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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칼랫 Feb 04. 2024

업무메일 쓰기 첫 번째: 요청하기 1

상대방을 배려하는 요청은 미래의 나를 편하게 합니다

안녕하세요, 랜선사수(가 되고 싶은ㅜㅜ) 스칼랫 입니다 :)


프롤로그 이후 어떤 글로 시작을 해야 가장 좋을까 고민을 하다가,

업무메일이란 무엇이고 왜 써야하는지를 첫 번째 주제로 정했습니다.


우선 업무메일의 목적에 대해 생각해볼게요.

보통 '연락'이라고 하면 상대방과 스몰톡을 하거나 안부를 묻기 위함이겠지만, 업무메일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체로 요청, 안내, 공지 등을 하게 됩니다.


요청을 바르게 해야 나의 업무시간을 줄이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잘 써야하는 메일은 요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메일을 쓰면 될지

제가 실제로 썼던 이메일들을 좀 바꿔서 예시로 얘기해보려고 합니다 :D


먼저, 저는 계약관리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고객사 및 내부 직원들, 협력업체들로부터 많은 요청을 받거나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보여드리는 샘플들은, 계약 및 영업관리를 하면서 보게 되는 이메일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Case 1. 

고객사A는 2023년 3월에 저희 회사와 3년간 지속했던 '유지보수 계약'이 만료되어 재계약을 하려고 합니다.


이 경우 고객사A는 지난 3년간 저희와 몇시간의 계약을 했고, 그 계약된 시간 중 몇시간을 사용했는지가 궁금할 거에요. 만일 100시간의 유지보수를 계약했는데, 사용한 시간이 2시간 뿐이라면, 너무 비싸게 계약을 한 것이겠죠? (98시간이 남았다면 협의를 통해 이월할 수는 있습니다만, 일반적으로는 내년도로 이월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고객사는 저에게 아래와 같이 자신들이 몇시간의 공수를 썼는지를 문의했습니다.

앗, 제가 먼저 요청을 받아버렸네요!



메일1: 고객으로부터의 요청

받는사람: 브런치주식회사 스칼랫 대리

참조: -

제목: 유지보수 내역서 요청의 件


안녕하세요 스칼랫 대리님, 고객사A 카즈하입니다.


지난 3년동안 기록을 추적해본 바로는 장애건수 1건에 대한 지원을 받았습니다.

지원받은 건수를 기반으로 계약내용을 검토하려고 합니다.  3년의 유지보수 지원 기록에 대하여 자료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카즈하 드림


3년간 추적을 했는데 장애건수가 1건이면 고객사 입장에서는 '이 계약, 안해도 되는거 아냐?'라고 생각할 수 있을거에요. 저에게 유지보수 지원 기록을 요청하는 목적은 '계약내용 검토' 때문이죠? 목적이 명확하게 드러나있습니다.


우선 제가 요청을 받았으니 처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계약 및 영업관리를 하는 저는, 유지보수 지원 기록을 직접 작성하지 않아요.

그렇다면 누가 이 유지보수 지원 기록을 가지고 있는지를 내부적으로 확인을 해봐야합니다.

그래서, 저는 고객사A의 담당 엔지니어에게 유지보수 지원기록을 달라고 요청(!!!!!!) 할 것 입니다.


※ 추가코멘트

개인적으로 저는 '件' 같은 한자가 들어가는 이메일 제목을 두 가지 이유로 추천하지 않습니다.

첫째는... 간혹 제 컴퓨터에서는 잘 보여도 다른 분께는 한자가 깨져보이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둘째는, 그냥 '유지보수 요청'이라고만 써도 의미가 전달이 되는 것을, 굳이 '건'을 한글로 친 후 한자 키를 눌러 변환하는 수고를 하는 행위들이 모여 시간을 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메일 2: 내부담당자에게 요청

받는사람: 브런치주식회사 카이과장

참조: -

FW: [브런치(주)] 고객사A 2024 유지보수 재계약 - 공수세부내역서 요청(2021~2024)

안녕하세요, 카이 과장님, 브런치팀 스칼랫 입니다.


아래와 같이 고객사A에서 공수확인 요청이 있었습니다.

계약기간은 2021-03-15 ~ 2024-03-15 (3년)입니다.

위 기간동안 고객사A의 기술지원 세부내역을 요청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초록색 표시를 해둔 부분이 디테일입니다.

대체로 많은 분들께서 '고객사 A에서 3년간 공수확인 요청이 있었으니 기술지원 내역 부탁드려요~'

하고 간단히 이메일을 쓰고 싶을거에요. 

(그래야 이번 일이 빨리 끝날 것 같고 안귀찮을 것 같고 그렇지 않나요?ㅋㅋ)


그.러.나...

그렇게 되면 이제

'어 우리가 2024년도 1월달 것도 전달드려요? 아니면 23년 12월 31일까지면 돼요?' 같은

연락을 받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이미 보낸 내용으로 인해 연락을 다시 받는다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이 모호했다'

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커뮤니케이션이 모호할 경우 한 번 더 연락하면서 일을 두번하거나,

나의 대충스러운 커뮤니케이션을 기반으로 상대방도 확인없이 대충 회신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제가 필요했던 내역과는 조금 다른 자료 받게됩니다.

결국 제가(....) 이메일 발송이든 전화발신을 통해 다시 한 번 소통 하게 되겠죠?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일을 두 번 하는 것.. (제가 가장 싫어하는,,)


정확하게 계약기간을 찾아보고 명시하는 수고를 먼저하면, 상대방도 저에게 전화를 해서 다시 한 번 물어봐야하는 수고가 줄게 되겠죠. 그 결과는 저에게 더 답을 빨리 줄 수 있다는 점으로 귀결됩니다.

잊지 말아주세요, 이러한 귀찮음은 남의 일을 줄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모두 나 스스로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초록색 부분인 타이틀을 봐주세요.

저는 카즈하 담당자의 이메일을 포워딩했습니다. 그러나 제목을 바꿔서요!

연도를 넣어두었으니, 제목만 봐도 2021~2024의 자료를 원하는구나 알 수 있겠죠?

그리고 이메일의 내용 안에는 정확한 날짜를 명시하여

'2024년 며칠까지의 자료라는거지?'에 대한 답변을 미리 했습니다.


타이틀이 중요하다고는 하는데 업무현장에서는 실제로 타이틀을 대충 짓는 분들을 많이 보실거에요.

저는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의 이메일도 많이 받았어요 :( 

타이틀이 왜 중요하냐면 말이죠, 시간이 지나 나중에 검색을 하실 때에 그 진가를 발휘합니다.

또한, 이메일 제목을 통해 상대방도 이 이메일이 어떤 내용인지 한눈에 요약해 알 수 있지만,

가장 파워풀한 기능은 '시간이 지나도 나 또한 그 이메일의 제목만 보면 내용을 알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역시 또 한 번 강조드려요.

남을 편하게 하는 일이 아니라, 

미래의 나를 위해서 하는 작업이라는 점을요.


일단 저렇게 메일을 보내 카이 과장님으로 부터

제가 원하는 정보가 정확히 담긴 엑셀파일을 받게되었어요.


이제 카즈하 담당자님께 전달을 해드려야하는데, 확인해보니 가지 이슈가 있요!

그 이슈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는 건 아래와 같겠죠?


(1) 카즈하 담당자의 말과 다르게 여러건의 유지보수가 발생했음

=> 아, 카즈하 담당자가 뭔가 오해를 하고 있군! 왜 이런 오해가 발생했을까?

=> 합리적 의심: 고객사랑 우리 엔지니어 쪽 커뮤니케이션이 잘 안되고 있나? 이거 어떻게 해야하지?

(* 고객사와 우리 회사의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다면, 고객사에 제공하는 저희 서비스의 질이 좋아질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제가 이렇게 이리뛰고 저리뛰며 공수를 확인해 볼 시간도 줄어요.)


(2)  3년간 300시간(1년에 100시간)의 공수로 계약이 되어있었는데, 총 사용공수는 3년 동안 100시간

=> 합리적 추측: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우리와 재계약을 하려면 공수를 줄이겠구나..?!

=> 오,,, 재계약 공수 줄어드는 거 싫은데 어떻게 해야 기존 공수를 방어하면서 계약갱신 시키지..?!


그래서 저는 내부적으로 검토를 한 번 더 하기로 했습니다.

.

.

.


원래 연재 한 편 당 업무 한개의 흐름을 넣어보려고 했는데,

저에게는 당연한 것을 세세하게 기록해보니까 분량이 많아지네요...!


우선은 고객사로부터 공수확인 요청을 받아, 내부에 확인 요청을 했습니다.

해당 공수확인을 통해 계약담당자인 제가 해볼 수 있는 의심과 추측까지만 우선 다루어보고,

다음주에 이 의심과 추측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D


이런 내용으로 글을 써보는 일이 정말이지 난생처음이라,

읽는 분들께서 편히 볼 수 있으실지 모르겠네요ㅠ

피드백은 늘 환영하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D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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