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가 유치원을 졸업했어요. 생각보다 아이는 태연했죠. 선생님, 친구들과 헤어지게 된다는 것도 곧 새롭고 낯선 곳에서 공부를 하게 된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더라고요. 졸업식 행사와 함께 작은 발표회를 하는 내내 딱히 울거나 서운해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고 말이죠.
정작 긴장한 건 저였어요. 선생님들의 송사에 눈물이 핑 도는 것도 저였고 발표회 무대 위에서 아이가 손짓 발짓하는데 가슴이 뭉클하고 조마조마한 것도 저였고 말이에요.
아이는 생각보다 훨씬 어른스러웠어요. 물론 졸업식날이 다가오기 전까지 스스로 수많은 마음의 준비를 해왔을 거라고 생각해요. 2학기 때 선생님에게 쓴 편지나 친구들과의 대화 속에서 그런 걸 많이 느꼈거든요.
"일 년 더 선생님이랑 같이 있고 싶어요."
"우리 같은 학교 가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주말에는 꼭 만나자."
꽃다발을 품에 안고 싱글싱글하는 아이를 보니 또다시 저만 마음이 울렁였어요. 그날 저녁 친한 엄마들과 첫째 친구들과 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도 또 나만 울렁이는구나 싶었습니다. 아이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이렇게 잘하고 있는데 오히려 엄마인 내가 그 준비 속도를 못 따라가는 게 아닌가 약간의 걱정도 되고요.
빨리 초등학교 입학식날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노래를 하는 아이를 보면서 괜스레 소주만 홀짝홀짝 마셨어요. 아마도 서운함이 좀 섞여있을 거예요. 그리고 긴장감도요. 아이가 엄마품을 이제 떠나기 시작한다는 걸 내심 느끼는 거겠죠? 곧 혼자서 다니는 길이 더 길어질 거고 엄마가 모르는 이야기들을 만들어갈 테죠?
오늘의 긴장감을 잘 받아들여야 저도 성장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까지 초보엄마에 머물러서는 안 되니까요. 아이의 졸업에서 저도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간 거라 믿고 싶은 날이었습니다.