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연애 Ⅱ

- 나의 시간

by 그래

그날 이후, 우리는 사무실에선 동료로, 그 외의 시간엔 연인으로 자연스러운 하루들을 보냈다.
서로에게서 적당한 떨림을 느끼고, 은근한 긴장감이 더해진 나날들이 즐거웠다.

처음 버스에서 만난 날처럼, 진도하는 늘 출근하는 나를 마중 나왔다.
단골 카페에 들러 커피를 들고 함께 사무실로 들어가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지옥 같던 두꺼운 철문도 솜사탕처럼 녹아들었다. 숨죽여 앉아 있던 구석 자리도 그와 함께라면 달콤한 비밀 통로가 되었다.




그런데도 회사에서의 시간은, 마냥 달콤하지만은 않았다.
신입으로만 머물 수 없는 나는, 선배들의 가르침을 빠르게 따라잡는 그를 보며 부러움과 묘한 박탈감을 동시에 느꼈다.


나는 전공과 다른 일을 맡게 되었다. 글 쓰는 걸 좋아해 관련 전공을 택했지만, 졸업을 앞둔 어느 순간 현실을 마주했다.
“좋아하는 것”이 곧 직업이 될 수는 없었다. 타이틀 하나 없는 나는 취업 시장 앞에서 서있자, 이도저도 아닌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학교 취업상담에서 HR 담당자가 이력서를 보며 말했다.
“뭐 하신 게 없네요.”

자격증도, 공모전 수상도, 활발한 대외활동도 없던 나는 그 말 앞에 무력해졌다. 내 삶은 취업이라는 버튼 앞에서 초기화된 듯했다.


어느 날, 방 안 컴퓨터 앞에 앉아 정부 지원 무료 교육을 뒤적이다가 자격증 취업반을 알게 됐다.
막막했지만, ‘뭐라도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수업을 받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수업을 마치려던 담당 선생님이 내게 면접을 권했다.
“신입도 뽑아요. 실습한다고 생각하고 한번 해보는 게 어때요?”
나는 자신이 없어 물었다.
“제가 할 수 있을까요?”
선생님은 웃으며 말했다.
“할 수 있어요. 안되면 연락해. 내가 도와줄게.”

그 한마디가 든든한 지원군처럼 느껴져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 결과, 나는 지금 이 사무실에 신입사원으로 앉아 있다.




[우리 오늘 퇴근하고 조용한 카페 가서 공부할까?]
[그래, 좋다.]

아직 업무에 자신이 없어 틈틈이 온라인 수업을 들었다. 진도하는 그걸 알고도 티 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를 이끌어 주었다.

그날도 퇴근 후 우리는 회사 주변을 한 바퀴 돌고 조용한 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가방에서 교재를 꺼내며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던 나는 슬쩍 진도하의 노트북 화면을 보았다. 모니터엔 알아볼 수 없는 코드가 빼곡했다.


“뭐 해?”
“오늘 과장님이 알려줘서 코드 짜봤어. 좀 더 공부하려고.”


별것 아닌 그의 답에도, 나는 몹시 부러웠다.
사수가 있어 일을 배울 수 있고, 잘 따라가는 그가 있기에 그는 자리를 잡아 가는 중이었다. 반면 나는 혼자 구석에 앉아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비교하며 내 자신이 쓸모없게 느껴졌다.


이론만 들으며 버둥대는 내가 답답하고 한심하게 느껴져, 결국 공부를 덮고 모니터를 닫아 버렸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