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 나쁜 사람이 일을 더 잘한다고?

상대방이 나의 요청을 들어주고 싶을지 고민해보자

어릴 때부터 많이 듣던 질문이 있다.

'성격이 나쁜데 일을 잘 하는 사람이랑, 성격 좋은데 일을 잘 못하는 사람 중에 누가 더 나아?'

매번 저 질문을 들을 때 마다 의문이 들었다.

'성격이 나쁜데 일을 잘 할 수가 있나...?'

물론 혼자서 자기 할 일만 잘 하면 되는 경우에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팀, 저 팀에 자료를 달라고 해서 취합을 해야하는 업무를 하거나,

고객사나 협력사와 의견 조율을 해야하는 업무를 맡은 사람이라면 어떨까?

다양한 팀, 다양한 업체와 협력을 해야하는데 사람들에게 밉보이면 일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아무도 미운 사람을 도와주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업무적인 이메일이 나가거나 전화를 거는 경우는 요청을 하는 경우다.

반면 이메일이나 전화를 받는 경우라면 요청을 받는 경우가 된다.

요청의 본질은 상대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특정 행위를 시키는 것이다.

상대방이 내가 시키는 것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야 나의 일 속도도 빨라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상대방이 나의 요청을 신속히 들어주도록 만들 수 있을까?

첫째, 나의 '요청'이 정확해야한다.

둘째, 상대방이 나의 '요청'에 따라주고 싶게 만들어야한다.

성격이 나쁘고, 함께 일 하기 싫은 사람의 요청에 빠르게 따라주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후에 연재 될 여러 글들은 '어떻게 하면 일을 잘 할까?'보다 '어떻게 하면 상대가 내 말을 들어주고 싶을까?'에 대한 고민을 통해 만들어졌다. 이는 단순히 '상대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나를 좋아하게 만들어야지'와는 다르다. 내가 하는 일이 실제로는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상대로 하여금 빠르게 처리할 수 있도록 보다 더 이해하기 쉽고 보다 더 친절하게 그 일을 단순화 하는 방법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상대를 위해' 단순화 한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결국 해당 업무를 처리하는 주체는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상대방이 빠르게 요청을 들어주도록 고민하다보면 업무의 뿌리까지 찾아가 나 스스로가 일을 제대로 알아야한다. 처음에는 '제대로' 알아가는 일이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한 번을 제대로 해놓으면 그 일로 두고두고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대충 고민 없이 요청한 일에 대해 상대방도 대충 고민 없이 대답한다. 그 과정에서 나는 상대방의 대답에 대해 내가 알고 싶었던 내용을 되물어야 한다. 이를테면 '코끼리에게 밥을 주세요'라는 요청을 해야한다고 생각해보자. (아래 내용은 픽션입니다. 저는 코끼리의 생태는 몰라요ㅠㅠ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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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요번에 들어온 코끼리의 먹이를 잘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B: 새로들어온 코끼리의 먹이 배급 요청드립니다.

6개월 된 코끼리입니다. 아직 다 성장한 것은 아니지만 몸무게가 1톤이에요. 

현재 끼니마다 과일 3kg와 야채 3kg를 먹습니다. 10시, 3시, 7시에 3번을 먹는다고 하네요.

성장 중이라 한 달 마다 섭취량이 과일과 야채에서 각각 2kg씩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요.

먹이 수급 끊기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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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코끼리 먹이를 잘 챙겨야하는 내가 A와 일한다면,

무엇을 얼마나 준비를 해야하는지, 하루에 얼마나 먹는지 등 부터 내가 조사를 해야한다.

그 조사까지 내 일이라면 모르겠지만, 나도 그렇지 않다면?

코끼리에게 물어본다고 답을 해주진 않을테니 결국  A에게 다시 물어봐야한다.

그런데 보통 이렇게 '내 담당이 아닌 일'을 받았을 때 직장인들의 반응은 대부분 

'아, 이거까지 내가 해야해?'라는 짜증이 솟구친다.

A와 일을 했더라면 높은 확률로 'A가 코끼리 키우기 귀찮아서 나한테 떠넘겼어'라고 말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B와 일한다면 우선 'B가 여기까지 준비했네...?'라는 태도로 업무를 시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내가 가진 '성격이 좋다'에 대한 기준에 의해 A와 B 중 성격이 좋은 건 B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A가 맛있는 음식을 많이 사주어도, 내게는 그저 일을 귀찮아서 떠넘기는 사람으로 인식 될 것이다. 반면 B는 개인적으로 친하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같이 커피 마셔보고 싶은 사람'으로 등극 할 것 같다.

나는 B에게 가타부타 더 물어볼 것 없이 우선 매일 코끼리가 먹을 과일과 야채를 적절히 주문해놓을 것이다. 

아마 엑셀로, 달마다 2kg씩 늘어나는 먹이의 양과 금액을 계산해 놓을 것 같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이번에 들어온 코끼리는 어떤 야채와 과일을 가장 좋아한대요?'라고 정도 물은 후, 코끼리가 좋아할 만한 재료를 추가적으로 주문할 수 있겠다. 이러한 일들이 많아지면 나중에 B가 일하는 동물원은 '동물들이 사육사와 사이가 좋은 동물원으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이 '추가적'인 부분도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러한 질문들은 업무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부분에서부터 진을 빼놓으면 추가적인 아이디어가 들어갈 틈이 없다. 

내가 요청을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하는 것은, 단순히 나의 일을 줄여줄 뿐 아니라, 그 줄어든 틈새로 창의성과 생산성이 들어오게 할 수 있다.

성격이 나쁜 사람, 정확히 말해 '요청을 들어주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일을 잘 할래야 잘 할 수가 없다.

대부분의 직장인은 나홀로 일하지 않는다. 앞으로 작성할 글들은, 

어떻게 하면 내 요청을 상대가 들어주고 싶도록 할지를 고민하던 나의 기록이라고 볼 수 있다.

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업무 뿐만 아니라 어떤 분야의 커뮤니케이션에서건

상대방으로 하여금 '저 사람의 요청은 먼저 들어주고 싶어!'라는 마음을 먹게 하는 사람들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