 파는 쥐약이나, 끈끈이 정도로는 못 잡는단다. 그러면서, 


쥐 잡는 전문가는 피넛 버터를 바른 쥐덫 여러 개와 독극물이 들어 있다는 다른 먹거리를 설치해 주었다. 다음 날 출근하며, 결과가 무척 궁금했다. 과연 소독회사 처방대로 잡혔을까?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엇?)

(2 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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